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문화 > 방송 · 연예

[B사이드]유재석 겨냥한 유튜버의 아무말 대잔치...무관심이 답

입력 2019-12-20 10:21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유재석
방송인 유재석 (사진제공=MBC)

 

 

서울에 간 사람과 안 간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정답은 안 간 사람입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더욱 목소리를 높여 ‘아무말’을 주장하기 때문이죠.

 


최근 유튜브 1인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현직 변호사와 전직 기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서울에 안 간 사람’과 비슷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세치 혀’를 마구 놀려댑니다. 손석희 JTBC 사장, 방송인 김제동, 배우 김성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양 등이 이들의 ‘세치 혀’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이들은 최근 가수 김건모의 유흥업소 직원 성폭행 의혹을 제기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죠. 이 역시 그들의 주장일 뿐 김건모 측은 부인하고 있죠. 이번에는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톱스타 유재석과 MBC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김태호PD를 타깃으로 삼은 모양입니다.

최근 한 유명연예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유흥업소 직원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해당 연예인이 당시 MBC ‘무한도전’에 출연 중이었다고 언급하죠. 이들 중 전직 연예기자 출신 유튜버는 해당 연예인이 굉장히 유명하고 바른 생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김건모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무한도전’을 통해 바른 생활 이미지를 구축한 유재석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에 대한 파장은 컸습니다. 하필이면 이들의 폭로 이튿날인 19일, 유재석이 출연 중인 MBC ‘놀면 뭐하니’ 측이 기자간담회를 준비한 상황이었죠.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신인가수 유산슬로 활동 중인 유재석이 1집 활동을 마무리 하는 ‘굿바이 콘서트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이죠. MBC는 17일 출입기자들에게 공문을 보내며 “유산슬(유재석)이 기자회견을 하는 줄 모른 채 기자들을 만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겠다”고 공지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자간담회가 사전에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죠. 신인가수 유산슬의 간담회는 이렇게 마련된 것입니다.

사실 취재진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섰죠. 바로 당일 오전 9시, 유튜버들이 김태호PD의 ‘탈세의혹’을 주장했기 때문이죠. 녹화 직전 김태호PD를 만났는데 김PD는 오히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취재진을 다독였습니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고 하네요. 상식적으로 근로 소득자인 김태호PD가 탈세를 한다는 것은 만무합니다. MBC 차원에서 대응할까 고려도 해봤지만 오히려 소송이나 공식대응이 그들이 바라는 바가 될 것이라며 자제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제작진의 의도대로 간담회장에 들어선 유재석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프로였습니다. 약 1시간 30여분 동안 이어진 간담회에서 때로 신인가수 유산슬로, 때로 30년 경력의 노련한 방송인 유재석으로 신들린 입담을 자랑했습니다. 취재진에게 ‘합정역 5번 출구’를 들려주는 간이 리사이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유튜버들의 가짜뉴스는 어느 새 잊혀져 갔죠.

유재석은 간담회 말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문제를 꺼냈습니다. 그는 “‘무한도전’이 오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제게 그 인물이 아니냐 하는데 (기자들이) 많아서 순간 너무 당황했습니다”라며 “놀라긴 했지만 저는 아닙니다. 그 자체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자리가 난 김에 이야기를 드립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죠.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작은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스스로 입장을 밝힌 만큼 기사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기사화할 경우 결국 유튜버들의 의도대로 놀아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죠. 유재석 본인에게 물어보니 “뭐가 좋을까요? 기자들이 알아서 결정해주세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기사화를 결정했고 ‘유산슬’보다 유튜버에 맞선 유재석의 멘트가 더 화제를 모았죠.

결과적으로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유튜버들은 톱스타 유재석이 자신들을 언급한 것에 상당히 고무된 듯 ‘유재석 첫 단독 기자회견 이유’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어제 유재석 얘기를 했습니까. 한마디도 안했어요”라며 조롱하듯 말합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여배우를 스폰한다는 주장을 펼칠 때와 흡사합니다. 당시에도 해당 여배우의 실명을 밝히지 않아 결국 배우 김성령이 엉뚱한 희생양이 되고 말았죠.

그러면서 김태호PD가 탈세의혹이 부각될까 두려워 유산슬(유재석)의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주장합니다. 설상가상 전직 MBC 기자 출신 유튜버는 “최승호 MBC 사장이 더 이상 비자금을 못 준다고 하자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그만둔다고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김태호PD는 상당히 오랜 기간 ‘무한도전’ 종영 후 시즌2 방송, 혹은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을 희망해 왔습니다. 매 번 MBC 사장이 바뀔 때마다 사장을 면담해 ‘무한도전’ 종영에 대한 바람을 전달하곤 했죠. 최승호 사장 직전 사장인 김장겸 사장 때도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지만 성사 직전 MBC가 파업을 하면서 종영이 뒤로 미뤄진 것입니다. 이는 ‘브릿지경제’의 취재 하에 공개됐죠. 출입기자도 아는 사실을 전직 직원, 그것도 기자였던 분이 모른다면 본인의 취재력을 탓해야 할 것입니다.

변호사와 전직 기자인 유튜버들은 법조인과 전직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은 뒤로 한 듯 합니다. 마치 불량식품처럼 갈수록 주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죠. 검색어 기반의 포털 사이트 시스템 하에서 자극적인 내용이 어뷰징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옐로 저널리즘’의 끝판왕인 셈이죠.

대응방법은 간단합니다. 이들의 ‘아무말 대잔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다릅니다. 톱스타 유재석과 김태호PD를 향한 유튜버들의 의혹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기 하는 형국입니다. 제대로 된 사실관계 파악은 하지 않은 채 이들의 말이 마치 사실인 양 고스란히 보도하는 게 현실이죠. 어뷰징 보도가 많아질수록 유튜버들의 명성은 높아져 갑니다.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서라도 각 언론사 데스크들이 합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릿지경제’는 해당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 및 유튜버들의 실명은 적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들의 이름 석자를 언급하는 게 관심에 목마른 이들이 바라는 바이기 때문이죠.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