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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저출산 발상의 전환 필요… 비혼출산도 받아들여야"

[브릿지 초대석]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비혼 출산 “결혼하지 않더라도 모든 복지 혜택 줄 수 있는 때가 와야”
“청년에게 희망을 줘 결혼·출산할 수 있는 여건 마련”
“노인 1000만 시대 기초연금·일자리 통해 효도하는 정부”
“연금 개혁 의지 변함없어…국회 공론화 적극 지원”

입력 2024-01-16 06:35 | 신문게재 2024-01-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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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초대석]이기일보건복지부1차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3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최근 브릿지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과 대응 방안을 피력했다. 이기일 차관은 특히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민족의 존망이 걸린 무척 심각한 문제라며 기존과는 다른 발상의 전환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가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결심하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기일 차관은 그러면서도 한국 사회가 지난 2000년대 초반과 다르게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위기감이 덜한 것 같다며 “물이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 차관은 프랑스(팍스) 등에서 제도화 된 비혼출산에 대해 출산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한국 사회도 수용할 수 있게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기일 차관은 저출산 문제와 맞물린 고령화 문제 대응에 대해 소득과 일자리, 돌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고령자의 소득을 보전하고 사회 참여 제고와 건강을 위해 노인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 1000만 시대 대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소득과 일자리, 돌봄’이라며 올해 기초연금을 인상했고 노인일자리도 전년보다 약 14만개를 늘려 103만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풀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연금개혁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국회에서의 공론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차관은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핵심 수치가 빠져 ‘맹탕’이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도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인데 최근 저출산 및 인구감소 현황은 어떻고 이에 따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 저출산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022년 우리나라에서는 24만9000명이 태어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1보다 낮은 곳은 홍콩과 마카오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는 합계출산율이 0.70명을 기록했고 4분기에는 0.6명대 출산율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감소 추세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우선 국가 존립에 대한 우려로 이렇게 계속 인구가 줄어들다 보면 한반도에 누가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실제 유엔 미래보고서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2300년대가 되면 우리나라에 남자 2명, 여자 3명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영국 옥스포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는 2006년에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저출산은 다양한 사회문제의 근원적 원인이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은행의 심층보고서에서도 적절한 정책대응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50년대에 0% 이하 즉 경제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다. 학생 수 감소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병역자원도 위험해지고 지역소멸 위기 등 다양한 위기 요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노동력 감소나 학생·병역 인구감소, 사회보장제도 개편 문제 등에 대해 충분히 준비할 여유 없이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도 낮은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핵심은 청년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원인을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가장 크게 지적 받는 원인은 주거문제이다. 높은 주택가격은 소비 지출 여력을 감소시키며 청년의 결혼을 어렵게 하고 무주택자의 출산율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된다. 결혼·출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해 결혼·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에서의 경쟁 심화는 자녀 교육의 금전적·시간적·심리적 부담을 증가시켜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준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비혼(혼외) 출산에 대한 입장이나 의견이 궁금하다.

“2022년 우리나라 비혼(혼외) 출산율은 3.9%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약 42%이고 프랑스는 62%이다. 한국 비혼 출산율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상승하게 되면 합계출산율이 0.159명 올라가 0.94명이 된다. 우리나라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모든 복지 혜택을 줄 수 있는 그런 때가 와야 된다고 본다. 여러 가지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꼭 혼인신고를 해야 만이 아기를 낳고 또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은 지금 많이 바뀌고 있다. 그런 것을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유연해져야 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특단의 저출산 대책을 강구한다고 했다. 사실 그간 많은 출산 장려 정책이 있었는데 실효 면에서 아쉬웠다. 이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지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과거에는 출산 자체에 집착했다면 이제는 청년들이 자아를 실현하면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자연스럽게 결혼·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있다. 저출산 문제에 있어 정부 목표는 결혼과 출산, 양육이 청년들의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양육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현금급여를 확대했다. 영아기 지원을 위해 0~2세 생애초기 2년간 소득지원을 2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를 위해 부모급여 지급액을 최대 100만원으로 확대했고 첫 만남 이용권 지급액도 둘째 이상 출산에 대해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 지급해 다자녀 가구의 양육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한다. 난임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을 폐지했고 난소기능검사, 정액검사 등 필수 가임력 검진 비용과 난임진단 전 냉동한 난자를 사용하는 보조생식술 비용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복지부 외에도 고용노동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 확대, 국토교통부의 저출산 완화를 위한 주거지원 확대 예산 등이 편성됐다. 더 나아가 전문가, 청년부부와 만나면서 요구받은 사항들을 정책화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추진할 것이다. 난임지원·돌봄서비스·일가정양립제도 등 출산·양육지원 과제는 물론 주거·일자리·사교육·수도권집중 등 경제·구조적 문제, 비교문화·젠더갈등 등 문화·심리적 요인 등을 폭 넓게 검토할 계획이다. 준비해서 1월말이나 2월에 대책을 내놓으려고 한다.” 

 

[브릿지초대석]이기일보건복지부1차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3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고 일하고 싶거나 일 해야 하는 노인도 늘고 있다. 지난해 ‘노인일자리법’도 통과됐는데 앞으로 변화되는 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대책과 계획은 .

“노인인구 1000만을 앞두고 직업 경험이 풍부하고 건강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60대에 진입하는 등 다양한 노인 집단에 대비해 정부는 2023년 7월 제3차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했다. 3차 종합계획은 노인 빈곤과 노인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지속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8만3000개였던 노인 일자리 규모를 2027년까지 노인인구의 10% 수준(120만 명)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올해 노인일자리 예산은 2조260여억원으로 노인일자리를 역대 최대 폭인 14만7000개 확대해 103만 개를 제공한다. 유형별로는 공익활동형 65만4000개, 사회서비스형 15만1000개, 민간형 22만5000개가 제공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 진입에 따라 이들의 경력과 역량을 활용하는 사회서비스형·민간형 비중을 2027년 40%까지 확대하고 노인일자리법 시행 시기에 맞춰 위임 사항 등에 관한 하위법령 제정을 추진해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겠다. 일자리를 갖고 있으면 건강해진다. 소득도 늘게 되지만 사회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정부가 약자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관련해 복지부에서 올해 중위소득 확대 등을 포함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약자복지는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최약자층부터 사각지대 없이 찾아내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복지이다. 올해 복지부 예산은 12.1% 증가해 정부 총 증가율(2.8%)의 4배에 달한다. 특히 약자복지 예산은 13.8%로 대폭 증액됐다. 정부는 2024년 생계급여액을 역대 최대 수준인 13.16% 인상했고 노인일자리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해 열 분 중 한 분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당도 6년 만에 7% 인상했다. 기초연금도 월 32만3000원에서 33만4000원으로 올렸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맞춤형 1:1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 활동지원도 11만5000명에서 12만4000명으로 확대했다. 약자발굴을 위해 복지위기 알림 앱을 상반기 구축하고 인공지능(AI) 복지상담 시스템은 하반기 마련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AI를 활용하고 중앙-지방-민간이 협력해 위기가구 발굴을 강화하겠다.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안부 확인, 생활 환경 개선, 사회적 관계망 형성, 사후 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복지부 입장과 최근 논의 상황은 어떻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복지부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복지부의 국민연금개혁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연금개혁은 충분한 국민의견 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그동안 연금개혁은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먼저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전문가·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해 지난해 10월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민적 합의와 국회 선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충실히 준비해왔다.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민 의견수렴과 공론화를 준비 중이다. 정부는 기초자료 제공과 실무 인력 등을 통해 국회 공론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 내 자문기구를 마련해 논의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공론화 실무를 담당하는 지원단 구성 시 학습자료 제작 및 대국민 홍보·소통을 위한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가 결성되고 열띤 논의 과정을 거쳐 좋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복지부 사업과 관련해 국민에게 강조 및 당부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올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위해 약자복지를 더 두텁고 촘촘하게 정비하고 보건복지 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구조개혁도 더 과감히 추진하겠다. 특히 저출산 문제를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로 엄중하게 인식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사회 각계 각층과 긴밀히 협력하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 정부는 출산, 양육 정책을 지속 개발해 누구든지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한편 미래지향적인 보건복지 개혁으로 청년이 희망을 갖고 도약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이기일 차관은 1965년 5월 충남 공주에서 출생했다. 국립철도고, 건국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를 인제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37회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와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장, 보육정책관, 대변인, 보건의료정책실장,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2차관(보건의료)에 이어 1차관(복지)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임명된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 차관의 배우자로 ‘부부 차관’이 탄생했다. 이 차관과 신영숙 차관은 행정고시 37회 동기이기도 하다.


대담=권순철 정치경제부 부장
정리=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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