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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채용하면 그대로 채용할 것이지 임시사원은 뭐예요? 2016 대한민국을 투영한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풍자와 아이러니로 현대인을 투시하다

입력 2016-04-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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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극단)

 

<미생>의 계약직 사원  ‘장그래’가 있기 전에 <국물 있사옵니다>의 임시사원  ‘김상범’이 있었다.

 

대한민국 현대 희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는  1960년대에 쓰여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2016년 대한민국의 세태를  꼬집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를  위해  내달리는  김상범의  모습은 한때 직장인이었던, 지금 직장인인, 언젠가 직장인이 될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은 6일 개막을 앞둔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이다.

 

1966년 양광남의 연출로 민중극단에 의해 초연된 바 있는 <국물 있사옵니다>는 독특한 화술과 빠른 템포가 특징인 세태풍자극으로, 리얼리즘의 흐름에서 벗어난 서사극 기법 도입과 다양한 형식 실험 등 혁신을 꿈꾸던 이근삼 만의 희극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66년  발표  및  초연  된 이  작품은  상식常識대로  살고자  했던  평범平凡한  샐러리맨  상범常凡의  세속적인 출세기를 통해  1960년대 후반 산업화 사회의 세태와 모순을 통렬하게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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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극단)

 

마냥 정직하게 살아온 샐러리맨 김상범. 남에게 피해 한 번 끼쳐본 적 없는 어리숙한 사람이지만, 정작 손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그의 몫이다. 어느 날 그는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처세술인 ‘새 상식’에 눈을 뜨고, 상사를 모함하는 등 저돌적으로 행동한다. 비상식적일 정도로 과격해진 김상범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한편으로 씁쓸함을 남긴다. 희극적 웃음 속에 흐르는 인생의 비극성을 강조한 이근삼의 작가정신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새로운 양식과 형식의 실험을 지향하는 연출가 서충식은 풍자와 아이러니로 현대인을 투시하여, 2016년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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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충식 연출가(사진=국립극단)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집요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서충식의 시선이 돋보인다.

 

서충식 연출은  ‘현대적으로 희곡을 각색하면 더 날선 비극이 되겠지만, 현대사회의  비애를  담고  있으면서도  낭만과  멋이  느껴지는  작품의  시대를  그대로  가져와 관객들로  하여금  50년의  격차를  느껴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연극  <겨울이야기>  등에서  늘  새로운  도전으로  무대 디자인의 지평을 넓혀 온 박동우는 작품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계단을 형상화한 무대로  상범의  성공을  향한  욕구를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극  중  배경으로  흐르는 1960년대의  유쾌하고  건전한  대중가요는  출세가도를  달리면서  점점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주인공의 모습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4월 6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2016년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새롭게  합류한  박완규는  순진한  임시사원부터  새  상식에  눈을 뜬 뒤 맹렬한 기세로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김상범 역과 해설자 역할을 겸하며,  2시간 내내  무대를  지킨다.  배우 유순웅, 이선주, 유연수, 김정호, 이종무, 김희창, 박지아, 임영준, 우정원, 황선화가 출연한다.

 

한편,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은  2016년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일환으로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 김영수의  <혈맥>, 함세덕의  <산허구리> 등 세 편의 근현대극을 제작한다. 지난해에는 오영진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김우진의  <이영녀>,  유치진의  <토막土幕>을 선 보인 바 있다.

 

<국물 있사옵니다> 예술가와의 대화는 4월  10일(일) 공연 후에 열릴 예정이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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