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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충격] 초유의 브렉시트 결정, EU탈퇴파가 승리한 이유

입력 2016-06-2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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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tain EU <YONHAP NO-2591> (AP)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승리하자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가 24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 나이절 패라지 당수는 브렉시트를 지지해왔다. (AP=연합)

 

전세계가 숨죽이며 바라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개표 당일 잔류와 탈퇴가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며 혼전양상을 보이는 동안 전세계 금융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설마’하며 지켜본 이들은 영국인들의 EU 탈퇴 선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와 세계 지도자들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왜 EU 탈퇴를 선택했을까.

영국 BBC방송 등 현지언론의 분석을 통해 영국인들이 EU 탈퇴 결정에 이르게 된 배경을 알아보자. 

AFP
브렉시트 결정 직후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했다. 사진은 구겨진 영국 파운드화 지폐의 모습. (AFP=연합)

 

◇경제 타격 경고의 역효과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가난해질 수 있다는 EU 잔류파의 경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영국산업연맹(CBI)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영국재정연구소(IFS) 등 전문가그룹이 차례대로 EU를 탈퇴하면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실업률이 올라가며 파운드화 급락, 영국의 비즈니스는 EU 밖의 무인지대에 내던져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영란은행(BOE)은 경기 침체 우려를 나타냈고 재무부는 소득세 증세가 필요하며 국민의료서비스(NHS)와 교육비 및 국방비의 삭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탈톼파들은 탈퇴 영향을 모욕적으로 말하는 것은 사리사욕으로 영국을 비판하는 무책임하고 부유한 엘리트라고 일축했다.

BBC는 많은 영국인들이 경제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무시한 것은 50년 가까이 EU 회원국으로서 혜택을 느끼기 보다는 방치된 것을 느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BREXIT BUS
브렉시트 캠페인 슬로건이 쓰여진 버스. (트위터 캡처)

◇쉽고 빠르게 유권자를 끌어당긴 반대파의 슬로건

“우리는 EU에 매주 3억5000만파운드(약 5603억원)를 내고 있다. 이것을 우리 NHS에 쓰자.”

국가가 매주 부담하는 거액의 EU 분담금을 영국민 자신들을 위해 쓰자는 탈퇴파의 이 슬로건은 다양한 연령과 정치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을 ‘탈퇴 진영’으로 끌어당기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재무부 특별위원회가 이 수치에 이의를 제기했고 영국 통계청은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 슬로건은 유권자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어 국민투표 캠페인에서 다뤄진 많은 숫자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으로 꼽혔다.

◇탈퇴파 비장의 카드 ‘이민자’

탈퇴파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중요한 쟁점을 알고 있었다.

그 비장의 카드인 ‘이민문제’는 국가와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보다 큰 문제로 이어졌으며 특히 저소득층 유권자들에게 유효했다.

영국으로 오는 이민자 숫자와 그 사회적 영향에 대한 지난 10년간의 우려와 향후 20년간 어떻게 될지에 대한 우려는 예상외로 폭 넓고 깊숙하게 침투하고 있었던 것을 이번 투표결과에서 나타났다.

탈퇴 캠페인 측이 사용한 언어 표현이나 포스터 이미지들은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자신의 나라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국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탈퇴파의 주장은 영국인들에게 널리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총리 말을 듣지 않게 된 국민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10년 동안 승승장구했으나 결국 그의 정치 생명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운이 다하고 말았다.

그는 잔류 캠페인의 중심에서 투표 결과에 자신의 정치생명과 개인적 평판을 걸었다.

EU와 영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자신의 능력을 강조해온 그가 9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EU에서 얻은 양보의 내용이 보수당 내 EU 회의주의에 의해 묵살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EU 개혁안만으로는 영국민들을 설득하고 EU 잔류에 대한 열변을 토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캐머런 총리는 끊임없이 보수당 내에서도 많은 저항을 당했으며 노동당 지지자들과 부동층도 설득하지 못했다.

◇유권자와 공감하지 못한 노동당

잔류파가 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노동당 지지자들의 투표가 필요했다. 하지만 노동당 지지자들은 투표를 하지 않았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를 비판하는 이들은 EU를 적당히 지원하는 그의 미온적인 태도가 잔류 캠페인 전체에 침투해버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강조한 ‘사회주의 유럽(social Europe)’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Britain EU <YONHAP NO-4046> (AP)
브렉시트 캠페인을 이끄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 캠페인 본부에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P=연합)

 

◇거물들의 등장…보리스 존슨·마이클 고브

각료 일부가 브렉시트를 지지한 것은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탈퇴 움직임이 단번에 가속화된 것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현 하원의원)의 탈퇴 지지 선언이 계기가 됐다.

두 명의 거물은 브렉시트 캠페인을 위해 적재적소에서 활약했다. 존슨 전 시장은 마치 보병처럼 ‘탈퇴에 투표를’이라고 쓰인 버스로 전국을 종횡무진 유세하면서 곳곳의 술집에서 맥주 한잔과 고기 파이를 한입 베어 물고 다녔다.

고브 장관은 탈퇴 후의 ‘메니페스토’ 개발에 협력하며 스카이뉴스와 BBC 국민투표 특집방송으로 영국민들 앞에 등장했다.

이들 외에도 나이절 패라지 UKIP 당수는 EU 회의주의 ‘얼굴’로 많은 이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원동력이 됐다.

◇‘EU 탈퇴’에 표 던진 노인층

노인층은 탈퇴파 승리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특히 잉글랜드 남부, 남동부, 중부와 북동부에서 그렇다.

연령이 높을수록 투표하는 경향이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5년 총선에서는 65세 이상의 투표율이 78%였던 것에 비해 29~24세는 43%, 25~34세는 54%였다.

또한 55세 이상의 탈퇴 지지율은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높았다. 65세 이상 연령대에서 5명 중 3명이 탈퇴를 지지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겹쳐 투표 결과를 만든 셈이다.

세대별 투표 행동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앞으로도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질적인 유럽과 영국의 관계

EU와 영국의 관계는 단순한 적이 없었다.

영국이 1973년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하는 것도 수년이 걸렸으며, 2년 만에 다시 EC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한 1975년 시점에도 많은 영국인들이 마지못해 또는 경제적 이유에서 지지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영국의 EU 가입을 찬성한 이들의 애매했던 태도가 나중에 명백한 적대감으로 바뀌었다. 영국 정치가들과 현지 언론들 사이에서는 EU에 대한 회의주의가 수십 년간 진행돼 왔다.

결국 영국인들의 탈퇴에 대한 투표는 영국의 정치·경제의 미래에 대한 그들의 의견 표명인 동시에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의견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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