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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잎 가득 싱그러움 머금은 산나물의 제왕 '곰취'

[오현식의 나물이야기] ⑤ 산짐승도 반해버린 그 맛, 곰취

입력 2015-0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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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한자로는 웅소(雄蔬)다. 곰이 잘 먹는 나물이라는 뜻이다. 잎 모양이 곰 발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주장도 있다. 곰취는 곰뿐만 아니라 산짐승이 좋아할 만하다. 잎이 커서 몇 잎만 뜯어 먹어도 배가 부를 테니 좋은 먹잇감에 틀림없다. 곰취는 벌레도 잘 먹는다. 산에 들어가 보면 벌레가 뜯어 먹어 구멍이 숭숭 뚫린 곰취를 볼 수 있다. 사람과 산짐승과 벌레가 즐겨 먹는 산나물인 셈이다.

 

 

곰취 초접사 세로 강원 양구 해안 11 05 14-1

 

 

산나물 가운데 잎이 가장 큰 것 중의 하나인 곰취는 해발과 기후, 토양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요즘 식물원이나 산나물 유전 자원 포장에 가보면 곰취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긴잎곰취·왕곰취·갯곰취·어리곰취·새뿔곰취·화살곰취·왕가시곰취 등으로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

해발 800m 이상으로 높고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깊은 산에서 잘 자라는 곰취는 쌈을 싸 먹으면 좋다. 상추처럼 잎이 너무 연해 찢어져 국물이 흘러내릴 염려가 없어 더없이 좋다. 요즘 이름이 낯선 서양 채소가 많이 나오지만 곰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산나물의 제왕’으로 불리는 곰취의 쌉싸래한 맛과 독특한 향은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 준다. 그래서 곰취를 고기 도둑이라고 한다. 또 쌈 싸 먹으면 향긋한 향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준다. 섬유질이 적당하여 아삭아삭 씹히는 맛 또한 일품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곰취는 소득이 신통치 않았다. 참취보다 값이 쌀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대부분 삶아서 묵나물로 판매하다 보니 일손이 많이 들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다 도시민들이 무공해·친환경·무농약 채소를 찾으면서 산속에서 나는 곰취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오염 물질이 없는 깨끗한 곳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찮게 여기던 곰취를 비롯하여 산나물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숨에 인기를 얻은 이유는 또 있다. 특유의 산나물에서 나는 향긋한 향기다. 잎을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비빈 다음 코 끝에 대보면 싱싱한 향기가 기분까지 좋게 한다. 그 향은 중독성이 있다. 먹어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향이 좋고 맛있다고 한다. 생것을 그냥 먹어도 좋지만 살짝 데쳐 먹어도 혀끝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맛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불에 직접 구워먹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숯불에 구우면 참나무 숯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 고기 맛이 좋아지는 것은 틀림없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듯이 직화 고기가 건강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고기가 불에 타면 발암 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같은 걱정을 곰취가 덜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곰취는 고기를 태우면 생기는 강력한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의 활성을 60~80%나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인기다.

곰취가 인기를 얻자 지역 특산물로 개발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는 곰취가 많이 나는 마을로 이름나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봄에 산나물 축제를 열어 곰취 마을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또 강원 태백시는 한강이 발원하는 검룡소 인근에 ‘곰취골’이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곰취 재배지를 조성하고 있다.

 

 

◇ 영양·효능

 

곰취는 간암과 자궁암 세포 성장 억제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를 약재로 이용하는데 혈액 순환 촉진 기침 및 가래를 없애 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뿌리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가을에 캐서 말려 두었다가 하루 3~9g을 끓여먹으면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는 데 좋다.

 

 

◇ 재배·수확

 

곰취는 더위에 아주 약해 재배지를 잘 골라야 한다. 해발이 높은 지역에서 재배해야 잎이 크고 부들부들할 정도로 연하다. 곰취는 널찍하게 심은 다음 물을 충분히 준다. 비료를 많이 흡수하므로 충분한 양의 퇴비를 넣어 3~4월이나 잎이 떨어진 뒤 10~11월에 캐내 분주를 해도 무방하다.
  

 

곰취나물 무침
곰취나물 무침

 

  

◆ 한입만 먹어도 고소함이 입안 가득 '곰취나물무침'

 

곰취는 4월부터 6월까지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이후에 나는 것은 억세기도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써서 그냥 먹을 수 없다. 억센 잎은 묵나물이나 장아찌로 요리해 먹는다. 간장에 설탕과 식초를 넣고 깨끗이 씻은 곰취를 담그면 향긋한 향이 그대로 살아 있고 짭짜름한 간장 맛이 배어들어 밑반찬으로 일품이다. 

 

신선한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에 입맛을 돋우는 푸른색을 띠는 곰취를 한입 먹어보면 구수한 농촌 마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만드는 법> 

1. 곰취 180g,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 1/2큰술, 참기름 1큰술, 통깨·소금을 준비한다. 

2. 곰취를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꼭 짜준다.

3. 곰취에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통깨를 조금 뿌린 뒤 접시에 담는다. 

 

오현식 '약이되는 산나물 들나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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