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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하고 쌉싸름한 연둣빛 봄내음 '두릅'

[오현식의 나물이야기] ④ 두릅

입력 2015-0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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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날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데 두릅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연두색을 물감을 머금은 듯 신선한 빛깔의 어린 싹은 답답한 가슴에 생생한 봄기운까지 불어넣는다. 특유의 씁쓰레한 향기와 텁텁한 맛은 무엇으로도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요즘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 해도 두릅의 맛을 흉내조차 낼 수 있을까? 

 

두릅은 푸성귀가 귀한 이른 봄에 먹을 수 있는 별미다. 나무의 생명과도 같은 새순을 덥석 꺾어 먹는 게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봄이 되면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어릴 때 먹어 본 자연산 두릅 맛을 잊지 못한다. 

 

두릅 도감 경북 영양 11 04 30-1
연두색 물감을 머금은 듯 신선한 빛깔의 어린 두릅 싹은 답답한 가슴에 생생한 봄기운까지 불어넣는다.

내 고향 경북 영양에서는 두릅이 많이 난다. 영양 장이 서는 날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아침 일찍 골짜기 마을마다 들러 정류장에 도착하는 버스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신선한 산나물을 뜯어 팔러 나온 아낙네의 소매를 잡아끌고 흥정을 벌이는 풍경이 곳곳에 벌어졌다. 종종 산에 올라가 보지만 헛걸음치기 일쑤다. 

 

요즘 등산이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두릅이 남아나지 않는다. 

 

이제 두릅이 나겠다 싶어 달려가 보면 아직 새순이 나오지 않았고, 어찌하다 좀 늦었다 싶으면 맛 좋은 맏물은 흔적조차 없다.

 

두릅은 웬 만큼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맛을 볼 수 없는 귀한 산나물이다.

산을 오르다가 깊은 산 속 양지바른 숲 속을 유심히 살펴보면 두릅나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새순은 나뭇가지 끝에 나는 데다 같은 나무라 해도 한꺼번에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한 그루에서 채취할 수 있는 양은 많지 않다. 가지 끝에 달린 새순을 따려면 가시에 찔리기 십상이다.

두릅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다. 양수는 하루에 3~5시간 햇빛을 받아야 잘 자라는 성질이 있으며, 양지에서 활발하게 자라는 특성이 있다. 대개 양수의 잎은 폭이 좁고 미세한 털이 있다. 두릅나무는 양수 중에서도 강한 햇볕을 요구하는 극양수에 속한다. 두릅은 양수에 속하지만 음수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특이한 나무다.

두릅나물은 한자로 요두채(搖頭菜) 또는 목두채(木頭菜), 문두채(吻頭采)라고 한다. 한자 뜻대로 풀어 보면 키가 커서 바람에 잘 흔들리는 두릅나무의 모습과 가지 맨 끝에 나는 새순이 쉽게 연상된다.

 

산에 들어가 보면 가지 맨 끝에 비늘 같은 붉은색 껍질을 밀어젖히고 힘차게 올라오는 새순의 모습은 살아 있는 듯하다. 송진처럼 끈적끈적한 진액을 내뿜으면서 자라는 모습은 봄의 기운을 한껏 살려낸다. 

 

이처럼 새순을 틔우는 모습을 보면 두릅나물이 산나물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받는 것이 괜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두릅의 종류는 크게 가시가 많은 계통과 거의 없는 계통으로 구분된다. 

 

가시가 없는 계통은 가시가 많은 것에 비해 싹이 트는 시기가 3~4일 늦다. 가지와 새순에 가시가 없는 것은 새순이 올라오는 시기가 일정하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는 이들을 참두릅이라 하여 값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새순이 완전히 자라면 달걀형 또는 타원형 잎이 된다. 가지 끝에 우산 모양의 붉은 색 꽃이 피는 것도 이색적이다. 


오현식 '약이되는 산나물 들나물' 저자

 

◇ 영양·효능

 

두릅은 잎부터 뿌리까지 버릴 게 없다. 열량이 적고 인삼과 같이 사포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새순은 혈당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 신장이 약하거나 만성 신장병을 앓는 사람은 두릅을 먹으면 좋다. 한방에서는 두릅나무를 발한이뇨 작용제로 쓰기도 하고 감기나 통풍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 재배·수확

 

두릅은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편이지만 유기물이 풍부하고 수분 조절이 잘 되는 땅이 좋다. 뿌리가 땅속 얕게 뻗는 천근성이기 때문에 지하 수위가 낮으면 생육이 불량하다. 주로 뿌리 번식법을 이용하는데 뿌리 꺾꽂이는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한다. 

 

 

◇ 두릅 초고추장회, 푹 찍어 한 점 넣으면 매콤새콤함 가득 

 

두릅회
두릅을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봄의 향기가 입안에 가득 번진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싱싱한 두릅을 채취하여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두릅회는 만들기도 간단한 데다 한점 입에 물면 봄기운이 입안에 가득해 봄의 전령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억세다 싶은 것은 고추장 항아리에 넣어두었다가 장아찌로 만들어 일년 내내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었다. 튀김이나 물김치로 요리해 맛이 별미이다.

 

때를 놓쳐 억센 것은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참기름을 비롯한 갖은 양념을 넣어 묵나물처럼 무쳐 먹어도 일품이다.

 

<두릅회 만드는 법>

1. 두릅 2줌, 굵은 소금 약간, 초고추장 양념(고추장 1티스픈 ,식초1.5티스푼, 설탕 0.5티스푼, 다진 마늘 0.3티스푼, 깨소금 약간)을 준비한다. 

2. 두릅을 깨끗이 씻어 뿌리에 있는 보라빛 껍질을 제거한다. 

3. 끓는 물에 굵은 소금을 조금 넣고 데친다.

4. 데친 두릅을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짠다. 

5. 데친 두릅과 초고추장을 곁들여 접시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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