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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워킹 대디’ 황재경 농심 과장 “‘육아지옥’ 뒤엔 ‘천국의 계단’이 있습니다”

[맘 with 베이비] 황재경 농심 과장

입력 2023-10-10 07:00 | 신문게재 2023-10-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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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가 양 가의 도움이나 돌봄 선생님 고용 없이 아이들을 양육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과 육아, 가정이 양립하기가 어려워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많은 아빠가 육아를 ‘내 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워킹 대디’ 황재경 씨를 만나 아이와 함께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아이와 함께 할 때 어떤 보람을 느끼는지 등을 들어 보았다.

 


- 먼저 본인 소개 간단히 부탁 드립니다.

“저는 26개월 남녀 쌍둥이 윤슬과 윤후를 육아하고 있는 황재경이라고 합니다.”


- 25개월 된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직장인으로 바쁘게 지내고 계십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십니까.

“저희는 기상 시간이 다소 이릅니다. 보통 오전 6시에 전원 기상해 저는 오전 7시에 출근하는데, 쌍둥이들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합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아내는 근무시간이 오후부터 시작돼 전쟁터 같은 아침의 풍경보다는 다소 여유롭습니다. 직장이 차로 10분 정도 거리이고 직장 내 어린이집이 있어 오전 9시에 아내가 쌍둥이들과 회사에 도착하면 제가 잠시 나와서 등원을 시키고 있습니다. 퇴근은 보통 6시에 하는데, 하원은 제가 혼자서 시키고 있습니다. 다행히 어린이집이 퇴근 때까지 아이들을 케어해 주고 저녁 식사까지 나와 육아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오후 6시 반 정도가 됩니다. 아내는 오후 9시에 퇴근해 제가 쌍둥이들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한 명씩 씻겨서 잠옷으로 갈아 입힙니다. 아내가 도착하면 아이들과 침대로 가서 그림책을 보며 일과를 마무리합니다.”


- 농심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압니다.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는지 또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농심에서 경영정보관리(지식경영 콘텐츠 제작·공유) 및 내·외부 소통 커뮤니티 운영 업무를 하는 12년 차 직장인입니다.

최근 업무 범위를 확장했는데 비즈니스 인적 네트워킹을 활용해 신제품의 SNS 홍보와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유도해 매출 증대는 물론 브랜드의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농심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 운영 외에 육아기 시차출퇴근제도 및 사내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제도에서 어떤 도움을 받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육아기 시차 출퇴근제도와 사내 어린이집을 모두 활용하고 있습니다. 직장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는 아내가 복직 전이라 집에서 아이들을 홀로 돌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때 육아기 시차 출퇴근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그 덕에 아이들의 저녁준비와 식사를 여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루 종일 고생한 아내는 저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1시간 이른 제 퇴근이 육체·정신적으로 많이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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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이 둘을 맞벌이 부부가 돌보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기 전까지 누구에게서 어떤 도움을 받았으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해 주십시오.

“아이들이 태어나고 손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출근하고 나면 근처에 사시는 장모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아이들 돌 무렵 장모님께서 일을 시작하셔서 창원에 계시는 저희 어머니께서 올라오셔서 반 년 정도 함께 살며 도와 주셨습니다. 처음엔 아이 도우미 기관을 활용하려고 했는데, 쌍둥이의 경우 비용이 400만 원 이상 들더군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고 가족이 아니기에 여러 가지로 불편한 부분이 많아 부모님께 부탁 드렸고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 육아 고충이나 고민이 있었을텐데 이를 어떻게 해소하는 편이신지요.


“육아의 힘듦이 매일 다르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는 것을 요즘 더욱 많이 느낍니다. 특히 아이들이 아플 때면 정신적·육체적으로 힘이 듭니다. 아이들은 감기·폐렴 등으로 자주 입원을 하게 되는데, 쌍둥이를 육아하는 가정은 한 명이 아프면 아프지 않던 아이도 어쩔 수 없이 감염되죠. 이때 쌍둥이가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혼자 케어가 불가능해 연차나 휴가를 사용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아이들과 며칠을 보내야 해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참 힘들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없지만, 힘들수록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이겨 내려고 합니다. 그 덕에 코로나19도, 폐렴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워킹맘인 아내와 육아를 함께 하고 계십니다. 아내가 힘들어 보일 때 어떻게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지 궁금합니다.


“아내가 힘들거나 저기압일 땐 무조건 고기 앞으로 데려갑니다.(웃음) 사실 맞벌이를 하며 육아를 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알고 헤아려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유가 없어서, 혹은 정신이 없어 상대의 힘듦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저녁에 아이들을 재운 뒤 육퇴 후 야식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신다거나 아이들을 등원시킨 뒤 점심에 연차를 내어 맛집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습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고충과 평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을 해소하는 것 같습니다.”


- 저출산 문제가 심각합니다. 두 자녀를 양육하고 계시는데 어떤 점이 어려운지, 또 해소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저출산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인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어떠한 소급에 대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으니 조금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최근 서울시에서 시작한 ‘조부모 돌봄 수당’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어 육아를 도와주시는 부모님들께 교통비와 수고비를 챙겨 드릴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시는지요.


“최근까지 쌍둥이들이 단어로만 말을 전달했습니다. 어제 어린이집에서 배웠는지 처음으로 문장으로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해 주며 안아 주더라고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나, 막 육아를 시작해 걱정스러워하는 부부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할 때부터 아이를 빨리, 많이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육아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습니다. 워낙 많은 매체에서 ‘육아는 지옥이다’ ‘나의 커리어는 없어진다’ 등 두려움의 키워드로 이야기되고 있지요. 물론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자식을 키우고, 보살피는 게 세상 사는 데에 두 배로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맞벌이에 쌍둥이를 키우는 저도 가끔은 지옥 같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만 정말 순간의 생각일 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이를 낳고 인생이 360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저 또한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쌍둥이들이 매일같이 주는 행복감이 무척 커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즐거운 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 쌍둥이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커리어와 인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예비 부모 여러분, ‘육아지옥’ 뒤엔 ‘천국의 계단’이 있으니 새로운 행복을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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