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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에게 대학생으로서의 삶은 너무 비쌉니다"

대학생 금융생활협동조합 '키다리은행' 전국 대학가로 확산

입력 2018-03-15 15:53 | 신문게재 2018-03-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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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그룹 창립총회
한양대 학생들이 설립한 금융생활협동조합 키다리은행이 타 대학들로 확산돼 키다리그룹이 탄생했다. 사진은 지나해 열린 키다리그룹 창립총회 모습. (사진제공=키다리은행)

 

우리나라 4년제 대학생 약 30%는 학비와 생활비가 부족해 평균 258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만 여명의 청년들이 1년치 연봉에 이르는 빚을 지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특히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비 체불, 휴대폰 분실, 안경 파손 등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 닥치면 고금리의 사금융을 찾아나서는 형편이다.

빈부 격차는 대학 캠퍼스도 예외가 아니다. 캠퍼스 밖 사회가 경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자조와 협동에 기반한 경제조직으로 협동조합을 주목하기 시작했듯이,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경제난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조(自助) 조직으로 금융생활협동조합인 ‘키다리은행’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2015년 11월 한양대에서 시작된 키다리은행은 지난해까지 서울시립대, 단국대 천안캠퍼스, 건국대 학생들 사이로 확산됐으며 올해 몇 개 대학에서 더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키다리은행은 교내 창업보육센터에 사업장을 마련했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등록하고 싶었지만, 금융업종은 협동조합에서 제외돼 있는 규정에 따라 임의단체로 등록돼 있다. 운영은 협동조합 기본 원칙을 따른다.

키다리은행은 ‘협동조합의 이해’라는 과목을 이수한 학생 3~4명이 뜻을 모아 대자보를 붙이면서 시작됐다. 30명이 모였고, 240만 원이 출자됐다. 출범 이후, 급전이 필요하거나 뜻에 공감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출자금은 1300만 원까지 늘었지만 2월에 졸업한 학생들이 조합을 떠나면서 현재는 900만원이 출자 총액이다.

키다리은행은 그동안 급전이 필요한 90여 명에게 2400만원을 대출해 줬다. 키다리은행은 자원봉사 학생들이 금융심사국, 사업국, 운영사무국으로 편재돼 운영하며,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조합 가입비 1만 원과 상환지연이자와 한양대 창업지원단의 창업동아리 지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양대 학생들의 이 자조 조직에 사회적금융 기관인 신용협동조합도 힘을 더했다. 북서울신협은 이들의 멘토로서 금융 기관 운영 노하우와 지원금에 이어, 2016년 4월에는 정식 협약을 맺고 금융기관간 이체 수수료 전액을 감면해줬다. 이러한 북서울신협의 지원에 힘입어 타 대학들에서도 키다리은행이 생겨나면서 키다리은행 중앙회(의장 김동환, 한양대 전 이사장)가 탄생했으며 전국 대학 금융조합으로의 확산을 앞두고 있다.

신협뿐만 아니라 각종 단체와 기관들도 이들을 주목하고 격려했다. 2016년 환경재단으로부터 ‘세상을 밝게 만드는 사람들’상 수상을 시작으로, 서울대학교가 주최한 스마트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소셜벤처 부문 은상에 선정돼 벤처기업협회장상을 받았다. 서울시와 성동구청에서도 다수의 포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이들은 임의단체라는 애매한 성격을 지우고 하루 빨리 신용협동조합으로 등록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김동환 군(경영학과 3년)은 “기숙사 보증금이 없어 고시원에 가는 학생들이 많다. 보증금만이라도 지원할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며 “협동조합으로 정식 등록하면 위탁기금을 운영할 수 있고, 대학 전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한양대 신용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키다리은행은 3월 개강 이후 신입생 조합원 모집 홍보활동과 학생들의 목돈 마련을 후원하는 제2차 꿈키높이 통장 프로젝트를 카카오와 실시하고 있다. 


김동홍 기자 khw09092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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