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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자폐스펙트럼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그냥 좋아요! 제가 멋진 연주를 들려드릴게요!”

입력 2023-04-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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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과 협연하는 공민배 군
4월 7일 서울시향과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사진제공=서울시향)

 

“그냥 좋아요.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완전 좋아요! 완전 만족스러웠습니다. 완전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미사여구도, 꾸밈도, 미화도 없었지만 가장 솔직한 답변이었다. 7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과 펠릭스 멘델스존(Felix Bartholdy Mendelssohn)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Allegro molto appassionato from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 64)을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의 대답은 대부분 “그냥 좋아요!” “완전 재밌어요!” “완전 만족스러웠어요!”였다.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의 차기 예술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향)
◇음악은 치유이자 관계의 출발점

그는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으로 음악을 통해 많은 변화를 맞은 바이올리니스트다. 그의 어머니 임미숙씨에 따르면 “지금은 누가 봐도 멀쩡해 보이지만 15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중증이라 눈도 안마주치고 먹지도 못했어요. 냉장고를 한번도 연 적이 없어요. 먹을 걸 꺼내본 적이 없죠. 그래서 화장실도 한달에 두 번 갈 정도였어요. 이런 공간에는 있을 수도 없었어요. 소리에 예민해서 귀를 막고 너무너무 고통스럽게 살았죠. 악기를 하면서 참을성도 좋아지고 모든 것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귀도 안막고 사람들을 쫓아다니면서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합니다. 완전 제로에서 10점 만점 중 8점까지 온 것 같아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고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했던 어머니가 피아노 학원에 보내면서 공 군은 음악에 눈 뜨기 시작했다. 다소 늦은 9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피아노 학원에서 4시간 동안을 머물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바이올린이 왜 좋아요?” “(차기 서울시향 예술감독이자 현재 뉴욕 필 및 홍콩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 감독님이 왜 좋아요?” “오늘 리허설은 어땠어요?” 등 다양한 질문들이 주어졌지만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으며 솔직했고 진심어렸다.

공민배 군은 공식임기는 2024년부터 5년이지만 전임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Osmo Vanska)의 부상으로 1년여 먼저 서울시향을 이끌고 있는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선보일 서울시향의 네 번째 협연 무대 준비에 한창이었다.

예정에 없던 얍 판 츠베덴 감독의 등장에는 그 보다 더 해맑을 순 없을 웃음과 연주로 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공민배 군이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찾은 얍 판 츠베덴은 “리허설은 너무 잘됐고 좋았다. 공민배 군은 좋은 바이올리니스트라 음악적인 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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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서울시향과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사진제공=서울시향)


“좀 쉬었다 천천히 하자고 해도 공민배 군이 ‘빨리 하자’ 보채기도 합니다. 외관상으로는 아이컨택이 어렵지만 사실은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악기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수단이죠. 관계를 시작하는 출발점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공민배 군과 함께 하는 7일 ‘아주 특별한 콘서트’는 아웃리치(Outreach), 기다려서 맞이하는 게 아닌 다가가는 특별한 목적을 가졌죠.”

 

이어 “제가 알고 있는 특별한 한 사람, 제 셋째 아들 벤자민이 자폐”라며 “25년 전 라디오에 출연해 제 아들 얘기를 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해왔다. 이에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해 전문 음악치료 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얍 판 츠베덴 감독이 1997년 설립한 파파게노 재단은 자폐아와 그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로 네덜란드에 4개 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하우스 내 연구센터에서 자폐 조기진단, 치료 등을 진행하는 동시에 40여명의 뮤직 테라피스트가 상주하며 자폐아들의 독립과 사회진출을 돕기도 한다.


◇우아하고 감미로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재밌고 신나는 브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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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서울시향과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사진제공=서울시향)

“피아노 학원에서 배웠는데 바이올린을 더 잘해서 하게 됐어요. 지금 피아노는 전혀 치고 있지 않아요. 바이올린 하기가 더 재밌습니다. 즐겁고 더 잘합니다. 칭찬을 많이 받습니다.”

15분 동안 레슨을 받고 4시간을 혼자 씨름을 하며 바이올린을 연주한 공민배 군의 재능은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을 바꾸면서 드러났다. 자폐스펙트럼의 증상 중 하나로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의 몰입도는 그 재능의 기폭제가 됐다.

“우아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듭니다!”

이번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선사할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에 대해 이렇게 전한 공민배군은 “제가 연주회를 많이 보러 가는데 그때마다 좋아하는 곡이 바뀐다”며 “지금은 브람스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재밌어요. 완전 신나거든요. 그리고 즐겁습니다.”

하루 4, 5시간씩 누군가 인식시키지 않으면 끼니도 잊을 정도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는 그에게 던져진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냐” “연주할 떨리거나 긴장될 때는 없냐” 등의 질문에는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힘들지 않습니다. (연습에 앞서) 심호흡을 하고 속으로 노래하면서 시작해요. 가장 즐거울 때는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 다입니다.”

그리곤 “지휘하는 걸 좋아한다. 지휘하는 영상, 클래식 음악을 틀고 지휘를 하곤 한다”며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그리고 얍 판 츠베덴을 좋아하는 지휘자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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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서울시향과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사진제공=서울시향)

 

좋아하는 연주자로는 “힐러리 한(Hilary Hahn), 아우구스틴 하델리히(Augustin Hadelich), 안네-소피 무터(Anne Sophie Mutter), 벤자민 슈미트(Benjamin Schmid), 리처드 용재 오닐!”을 외쳤다. “음악 말고는 좋아하는 게 없다”는 그는 함께 연주하고 싶은 음악가를 묻는 질문에도 “전부 다”라고 답했다.

“모든 곳에서 많은 분들과 연주하고 싶습니다. 제게 음악은 전부입니다. 멋진 연주란 마음입니다. 즐거운 그리고 편안한 마음. 연주할 때 편안하게,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연주해요. 제가 멋진 연주를 들려드릴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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