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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댓글부대'에서 홍경이 다.했.다에 토 달 사람?

[人더컬처] 영화 '댓글부대' 홍경
핑크 배꼽티, 주근깨 분장하며 역할에 충실
"가까뉴스 범람할수록 걱정보다 분별력 갖춰야겠다는 생각뿐"

입력 2024-04-01 18:30 | 신문게재 2024-04-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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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댓글부대’속 팹택 역할로 열연한 배우 홍경.(사진제공=매니지먼트 mmm)

“시나리오 안에서 서스펜스가 느껴졌어요. 제가 채워나갈 수 있는 무언가가 많아 보이는 캐릭터였달까요. 팹택은 외부활동이 거의 없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전부인 애인데 그런 선입견을 벗어난 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댓글부대’에서 팹택으로 분한 홍경에게 소재의 예민함을 묻자 미학에 대한 믿음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는 실제 기자출신인 장강명 작가가 여론조작에 대한 사실적인 취재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있을법한 에피소드를 녹여낸 동명 소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대기업 비리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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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진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그는 “이렇게 가보고 저렇게도 튀어보고 하는 게 좋았다. 영화적인 체험과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mmm)

대중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자명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고질병이기도 한 정경유착과 그에 휘둘리는 언론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영화라 출연을 망설였을 법도한데 기우였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차기작인 ‘댓글부대’에서 홍경은 ‘댓글’을 조작하는 팀 알렙의 일원인 팹택을 연기했다. 배우가 되기를 꿈꾸며 수도 없이 본 다양한 국적의 영화들 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손가락 안에 꼽는 최애작이었던 만큼 출연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96년생 홍경’은 MZ다운 당당함으로 “모든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중심축, 그래서 각 나이대의 연대의식에 매료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취향보다 소규모 모임에서 안정을 찾는 전형적인 마이너 취향인 팹택은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하고 누구보다 패셔너블하다. 촬영 전 의상팀이 남자라면 주저할 게 뻔한 핑크 크롭티를 제안하자 흔쾌히 입고 그 옷에 어울릴 법한 선글라스를 쓰고 출연할 정도로 역할에 빠져 들었다.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리더 찡뻤킹(김성철)과 스토리 작가이자 ‘댓글부대’의 제보자 찻탓캇(김동휘)이 진중함과 의심 사이를 오고 갈 때 홍경은 팹택이 지닌 장난끼와 은근한 관종끼를 스크린에 흘리며 ‘댓글부대’의 비극을 형광색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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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표상이라고 하기에 이들의 대화는 반이 욕설, 그리고 반은 서로에 대한 비판이다. 불안한 미래와 비루한 현실 속에서 세 사람의 우정은 굳건히 유지될 수 있을까.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세 친구들이 모여사는 집은 정말 구조가 이상한데 실제 감독님이 친구들과 살던 집을 고스란히 재현했다고 해요. 집안 맞은편에 대관람차의 네온사인이 가득 들어오는 현란한 조명은 실제 크기에 맞췄고요. 캐릭터들의 취향을 살린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이번에 깨달았죠.”

손석구와는 넷플릭스 ‘D.P’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지만 한 장면도 마주치진 않는다. 다만 그는 스크린 속 손석구의 연기를 보고 “탄복했다”고 표현했다. “선배님의 팬보이예요.(웃음) 같은 작품을 두번 했다는 게 진심으로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거든요. 편집돼 아쉽긴 하지만 넷이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하는지 그리고 궁금한 점을 모두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분위기를 이끄는 법을 많이 배웠죠. ‘삼세번’이란 말도 있으니까 세 번째에는 함께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부대’에서는 세 친구들의 우정이 마냥 끈끈하지만은 않다. 용돈벌이로 시작한 댓글 아르바이트로 무고한 여대생이 자살한 순간 세 친구는 저마다의 이유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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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유튜브 예능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그는 유난히 반짝거리는 바지 때문에 많은 이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mmm)

“가짜뉴스가 사실이 된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달리는 의견이 많고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걸 마냥 나쁘게 보지만은 않습니다. 대립되는 의견이 나올수록 한편으론 건강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럴 때일수록 분별력을 갖춰야 된다는 다짐을 더 많이 하게 되죠.”


그간 홍경은 데뷔 이래 정의로운 형사, 군대 괴롭힘 가해자, 성소수자와 지적장애인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는 “이걸 했으니 다음엔 저걸해 볼까라는 생각은 아예 안 한다”면서 “단지 그 역할의 감정을 굉장히 솔직하게 오래 들여다 본다. 두려움이 느껴져도 호기심을 불러내는지를 보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영화 ‘다크나이트’를 본 후 충격과 감동을 받아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는 20대 후반의 홍경은 이어 “한 분야를 지독히 파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지금은 모든 걸 흡수하는 단계일 뿐”이라며 자신의 연기인생에 겸허한 속내를 밝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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