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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장애인⑦] 장애인 외면하는 환경정책…'플라스틱 빨대 배려' 인권위도 각하

주무부처 환경부와 복지부 등 관련부처, ‘장애인 일회용품 규제 등’ 논의 과정 없어
“장애인 미처 고려 못한, 플라스틱 빨대 무조건 금지 정책이 시행된 것”

입력 2023-10-29 13:48 | 신문게재 2023-10-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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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일러스트레이터 설이의그림시간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 ‘탈플라스틱’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서 장애인의 건강과 관련한 정책 개선 민원을 받고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문제가 있는 장애인의 빨대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호소가 환경부·복지부는 물론 인권의 보루인 국가인권위에서 마저 각하되며, 건강취약계층의 생존권이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4일 시작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은 다음달 계도기간이 종료되고 본격 시행을 앞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정책의 영향을 받는 복지부 등 관련부처 간의 논의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관련 정책에 대해 복지부 등이 의견 검토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시 복지부의 회신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정부 간 소통은 부재했다. 건강취약계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라스틱 빨대 등 규제라는 점에서 부처간 논의과정과 고민이 필요했지만, 이러한 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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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24일부터 시행된 1회용품 사용 규정 변경 안내문. 이를 어길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다음달 계도기간이 종료되고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자료제공=환경부)


반면 민간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대책에 대한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다. 제도 시행 석달 만인 지난 3월 10일 대구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서 ‘장애인을 배려치 않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정책을 살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했다. 민원 접수를 한 대구의 장애인복지시설인 ‘밝은내일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들은 앞서 대구의 한 식당서 식사를 하면서 (플라스틱) 빨대 제공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센터 관계자는 “돈을 내고 먹는 음료수가 아니라면 빨대를 줄 수 없다 했다”며 “(이런 일을 겪고)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다 민원을 넣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해당 센터는 이 일을 계기로 정부에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 시행과정서 ‘장애인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정부 민원을 통해 전달된 답변은 ‘예외는 없다’는 골자였다. 환경부는 지난 3월 이들에게 “합성수지 재질의 1회용 빨대의 제공이 금지돼 있다”며 “또 장애인, 노약자, 영유아 등 이용하시는 고객에 따라서 예외 조항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환경부의 답변을 받은 센터는 이를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차별이라 생각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는 조치를 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은 제대로 심의조차 받지 못했다. 정책의 폐지 또는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인권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한 것이다. 환경부와 국가인권위의 답변은 해당 정책에 대해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일각서는 관심의 결여를 지적한다. 정부와 인권위가 장애인인 등 취약계층의 생존권과 연관될 수 있는 시그널(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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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환경부 정책의 일방성이 지적된다.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빨대 미사용으로 인한 우려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금지의 쟁점과 과제’를 집필한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해 12월 저희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실질적 사인은 폐렴이었다. 며칠간 코로나19로 빨대 수급이 어려웠던 적이 있다. 이 때 기도로 음료수가 들어갔고 폐렴발병으로 이어졌고 사망에 이르렀다”며 “사각지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애인 등 건강취약계층에 관해 관심을 제고하고 보다 심층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윤정 한국환경연구원 박사는 “장애인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 보인다”며 “기후위기와 관련해 장애인등 취약계층의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곽진성·이정아 기자 pen@viva100.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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