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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그해, 여름손님'과 사랑에 빠지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으로 국내 2017년 출간
올해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으로 인기 수직상승

입력 2018-03-23 07:00 | 신문게재 2018-03-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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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1983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열일곱 소년이 별장에서 만난 스물네살 청년에 빠지는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전 세계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79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안드레 애치먼이 지난 2007년 출간한 소설에서 출발한다.

발표 당시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등 해외 유력 매체에서 앞다투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돼 큰 인기를 모았다. 첫사랑 기억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는 당연하게도 ‘살 만큼 살고 할 만큼 해봤을’ 거장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 원작 ‘그해 여름, 손님’의 각색은 내년에 아흔살을 앞둔 제임스 아이보리가 맡았다.


◇첫사랑 문학에 고전으로 남을 수작

 

그해여름과 영화포스터1
그해, 여름 손님 | 안드레 애치먼 저/정지현 역 | 1만6800원|(사진제공= 도서출판 잔)

저자 안드레 애치먼은 ‘그해, 여름 손님’을 쓸 당시 소감을 서문에 밝히고 있다. 그는 “사랑에 빠진 듯 글을 썼다. 평상시라면 좀처럼 쓰지 않았을 방향으로 글이 나를 이끌어 갔다”며 완성된 글을 보고 스스로도 믿지 못할 부분이 많다고 적었다. 2007년 초 해외에서 출간됐을 당시 해외 유력매체들은 ‘첫사랑 문학 분야의 고전으로 남을 명작’, ‘섹시한 소설이 나타났다’ 등의 극찬을 쏟아냈다. 남자들 간의 러브 스토리임에도 성별,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오롯이 ‘첫사랑’에 대한 감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열광했다. 작가가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쓴 터라 생동감 넘치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주인공은 교수 아버지를 둔 열일곱 소년 엘리오다. 매년 오는 여름 손님들 사이에서 마추진 7살 연상의 올리버에 한눈에 반한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길지 고백할지를 한 달 가까이 고민한다. 작곡공부를 하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책 속에는 브람스, 바흐, 리스트 등 유명한 음악가의 곡들이 이 불완전하고 치열한 감정을 대신한다. 고백을 거부 당했을 경우의 상상, 서로를 탐색하며 생기는 오해, 시선 한번을 마주쳤을 뿐인데도 느끼는 기쁨은 1부 ‘나중이 아니면 언제’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책의 화자인 엘리오는 2부에 가서야 서로의 육체를 통해 환희의 절정을 맛본다. 농밀한 감정은 차고 넘치지만 결코 야하지 않다. 이탈리아어가 가진 특유의 유쾌함은 프랑스어와 다른 섹시함을 갖췄다. 책의 몇몇 문장들은 번역됐음에도 원어의 맛을 그대로 실려 독자들에게 실감나는 분위기와 상황을 더한다.


◇원작을 보면 영화를, 영화를 보게되면 책을 읽게되는 마법

그해여름과 영화포스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소니픽쳐스)

‘그해, 여름 손님’에서 감정을 확인하는 ‘2부 모네의 언덕’에는 환희와 곧 다가오는 이별을 통해 성숙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이들의 뒷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 22일 개봉해 온라인 상에서 영화 관람 전 필독서로 꼽힐 만큼 원작과 영화 버전의 각기 다른 엔딩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출간을 담당한 도서출판 잔 관계자는 “영화가 주는 뜨거운 햇살 혹은 지중해 여름 공기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느꼈다면 원작소설 ‘그해, 여름 손님’에서는 영화에 담지 않은 주인공의 절절한 속마음과 영화 결말 그 후 가슴 저린 두 사람의 마지막을 담았다”고 전했다.

제임스 아이보리는 수상소감으로 평등과 조건 없는 사랑을 말했다. “우리 모두는 동성애든 이성애든 그 사이 어딘가의 사랑이든 첫사랑의 아픔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것은 아마도 영화 속 주인공의 부모님이 보여준 내리사랑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안드레 애치먼은 우리가 모두 겪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써주셨다.”

현재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미처 담아내지 못한 소설 속 이야기들을 그릴 후속편 제작에 긍정적으로 뜻을 밝힌 상태다. 영화를 본 사람이나 책만 읽은 사람이나 모두가 아는 그 단어가 바로 그 가능성에 현실성을 더한다. ‘나중에’.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당장 서점에서 읽어보기 바란다. 이 단어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을 고백했던 말처럼 그리움을 정의하는 또 다른 단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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