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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저금리에 자본시장 3大 연쇄 리스크

입력 2020-04-07 16:50 | 신문게재 2020-04-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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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위기 의식을 느낀 선진국들이 극단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에 이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75%로 낮췄다. 이러한 상황에선 저금리로 인한 △채권 평가 손실 가능성 △고위험 자산 익스포져 및 분쟁 증가 △연금수익률 하락 등 자본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를 대비할 때다.

◇ 채권 평가 손실 가능성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05%포인트 낮은 1.047%에서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4%대에서 움직이던 3년물 금리는 코로나19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낮추면서 1.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채권 금리가 빠지면 그만큼 채권의 가격이 오르는 ‘채권 강세’ 현상이 벌어진다. 10년물 금리는 1.580%에서 장을 마감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통화당국의 거듭된 행보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채 금리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스프레드 수준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등 채권시장은 아직 안정화되지 못했다”며 “이는 한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으며, 통화당국의 시중금리 안정에 대한 의지가 불분명하고, 국채 물량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경우 저금리에서 구매한 채권에서 평가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송민규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낮아진 시장금리는 추가 하락 여지가 적어 채권 운용 수익률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금리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경우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증권사의 채권 부문에서 1조5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 위험자산으로 몰리는 투자자들…말 그대로 ‘위험’

금리로 수익을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노려 위험도가 높은 자산들로 몰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발생했던 파생결합증권(DLS) 및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금융분쟁도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한 때 사상 최고인 27조원까지 치솟았고,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들어 전년보다(27조3384억원) 74.36% 증가한 47조6669억원까지 오른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가연계증권(ELS) 발행량은 3조7072억원으로 전월(6조5273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증권사들은 오히려 증시 하방 지지선을 강조하며 9% 이상의 예상수익률을 강조하는 ELS 상품들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그 중 삼성증권이 발행한 ‘제24183회 ELS’는 9.0%의 고쿠폰에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송민규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됨에 따라 금융투자회사의 수익성이 하락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위험 자산으로의 투자가 늘고, 투자성과가 저조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유동성이 낮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대량환매 상황에 대비해 펀드의 유동성 관리 계획 점검 및 수탁기관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투자자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연구위원은 “금융투자회사들은 심사정보를 공유하고 투자기업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금융당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고수익·고위험 파생상품, 유동화 상품, 대체투자상품 관련 개별기관 익스포저에 대한 사전관리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노후자산 대비책, 연금도 위험

최근 200조원을 돌파한 연금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노동부과 금융감독원은 5일 ‘2019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도 190조원 대비 31조2000억원(16.4%) 증가한 221조2000억원으로 퇴직연금 도입 이후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연간수익률은 2.25%로 전년(1.01%) 대비 1.24%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5년과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1.76%과 2.81%로 집계됐다.

다만, 현재의 퇴직연금은 지난 고금리 당시 제도 도입 초기 관행대로 운용하다 보니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비율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중 리금보장형이 전체의 89.6%인 198조2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0.4%인 23조원은 실적배당형에 분배돼 있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경우 다른 유형에 비해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94.6%로 가장 높았다.

따라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 노후 준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송민규 선임연구원은 “연금수익률 하락 등으로 노후대비를 위한 자산 축적이 어려워지고,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노년 빈곤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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