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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마약왕' 송강호 "뒤틀린 욕망, 마약처럼 중독"

[Hot People] <189>영화 '마약왕' 송강호·'PMC:더 벙커' 하정우

입력 2019-01-08 07:00 | 신문게재 2019-01-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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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배우’ 송강호·하정우가 나란히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송강호의 ‘마약왕’과 하정우의 ‘PMC: 더 벙커’는 충무로를 이끄는 남자배우가 출연한다는 공통점과 한국영화계의 새 장을 연 우민호·김병우 감독 신작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마약왕’은 1970년대 실존했던 마약밀매업자의 일대기를, ‘PMC:더 벙커’는 몇 년 후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군사기밀 작전을 다룬다. 뚜껑을 연 결과물은 아쉽게도 이름값에 걸맞는 흥행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그들이 말하는 ‘나의 영화, 나의 인생’을 들어봤다.

 

 

◇ ‘마약왕’ 송강호 “마약을 다루지만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다룬다는 점이 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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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특유의 선한 이미지와 광기에 빠진 역할을 동시에 오가며 ‘마약왕’의 완성도를 더했다. (사진제공=쇼박스)

#Scene1


약간의 일어실력과 금세공기술을 가진 이두삼은 평범한 가장이다. 하지만 남다른 눈썰미와 특유의 배포로 밥솥과 시계만 밀매하던 과거를 지우고 직접 마약 밀매에 나서며 일약 ‘큰 손’으로 떠오른다. 사촌동생과 여동생, 아내를 통한 물밑작업으로 기반을 다진 그는 ‘일본에 뽕을 파는 게 애국’이라는 사명감이 투철하다.

“마약을 팔지만 애국으로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인물을 맡았어요. 배우로서는 도전적인 영화였죠.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고 리얼하게 해야하나 싶은 장면들이 많았으니까요. 실제로 안기부에 끌려가 거꾸로 매달려 맞는 장면은 이두삼의 삶에 원동력으로 ‘증오심’이 있었기 때문에 허투루 할 수 없는 신이었지만 얼마나 힘들던지….”



-연극을 떠올리게 하는 ‘마약왕’

“젊었을 때 연극할 때가 많이 생각났어요. 좋은 연기란 개인의 역량도 있지만 상대방과의 앙상블이라고 배웠습니다. 스승님들이 ‘관객들은 네 연기와 대사를 들으러 오는 게 아니라 대사와 대사 사이를 보러 온다’고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된 작품이죠. 게다가 감독의 전작인 ‘내부자들’을 너무 재미있게 봤기에 러브콜을 마다할 수 없었어요. 



-‘반칙왕’ ‘마약왕’ 다음은?

“댓글을 자주 확인하는 편인데 ‘반칙왕과 마약왕을 했으니 다음엔 송강호가 뭘 할까?’라는 글이 참 반가웠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도 겪었고…지난 20년의 세월이 반추되더라고요. 영화는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이 모두 만드는 예술장르입니다. 무리하게 산업화되면서 없어지는 것들만 아니라면 영원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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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장에서 밀매업자의 ‘큰 손’으로 거듭나는 한 인간의 파멸을 그린 영화 ‘마약왕’. (사진제공=쇼박스)

 

#Scene2

바닥을 통해 성장한 만큼 국가차원의 인맥이 최고라고 생각한 이두삼은 황금라인을 잡기위해 로비스트인 김정아(배두나)에게 접근해 연인사이로 발전한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마약을 유통하면서 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업계의 철칙인 ‘뽕쟁이가 마약하면 망한다’에 그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솔직히 한국영화에서 잘 볼 수 없는 연출방식이라 끌렸어요. 전반부는 좀 유쾌하다가 후반부에 묵직하게 끌어가는 지점이 배우로서 흥미롭더라고요. 마약을 하는 장면은 상상력을 총동원한 작업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한 세대였어요. 이두삼 역시 분명 나쁘지만 초심만큼은 가족을 위하는 사람이라고 한 남자라고 봤어요. 엔딩에서 군인과 대치하는 장면도 실제 장소를 완벽히 가져와 살렸어요. 그런 지점이 관객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왔으면 해요. 마약이라는 게 허무맹랑한 대상이 아니라는 걸요.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파멸이 과연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되묻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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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마약왕’을 통해 배우로서 분기점을 맞았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쇼박스)

-국민배우라는 수식? 


“참 오그라들고 부끄럽죠.(웃음) 그저 바람이 있다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배우’라고 불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마약왕’은 좋은 배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본처로 나오는 김소진과 애인 배두나씨가 맞붙는 장면을 보는 건 특히 흥미로웠죠. 그 장면을 찍기 전에 두나씨가 ‘욕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서 연기적으로 어색해 보일까봐 긴장된다’고 면담을 요청하더라고요. 김소진씨는 제 따귀를 때리는 장면을 부담스러워했고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수비수와 공격수가 완벽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연기를 하더라고요.”



-뿌듯한 후배들

“고향이 같은 조우진, 이희준을 보면서 이런 인재들과 동시대에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선배로서 참 뿌듯했습니다. ‘마약왕’은 흥행 결과를 떠나 저에게는 분기점 같은 영화예요. 환경이 허락하는 한 새로운 시선을 가진 영화를 선택하는 배우로 나이들고 싶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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