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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에드워드 호퍼 그림 속 사람들처럼, 우리는 ‘길 위에서’

[Culture Board] 에드워드 호퍼, 국내 첫 개인전

입력 2023-04-19 18:00 | 신문게재 2023-04-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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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밤의 그림자, 1921
에드워드 호퍼 ‘밤의 그림자’(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날로 번창하며 급변하는 도시 속에서 과거를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면의 고독, 어디선가 홀로 뚝 떨어진 것만 같은 고립과 소외감,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 일상처럼 익숙하지만 문득 느껴지는 낯섦, 소음이 사라지고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어쩌면 무대 위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위기, 발전 속도와 비례해 커지기만 하는 상실감과 허무함, 어디를 바라보는지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읽히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도시인들의 내면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그림과 같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사실주의 작가로 1960~70년대 팝아트와 신사실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에드워드 호퍼가 한국 관람객들을 만난다. 

[포스터]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포스터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포스터(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이 2019년부터 해외 유수 미술 기관과 협력해 선보이는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 4월 20~8월 20일 서울시립미술관 전관, 이하 길 위에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작가 삶의 궤적을 따른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작품에 충실한, 전생애를 아우르는 전시”라며 “화가로서 어떤 시각을 지녔는지, 그의 의식은 무엇이었는지, 그가 도시에서 왜 해안가로 갔는지, 풍경화가로서 무엇을 가지고자 했는지, 어떻게 시각을 점차 확장시켜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뉴욕에서 진행한 전시를 확장해 “도시와 자연을 아우른” 에드워드 호퍼의 한국 첫 개인전인 ‘길 위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을 비롯해 초기작, 미발표작 등 소장품 3000여점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Sanborn Hopper Archive) 4000여점을 보유한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기획한 전시다. 

휘트니미술관장 아담 와인버그는 “작년 휘트니에서 진행한 ‘에드워드 호퍼’전에는 54만 5000명이 다녀갔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고 얘기한 뉴욕, 그가 혐오했던 도시의 변화, 소망했던 세상을 담은 회화들이 소개됐죠. 그의 개인적 여정, 그의 내면을 차지한 장소와 주제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드워드 호퍼, 오전 7시, 1948
에드워드 호퍼 ‘오전 7시’(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이 전시를 공동기획한 이승아 큐레이터의 표현처럼 “에드워드 호퍼의 교과서 같은 전시”에서는 65년간 도시에서 자연으로 회귀를 거듭하며 작품세계를 구축한 에드워드 호퍼의 ‘밤샘하는 사람들’ ‘햇빛 속의 여인’ ‘밤의 창문’ ‘뉴욕의 방’ ‘오전 7시’ ‘철길의 석양’ ‘푸른 저녁’ ‘작은 배들, 오건킷’ ‘이층에서 내리는 햇빛’ ‘바다 옆의 방’ ‘빈방의 빛’ 등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 작품 160여점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 자료 11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글로벌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던 미국의 20세기 초중반을 관통하며 활동했던 호퍼의 작품은 어떤 시대든 변화와 발전을 마주하는 도시인들, 그들이 목도했을 혹은 멈추고 싶었던 순간이나 회귀를 꿈꾸던 풍경을 닮았다. 

이젤에 기댄 에드워드 호퍼, 사진_조지 플랫 라인스
이젤에 기댄 에드워드 호퍼 Photo by 조지 플랫 라인스(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에드위드 호퍼는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뒤돌아 보게 하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거리 위에서’ 전시를 공동기획한 휘트니미술관의 킴 코트니 큐레이터는 에드워드 호퍼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그의 그림 속 사람들 모습으로, 그렇게 길 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살아가며 혼자 있고 싶다가도 이내 사람들이 그리워지고 한없이 무미건조하다가도 일순 감정적이 되는, 서로를 알고 싶다가도 뒷걸음질치곤 하며 외롭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지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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