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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정욱진이 전하는 ‘더데빌’ 고훈정·장승조·송용진, '어쩌면 해피엔딩' 링거투혼 그리고 개과천선?

'더데빌'을 할 수 있게 한 '트레이스유', X-화이트 고훈정, X-블랙 장승조, 파우스트 송용진
'어쩌면 해피엔딩'을 함께 한 전미도, 고훈정 그리고 선물

입력 2017-02-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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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정욱진 인터뷰19
뮤지컬 ‘더데빌’의 존 파우스트 정욱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착해보인다는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어요.”

뮤지컬 ‘더데빌’의 이지나 연출도 옆에 앉는 것만으로 “선한 기운이 막 몰려온다”고 표현한 정욱진은 선한 이미지의 배우다.

현재 공연 중인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주인 제임스(고훈정·성완종, 이하 가나다 순)를 마냥 기다리는 헬퍼봇 올리버(정욱진·김재범·정문성)가 그렇고 부평문화재단의 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에서 꿈을 좇는 용생이 그랬다. ‘유린타운’의 정의로운 바비 스트롱도, 뇌경변장애를 가지고도 사랑할 줄 알았던 ‘선물’의 우람도, ‘원스’의 안드레이도 그랬다.


‘더데빌’ 파우스트 자근자근 디테일한 연기에 목마른 저를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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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트레이스유’의 정욱진.(사진=‘트레이스유’ 트위터)

“아무래도 착한 캐릭터 연기를 많이 했어요. 그건 제가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거나 기대하는 이미지죠. 하지만 사람은 수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잖아요. 재밌으려고 연기를 하는데…착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당연히 좋죠. 하지만 계속 하다 보면 재미가 떨어져요. 자근자근 디테일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19금 코드의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과 심리 스릴러 ‘쓰릴미’, ‘트레이스유’ 등에 출연했다.

“착한 역할을 하면 어둡거나 웃기거나 특이한 역할이 하고 싶고, 어둡거나 다른 결의 극들을 하다보면 또 착한 역할을 하고 싶고 그래요. 착한 역할을 연기하다보면 그 인물로 살려고 노력하게 되고 진짜 착해지는 면이 있거든요.”

‘트레이스유’ 이후 ‘선물’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연달아 선한 캐릭터로 무대에 오르면서 목말랐던 다른 연기에 대한 갈증은 뮤지컬 ‘더데빌’(2월 14~4월 30일 드림아트센터 1관) 도전으로 이어졌다.

‘더데빌’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Black Monday, 월 스트리트에서 하루 만에 다우존스 공업주 평균이 508포인트, 비율로는 22.6% 폭락한 사건)로 재해석한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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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에서 존 파우스트를 연기할 정욱진.(사진제공=알앤디웍스)

이 작품에서 정욱진은 존 파우스트(송용진 더블캐스팅)로 X-화이트(고훈정·임병근·조형균), X-블랙(박영수·이충주·장승조), 그레첸(리사·이예은·이하나)과 호흡을 맞춘다. 선과 악으로 상징되는 신들인 X-화이트·블랙의 내기에 휘둘리며 악한 기운에 물들어 가는 인물이다. 폭력, 황금만능, 몰양심 등을 행하면서도 양심의 소리와 내면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인간으로 어둡고 음습하며 악한 기운이 충만한 캐릭터다.

“연출님이 (저를) 너무 착하게만 생각하셔서 (악한)마음을 좀 숨기고 있어요. 부끄러움이 좀 많아서….”

2015년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함께 했던 최재웅이 무표정하게 던진 “부끄러움이 좀 많아서…”라는 대꾸에 박장대소를 하다 중독돼 지금까지 쓰고 있다며 쑥스럽게도 웃는다.


◇튼튼한 성대 고훈정, 악마美 장승조, 록커 송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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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블랙 장승조.(사진=브릿지경제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X들은 색이 워낙 달라요. 발성도 다르죠. 어떤 분은 성악적이고 어떤 분은 록적이고….”

성악적인 발성의 고훈정,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조형균, 록적인 장승조와 송용진 등 ‘더데빌’ 배우들은 그 캐릭터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목소리와 매력의 소유자들이다.

“(장)승조 형은 날카롭고 록적인 소리를 내요. 이지나 연출님도 말씀하셨지만 승조 형은 정말 악마 같이 생겼어요. 속은 정말 천사거든요. 그런데 그걸 형이 알더라고요. 스스로 악마미(美)가 있다는 걸. 자기 매력을 자기가 아는 사람이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건강하고 튼튼한 성대를 가졌다는 고훈정에 대해 정욱진은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오히려 제가 형 머리를 쓰다듬고 싶을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훈정이 형도 날카롭게 생겼죠. 속은 참 착하고 여린데. 턱이 날카로워지는 만큼 더 세게 보여요. 2년 넘게 탄수화물을 끊으면서 예민덩어리가 돼 버렸죠. 형 말로는 목이 튼튼해진 것도 탄수화물을 끊어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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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X-화이트 고훈정.(사진=브릿지경제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존 파우스트로 더블캐스팅된 송용진은 2014년 ‘더데빌’ 초연에서도 같은 역을 연기했던 배우다. 타고난 록 창법에 정욱진은 “많이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저도 클럽 드바이(뮤지컬 ‘트레이스유’의 배경)에서 두달 반을 록밴드 메인보컬로 활동했는데 아직은 좀 부끄러움 중이에요. 록 스피릿을 살려내려고 노력하고 있죠.”


◇링거 투혼 정욱진·전미도, 에너자이저(?) 고훈정, 어쩌면 해피엔딩? 진짜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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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클레어 역의 전미도.(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 네오프러덕션)

 

“제가 미도 누나를 정말 좋아해요. 미도 누나도 전형적으로 착하고 소녀이미지에 여린 역할을 할 때 정말 빛이 나잖아요.”

뮤지컬 ‘원스’(2014~2015)에서 함께 했던 전미도에 대해 정욱진은 “멋있다”고 했다. 연극 ‘메피스토’에서 파우스트를 파멸의 길로 이끄는 악마 메피스토를 연기하는 전미도를 보고부터였다. 이후로도 전미도는 ‘어쩌면 해피엔딩’ ‘원스’ ‘썸걸즈’ 등을 비롯해 정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토드’ 등의 무대에 올랐다.

“‘메피스토’를 할 때 자기 전까지 메피스토에 대해서만 고민을 하다 잠이 들었는데 문득 괜찮은 괴물소리가 떠올라 남편분을 깨워서 소리를 내고 그랬대요. 그런 인물에 대한 누나의 집착이 너무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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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존 파우스트 정욱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렇게 ‘멋있는’ 누나 전미도와 ‘더데빌’에서도 함께 무대에 오를 고훈정은 현재 공연 중인 ‘어쩌면 해피엔딩’의 내부리딩부터 본공연까지를 함께 준비했다.

“준비하는 내내 세명이 다 바빴어요. 안되는 스케줄을 모아 모아서 밤에 연습하고 그랬죠.

 

리딩공연(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낭독공연)을 할 때는 정욱진이 ‘유린타운’을 할 때였다.

 

주인공으로는 처음 큰 극장에 서다보니 의욕이 넘쳐 목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급기야 리딩공연 바로 전 이비인후과에서 링거를 맞고 무대에 올랐다. 

 

쇼케이스(본 공연 전 관계자나 관객에게 먼저 선보이는 공연) 때는 ‘맨 오브 라만차’를 하던 미도 누나가 링거 투혼을 했죠. 그때도 수다쟁이 (고)훈정이 형은 목이 튼튼했어요.”

그렇게 어렵게 준비한 ‘어쩌면 해피엔딩’ 리딩공연부터 세 배우는 감동했고 눈물로 1년을 넘게 보냈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공연하다보니 오히려 더 기억에 남나 봐요. 애틋하기도 하고. 쇼케이스 때 목이 안좋아 링거를 맞고 공연을 준비하는 미도 누나가 너무 안쓰러워서 목에 좋은 것도 가져다주고 챙기면서 연기가 절로 됐어요. 낡아가는 미도 누나 로봇(클레어)을 옆에서 제가(올리버) 고치고 살리려고 애쓰다 헤어지는 게 ‘어쩌면 해피엔딩’ 스토리거든요. 미도 누나가 너무 클레어로 보였죠. 저희 3명 다 그걸 못 잊고 있어요.”

그렇게 아련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정욱진·전미도·고훈정을 비롯해 김재범·정문성, 이지숙·최수진, 성완종 등의 합류로 진짜 해피엔딩으로 향하고 있다.


◇록밴드 보컬에 도취됐던 ‘트레이스유’, 새로운 경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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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선물’의 정욱진.(사진제공=벨라뮤즈)

 

“‘트레이스유’를 안했었다면 ‘더데빌’도 못했을 거예요. 록뮤지컬인데다 태어나 처음으로 탈색도 해보고 옷도 막 찢어서 입고…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도 모르고 상태에서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죠.”

틀을 깨는 재미에 푹 빠졌던 ‘트레이스유’ 당시의 정욱진은 극중 록밴드 보컬이던 구본하처럼 거칠고 도발적이었으며 허세와 자만심으로 충만했었다.

“관객분들도 너무 환호를 해주시니까 완전 도취돼 있었죠. 게다가 제가 가진 이미지 뒤에 있는 이면을 정당하게 무대에서 표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죠. 그런 상태에서 ‘선물’ 대본을 받았는데 뇌경변장애인인 거예요. 너무 고민이 됐어요. 엄청 겁이 났죠.”

출연 수락을 하고도 며칠 잠도 못자고 고민했단다. 첫 연극 출연인데다 대학로 공연가의 중심에서 한참은 떨어진 소극장이었다.

“제 이미지로 할 수 있는 작품은 연습실에 가는 게 그렇게 두렵진 않아요. 사실 ‘더데빌’도 아직은 연습실 가는 게 좀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또 닥치면 할 수 있는 힘이 나오더라고요.”

그에게 매일 ‘선물’의 모든 배우와 연출, 스태프들이 모여 연습을 하고 누군가 사온 도넛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밤들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뮤지컬 ‘들풀’ 등으로 ‘당신’들과 색다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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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의 정욱진.(사진제공=쇼앤라이프)

“부평문화재단에서 한 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했어요. 제목의 ‘당신’은 1960년대 청춘을 보낸 분들로, 그들을 위한 공연이었죠.”

공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무대에 주로 섰던 정욱진에게 5, 60대 관객층과의 상호작용은 색다른 재미였다. 

“‘러브 미 텐더’를 비롯해 냇킹콜, 투영, 엘비스 프레슬리 등의 올드팝을 영어로 노래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단 6번 공연한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로 아련한 향수를 맛본 정욱진에게 가장 뜨거웠던 작품은 ‘들풀’이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25주년 기념작으로 동학농민운동 120주년을 맞아 창작된 뮤지컬이었다.

“30명 배우들이 밥값과 거마비만 받고 참여했어요. 엄청 무겁고 큰 죽창을 들고 배우들이 붕대를 감아 직접 짚신을 지어 신고 정말 힘들었지만 가장 뜨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죠.”


◇사고 좀 치던(?) 17세 소년, “허리디스크로 개과천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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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데빌’의 존 파우스트 정욱진.(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고등학교 때 무거운 걸 들다가 허리를 다쳤어요. 그래서 군복무도 공익근무요원이었고 연습하던 ‘번지점프를 하다’도 하차했죠.”

그의 말대로 “비만 오면 그렇게 쑤신다”는 허리디스크는 17세부터 고질병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허리디스크를 앓으면서 개과천선했다.” 

 

그 전까지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게임에 빠져 부모의 월급봉투에 손을 대거나 연기재능을 살려 거짓말도 곧잘 하는 은근 문제아였다.

“아빠는 절대 절 때리지 않으시는데 두번 정도 엄청 맞기도 했어요. 워낙 욱하는 성격에 혈기왕성한 나이다 보니 ‘완벽한 냄비’였어요. 그러다 허리를 다치고 보니 나쁜 짓은 할 엄두도 안나더라고요. 우선 살아야 했으니까요.”

앉아있기도 힘들어 서서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했고 시험도 사물함에 방석을 깔아놓고 엎드려 치러야할 정도였다.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서서 공부를 하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는데 노는 애들도 있고 조는 애도 있고 공부하는 애들도 있고…그걸 보는데 너무 서러운 거예요. 그래서 엄청 울었어요.”

그렇게 고통에 서러워져 울기를 반복하는 고교시절을 보내면서 깨달음을 얻었고 어른이 됐단다.

“저희 엄마도 심지어 허리디스크예요. 제가 어렸을 때 수술을 하고 반년 넘게 누워만 계셨죠. 크게 내색하시지는 않았지만 그 고통을 아는 엄마가 아파서 우는 혈기왕성한 고등학생 아들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겠어요. 허리는 사람의 중심이잖아요. 그 중심을 잘 잡으려면 나쁜 짓을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그의 목표는 ‘매일 매일 착해지기’가 됐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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