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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인권'은 거창한 것이 아닌 '역지사지'입니다"

[브릿지 초대석] 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입력 2018-01-18 07:00 | 신문게재 2018-01-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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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법무법인 한결 미국변호사)는 “‘인권’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라며 “과거에 비해 국내 인권의 지평이 넓혀진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양윤모 기자)
 

“‘인권’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이더라구요. 그 자리에 있어보면 공감하게 됩니다.”

인권 지킴이로 사회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법무법인 한결 미국변호사)의 얘기다. 영문학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그리고 40살에 미국으로 넘어가 로스쿨에 입학하고 변호사 생활에 보람을 느껴왔던 선 이사장은 “한국인권재단에서도 국민 모두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에 대한 연구 및 교육을 하며 변호사란 직업과 마찬가지로 일이 주는 삶의 기쁨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그가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결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는 영하의 추위를 잊게 만드는 따뜻한 메시지로 훈훈했다.


-인권은 ‘역지사지’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몇 개월 전 보도블럭에 발이 끼어 발목에 금이 가 깁스를 하게 됐다. 그 기간 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절실하게 느꼈다. 계단이나 턱을 오르고 전철을 타는 모든 것들이 너무 힘들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더라. 특히 회전문이 무서웠는데 장애인들을 위해 천천히 회전하게 하는 버튼이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하면 버튼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얼마전 지역단체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경험담을 얘기했다. 그리고 장애인 택시, 통행료 문제 등에 대해 건의를 했다. 장애인 택시의 경우 이용률이 낮다고 하는데 장애인들이 제대로 쓸 수 없어서 포기하니 이용률이 낮은 것이다. 수원시의 경우 장애인 콜택시 법정대수의 200%를 하고 있는데 택시가 모자란다. 또한 통행료도 만만치 않은데 해결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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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법무법인 한결 미국변호사)는 “세계적으로 ‘기업과 인권(Business and Human Rights)’은 중요한 사안”이라며 “실제로 제품을 만들 때, 소비할 때, 폐기할 때, 유통할 때 등 각 단계별 인권지표가 있는데 이러한 인권경영 지표가 높은 회사들이 경영성과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기업과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키려고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사진=양윤모 기자)
 

-한국인권재단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나.

“한국인권재단은 유엔(UN) 인권선언 50주년 행사를 준비했던 민간위원들이 모여서 발전이 되었다. 인권 연구 및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과 현안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과 논의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보는 등 UN이 권고하는 민간재단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재단에서 약 10년간 몸담으면서 많은 활동을 했는데 가장 발전적인 점은 인권의 지평이 좀 넓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인권재단하면 제주인권회의가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한국사회의 다양한 인권문제를 한 곳에 모아놓고 활동가, 학자, 정책입안자들이 참석해 솔루션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아젠다를 면밀히 살펴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안건들이 많다. 특히 재단에서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 ‘기업과 인권(Business and Human Rights)’이다. 기업과 인권은 ‘사업장 내 인권’, ‘회사가 일하고 있는 지역 기반의 인권’, ‘소비자의 인권’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실제로 제품을 만들 때, 소비할 때, 폐기할 때, 유통할 때 등 각 단계별 인권지표가 있는데 이러한 인권경영 지표가 높은 회사들이 경영성과도 높다. 국내에서도 기업과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키려고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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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법무법인 한결 미국변호사)은 “기업의 인권침해를 진정할 수 있는 국내연락사무소(NCP, National Contract Point)에 진정사건은 지난 3년간 접수된 9건만 공개하고 진정사건 처리도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다고 평가받는 등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라며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및 국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기업과 인권’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전환, 또한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풀뿌리 인권의 실천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사진=양윤모 기자)

-기업과 인권에 관련해 이해하기 쉬운 사례가 있을까.


“최근 인도에 제철소 설립을 포기한 포스코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포스코는 인도의 각 지역에서 조달한 철광석을 녹여 쇳물과 열연강판을 만드는 일관 제철소를 오다샤 주에 설립할 계획이었다. 지난 2005년 오디샤 주 정부와 제철소 부지, 철광석 채굴권, 전용항만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환경 훼손 등을 내세운 주민 반대로 12년 동안 착공이 미뤄졌던 것이다. 인도 당국은 당시 공권력을 투입해 평화적으로 저항하던 주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강제 토지수용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측은 주민들의 인권 탄압과 포스코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인권단체들에 표적대상이 되었다. 물론 포스코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말하지만 그 당시 포스코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이 최소한 인권친화적 정책을 지자체나 국가에게 주문할 수 있다. 인권경영지표로 따졌을 때는 ‘커뮤니티 인권’인데 현대의 기업과 인권에서는 자신의 영향권이 미치는 영역이 작업장, 직장만이 아닌 것, 즉 ‘스피어’라고 표현한다.” 

 


-인권에 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중요해 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부탁한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으로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노동, 환경문제 예방 및 구제에 대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의 인권침해를 진정할 수 있는 국내연락사무소(NCP·National Contract Point)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의 NCP는 진정사건도 지난 3년간 접수된 9건만 공개하고 진정사건 처리도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다고 평가받는 등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포항제철 인도 제철소 사안도 NCP에 진정을 한 것으로 안다. 시민단체들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21건의 진정이 제출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약 절반이 지난 3년에 제출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진정 사건이 계속 늘어나리라고 예상된다. NCP 절차는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가 조정이나 시정권고와 같은 구제조치를 제공하는 의미있는 제도인데 기업과 시민들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및 국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기업과 인권’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전환, 또한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풀뿌리 인권의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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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라 한국인권재단 이사장(법무법인 한결 미국변호사)는 “발목에 금이 가 깁스를 착용하는 동안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며 “장애인 택시, 통행료 문제 등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양윤모 기자)
 

◇선미라 이사장은…


△고려대학교 영문학 학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베이커스필드 영문학 석사 (California State University, Bakersfield Graduate School) △고려대 대학원 영문학 박사 △뉴욕시립대로스쿨(City University of New York School of Law(J.D.))△ 이, 조&브런스틴 (Yi Cho & Brunstein) LLC 변호사 △대통령비서실 해외언론비서관(2005~2007) △현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법무법인(유)한결 미국변호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국회 윤리자문심사위원회 위원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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