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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해외 태양광 '빅뱅' 속 한국만 곡소리"…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브릿지 초대석]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입력 2024-01-23 06:35 | 신문게재 2024-01-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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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이 18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전세계적으로 태양광산업은 ‘빅뱅 시대’에 진입했다고 할 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산업은 곡소리가 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의 말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눈에 띄게 ‘쑥쑥’ 크는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국내 태양광산업만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EPC(설계·조달·시공), O&M(유지보수)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는 태양광산업 생태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는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부분을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한화큐셀을 꼽았다. 대기업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을 가진 한화큐셀은 지난해 12월 충북 음성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앞으로는 태양광 셀과 모듈을 모두 생산하는 진천공장으로 통합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태양광 모듈 수요가 감소하면서 생산량 감축이 불가피해진 영향이다. 이밖에도 모듈 제조사 솔라파크코리아는 폐업했고 한솔테크닉스, 신성이엔지 등은 최근 태양광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췄다.


◇“국내 태양광 생태계, 제조업 비롯해 존폐 기로”

“현재 국내 태양광업계의 제조라인은 사실상 절반 이상 무너진 상황”이라고 현실을 진단한 정 부회장은 “특히 비교적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대기업과 달리 태양광에 ‘올인’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은 더더욱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처럼 국내 태양광 산업이 붕괴되고 있는 데에는 저가 중국산 모듈의 국내시장 잠식과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 축소가 핵심 사유로 꼽힌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을 하향 조정한데 이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도 줄였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시행하던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 제도도 대안 없이 폐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유럽·인도까지…태양광 산업 지원 제도 ‘척척’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이 18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국내 태양광 산업이 ‘붕괴’ 직전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해외 주요국들은 태양광산업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023년 세계 태양광 설비 설치량은 413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규 설치량이 242GW였던 전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또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사례만 놓고봐도 태양광 시장의 성장세는 상당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인해 2030년 이전에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100GW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태양광 산업의 역사가 IRA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부회장은 “IRA 효과는 미국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의 자료를 인용해 “2022년 8월 16일 IRA 통과 이후, 1년 사이에 51개 신규 태양광 생산시설에 대한 직접 투자가 20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에서는 향후 10년간 1440억달러(약 192조원)의 신규 투자가 추가돼 제조 분야에서만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태양광 기업들도 미국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 미국은 IRA 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MPTC) 제도를 통해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태양광 부품에 대해 강력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태양광의 원료인 갈륨·인듐·티타늄 등 희귀광물부터 태양광 모듈의 부자재인 백시트를 비롯해 폴리실리콘, 웨이퍼, 모듈, 인버터, 발전시설과 같은 광범위한 태양광 공급망 구성요소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는 것이다. 폴리실리콘은 kg당 3달러, 모듈은 와트(W)당 7센트씩 공제해주는 식이다. 한화큐셀이 미국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8.4GW 규모의 최대 태양광 생산기지 ‘솔라 허브’ 건설을 결정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 부회장은 “태양광 생산에 있어 원료부터 주요 부품, 발전시설까지 제조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지원을 해주다 보니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태양광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형 IRA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인도 등 한국이 참고할 만한 태양광 제조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유럽연합(EU) 경우 2022년 12월 출범한 ‘태양광 얼라이언스’를 통해 EU 역내 태양광 생산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규모 공장에 대한 투자를 촉진해 2025년까지 태양광 부품의 연간 생산량을 현재 평균 4.5GW에서 30GW로 늘린다는 목표다.


◇“국내 태양광 제품 의무사용 방안 검토해야” 

 

[브릿지초대석]정우식한국태양광산업협회부회장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이와 함께 인도가 실시하고 있는 태양광 산업 지원 제도는 특히나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정 부회장은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고효율 태양광 모듈 제조 역량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 지난 2020년 11월, 10개 주요부문에 대한 PLI(생산 연계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승인했다. 그중 한 분야가 태양광 산업으로, 자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을 촉진해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 1위의 태양광 제조국가를 노리고 있다.

특히 눈 여겨봐야 할 것은 ALMM 제도다. ALMM은 인도 표준국(BIS)의 인증을 받은 태양전지,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 리스트를 지정하고, 정부가 시행하는 건설 프로젝트에 해당 기업이 만든 모듈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업체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줌으로써 인도 내 태양광 제조기업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제도 시행 초반인 2021년 3월 ALMM에 등록한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는 23개, 생산 용량은 8200MW였으나 2022년 8월까지 18개월 동안 등록 제조업체 수는 약 3배인 66개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생산용량 또한 1만8050MW로 증가했다. 반면 2010년대 초 40여 개가 넘었던 국내 모듈 제조사는 10개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정 부회장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의 태양광 프로젝트에 한국에너지공단의 인증을 받은 국내 태양광 셀·모듈 제조기업의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제도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기업 RE100 따라가는데…한국만 ‘엇박자’

태양광 산업의 붕괴는 곧 산업과 수출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진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에 속도를 내는 흐름 속에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애플, 인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100% 사용해 만든 제품을 납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RE100 이행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생에너지 생태계 회복과 보급률 확대는 필수 과제로 손꼽힌다. 정 부회장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나서며 재생에너지 정책 전환을 호소하는 이유다.

정 부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이 각국의 산업·경제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턴 중국보다 더 싼 인도산 제품 몰려온다”

정 부회장이 우려하는 점은 또 있다. 내년 말부터 중국은 물론 인도산 태양광 제품까지 국내시장에 몰려들어올 것이란 부분이다. 현재 한국 태양광 생태계가 국내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가 중국산 모듈에 잠식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인도산 제품까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인도가 올해 말이면 약 110GW의 자체 태양광 모듈 생산체제를 갖춘다”면서 “당장 내년부터는 중국산보다 더 싼 인도산 제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국내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제품 제재도 국내 중소업체엔 위기다. 미국이 동남아를 우회해 수출되는 중국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자, 시장에서는 미국에 진출한 한화큐셀에 ‘기회’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일부 대기업에만 유리할 뿐,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악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 부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미국에 들어가지 못한 중국제품이 결국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국내시장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면서 “대기업도 국내에서의 사업 환경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브릿지초대석]정우식한국태양광산업협회부회장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사진=이철준 PD)

 

결국, 한국 태양광 산업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 부회장은 “지금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보급량만 늘리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셈이다. 태양광 제조산업 육성과 보급 정책 간 균형이 필요하다는 정 부회장은 “한국태양광산업협회도 ‘태양광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입법을 추진하는 등 태양광산업이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우식 부회장은

정우식 부회장은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기술연구원 평가위원을 지냈다. 이어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한국태양광발전학회·한국태양광에너지학회 부회장,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사무총장, 여주시 에너지위원회 위원으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대담=송남석 산업IT부 국장 songnim@viva100.com
정리=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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