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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선배, 가족, 선생님…인복 많은 나의 ‘백작’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허규·송용진·조형균·백형훈·최민우, 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노윤 등과 매일 행복해요!

입력 2021-07-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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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프로페서 브이요!”

뮤지컬 ‘마마돈크라이’(8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프로페서 브이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좌헌은 “다시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가 ‘프로페서 브이할래? 드라큘라 백작할래?’라고 묻는다면”이라는 질문에 딱 잘라 “브이”라고 답했다.

“제가 많이 멋있지 않아서도 문제가 되겠지만 백작에게 물리고 나면 저(프로페서 브이)도 뱀파이어가 된 연기를 하잖아요. 백작을 하면 멋있는 것과 재밌는 것을 둘 다 할 수 있어서 (박)좌헌이가 좀 더 노력을 한다면 멋있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그래도 전 브이가 좋아요!”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천재지만 병적인 수줍음과 엄마의 불행 등으로 사회생활도, 첫사랑 메텔과의 연애도 어렵기만한 프로페서 브이(허규·송용진·조형균·백형훈·최민우·박좌헌,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치명적인 매력의 드라큘라 백작(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노윤)을 만나 위험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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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최고의 선택은 연기

 

“저에게도 그런 선택의 순간들이 많았어요. 어떤 선택이든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있을텐데 선택을 잘했나 보다 싶어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열심히 공연하며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고의 선택은 연기를 한 게 아닐까, 그때 선택을 안했으면 뭘 하고 있었을까 싶어요.”

박좌헌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부터 백작의 영생을 끝내주는 것까지 ‘마마돈크라이’는 큰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며 “연습 중 (오루피나) 연출님도 개인의 경험을 끌어내 빗대보면 좋다고 말씀하셔서 생각해 봤는데 최고의 선택은 연기”라고 답했다.

“어려서 운동을 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중국에서 살았는데 쇼트트랙을 했었죠. 롤러스케이트를 좋아해서 타기 시작했는데 꽤 잘해서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육상으로 전향했죠. 운동선수를 계속 해도 됐을 텐데…겁이 났던 것 같아요. 고음을 내다 목을 다치면 겁이 나서 못내는 것처럼요.”

쇼트트랙, 육상 등 운동선수로 활약하던 그는 “육상선수로 전향해서 지내다 노래가 좋아져 2년 정도 고민을 했다”며 “그때 같이 고민하던 친구가 뮤지컬배우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가 맞는 걸 보고는 잔뜩 긴장해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중 3때의 일이었다.

“어머니께서 박수를 치셨어요. ‘왜 이제 얘기를 하냐’고. 저에겐 엄청 깊은 고민이었는데 어머니의 그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었죠. ‘아직도 부족해’ ‘더 가야해’ 쇼트트랙 선수생활을 하면서 경쟁구도가 트라우마가 됐는지 제 삶의 모습도 그런 것 같아요.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고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했어요. 예고를 못가면 뒤처지고 배우도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좌헌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공연 중인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제공=Page1, 알앤디웍스)

 

마냥 조급하기만 했던 그에게 예고가 아닌 일반고등학교 진학을 조언한 이는 당시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는 “담임 선생님께서 ‘너는 분명 판소리나 배우를 할 거야. 하지만 네 성향 상 빨리 경험하면 금방 포기할 것 같아. 운동을 포기했던 것처럼. 그러니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한 후 예대에 진학해 더 오래, 행복하게 배우생활을 하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는 너무 미웠죠.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생각해도 예고를 갔었다면 금방 나가 떨어졌을 것 같아요. 제가 뮤지컬배우를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데는 문충경 선생님의 영향도 컸어요.

 

축구를 하다 옷이 찢어지면 꿰매주는 등 ‘아들’처럼 챙겨주던 가정 선생님이 어느 날 보여준 영상 두 개가 그의 가슴을 뛰게 했고 무대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김성녀 선생님의 판소리와 조승우 배우님의 공연이었어요. 작품은 기억이 안나는데 ‘판소리 아니면 뮤지컬을 하라’고 하셨죠. 그렇게 판소리를 시작했고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에 빠져들었어요. 결국 김성녀 선생님이 학과장으로 계신 (중앙)대학교에 진학해 제자가 됐죠. 그렇게 둘 다 배웠어요. 판소리를 배웠고 뮤지컬 배우가 됐죠.”



◇나의 백작들, ‘마마돈크라이’ 형님들!

2021마마돈크라이 고영빈 송용진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 역의 고영빈(왼쪽)과 프로페서 브이 송용진(사진제공=Page1, 알앤디웍스)

 

“형님들은 극 중 브이의 백작처럼 저 박좌헌의 백작이에요. 제 인생에서 이분들을 못만날 줄 알았거든요. 얼마 전에 (송)용진 형님이랑 라이브방송을 하는데 느낌이 진짜 이상하더라고요.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느낌이랄까요. 내가 어떻게 저 분이랑 웃고 떠들고 있는지…하물며 (프로페서 브이) 같은 역할이잖아요.”

그리곤 “제가 꿈을 반만 이뤘다”며 “백작 형님들과 한 무대에 올라봤으니 이제 브이 형님들과 상대배역으로 무대에서 만나는 게 목표”라고 말을 보탰다. “오디션에 빠져 오디션만 보러다녔고 5만번은 떨어지던 중” ‘검은사제들’ 오디션장에서 발탁돼 알앤디웍스 소속 배우가 된 박좌헌은 스스로를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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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 역의 장지후(왼쪽)와 프로페서 브이 최민우(사진제공=Page1, 알앤디웍스)

 

“첫 연습에서 제가 완전 긴장해서 ‘안녕하십까’ ‘아닙니다’ 이러고 있으니 (양)지원 형은 계속 장난쳐서 풀어주시고 (최)민우 형은 저 공연 때마다 기도해주세요. (장)지후 형은 제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살짝 멋있는 상남자처럼 ‘이 자식 좀 잘한다’ 해주시고….”

이렇게 전한 박좌헌은 함께 무대에 올랐던 백작들의 매력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후 형님은 대본 그대로 하면서 포인트를 짚어내는 백작”이라며 “대본 안에서 제스처나 행동으로 조금씩 변형을 준다”고 밝혔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박영수 노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 역의 박영수(왼쪽)와 노윤(사진제공=Page1, 알앤디웍스)

 

“제가 땀이 많아서 매회 녹아내리거든요. 제(브이)가 백작 다리를 붙잡고 매달릴 때 다른 형님들은 뿌리치거나 등덜미를 잡는데 (장지후) 형님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잡고는 손을 털어버리시죠. (박)영수 형님은 굉장히 정적이고 아름다운 자태 안에서 표정 하나 안변하고 개그를 하세요. 세라 신에서는 진짜 환상이에요. 아름다운 자태와 그 춤에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턱이 벌어져요. (노)윤이는 항상 찾아가는 스타일이에요. ‘형 오늘 여기는 어떻게 할 거예요?’라고 묻고 ‘이건 어때요?’라고 제안하고…함께 찾아가는 재미가 있죠.”

이어 박좌헌은 가장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백작 고영빈과 “처음 만자마자 런(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처럼 해보는 연습)을 돌았다”며 “(고)영빈 형님과 처음 연습을 맞추던, 잊을 수 없는 날”에 대해 털어놓았다. 

 

마마돈크라이 고훈정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 역의 고훈정(사진제공=Page1, 알앤디웍스)
“영빈이 형도, 저도 서로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만났는데 계속 웃음이 터졌어요. 제가 땀을 너무 많이 흘리니 제 뺨을 만지면서 ‘너 아픈 거 아니지?’라고 하셔서 웃음이 터지고 제가 팔을 뻗어 가슴이나 콧구멍에 손을 대면 ‘수치스럽다’고 웃으시고…그러는 중에 고개를 돌리시는데 또 너무 우아하신 거예요. 저도, 형님도 웃음을 참느라 혼났죠.”


◇‘뮤즈’ 고훈정 “나도 열심히 살게, 같이 가보자”

“(고)훈정이 형이랑 처음 공연할 때는 첫 공연보다 더 떨리고 설렜어요. 제 뮤즈거든요. 역시 뮤즈는 뮤즈였어요. 함께 공연하는 내내 너무 설레고 행복했죠. 형님의 아우라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발버둥쳐봤지만 감히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방법을 바꿔 더 귀엽고 어수룩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박좌헌은 드라큘라 백작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고훈정과의 첫 공연을 떠올리며 “개그 욕심이 좀 적은 편”이라며 “확실히 진짜 절대적으로 멋있고 멋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중에도 개그가 있긴 하지만 정말 멋있고 특히 ‘달콤한 꿈’ 음악이 가장 서글픈 백작이에요. 백작에 대한 연민이 가장 크게 느껴지죠.”

그가 “뮤즈”라고 표현하는 고훈정과의 인연은 지난해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 섰던 때부터다. 박좌헌은 “(고훈정) 형은 책 자체고 저는 책갈피(앙상블) 중 하나여서 마주 보며 연기하지는 못했는데 그 한을 ‘마마돈크라이’에서 풀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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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 역의 박좌헌(사진=이철준 기자)

 

“훈정이 형은 양면성이 있어요. 무대에서는 진짜 멋있는데 내려오면 엄청 웃겨요. 코드가 너무 잘 맞아서 저는 훈정이 형이 입만 열면 웃음이 터져요. ‘밥 안먹었다며? 먹어’라고 먹을 걸 주시기도 하는데 전 훈정 형한테 밥을 안먹었다고 얘기한 적이 없어요. 어디선가 듣고 바로 챙겨주시는 모습이 정말….”

 

그리곤 ‘호프’ 공연 당시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진로와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한 고민을 늘 가지고 있던 박좌헌에게 고훈정은 “대화 몇 마디로 그 고민을 짚어내고 공감을 보내주는 사람”이다.

“‘호프’를 하면서 제가 굉장히 힘들어 하는 걸 보시곤 그러시더라고요. ‘나도 잘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좌헌아, 우리 한번 같이 가보자’고. ‘꽃밭인지 똥밭(?)인지 가보고 나서 실망하더라도 하자’고 웃음기를 싹 지우고 진지하게 말씀하시는데 ‘진짜 복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봐. 어딘지 모르지만 행복할 거야’가 아니라 ‘우리 같이 가보자. 나도 열심히 살게’라고 하시는데…‘이 사람 뭐야’ 싶고 감동받았죠. 후배가 힘들다는데 누가 ‘열심히 살아’가 아니라 ‘내가 열심히 살겠다’ 해주시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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