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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막걸리 '뽀글뽀글' 익는 소리에 마음은 힐링… 맛은?

입력 2015-0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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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직접 담기
담금 2차 후 발효 되고 있는 수제 막걸리. 뽀글거리는 기포가 침샘을 자극한다.

코끝을 스치는 구수한 향, 들을수록 힐링이 되는 기포 소리. 술 단지를 덮어놓은 담요를 들추면 따듯한 온기가 손 안을 감싼다. 

 

신기하다. 내가 직접 담근 술이 익어 가다니. 지난달 31일 국순당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진행된 ‘설맞이 차례주 빚기 교실’에 참가했다.

평소 음주가무를 즐기는 탓에 하루에 마시는 주량만 해도 반주 포함 3잔은 기본. 체질상 곡주가 맞는다는 건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중 맥주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맥주 나라에 가면 나는 필시 VIP급 국빈이 아니라 영부인 정도는 가뿐하리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물론 외모가 아닌 주량으로. 

 

하지만 30대 중반이 지나서부터는 마시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맥주보다는 몸이 따듯해지는 전통주를 더 찾게 됐다.


매년 인기리에 마감되는 이 체험 교실은 전통주를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학생은 무료. 일반인은 1만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수업은 일본식 청주와 우리 고유 청주의 비교 시음, 차례주 빚기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교육 중에는 2리터 이상의 차례주를 직접 빚게 되며 가정으로 가져가서 약 2주간의 발효를 거쳐 설에 차례주로 사용할 수 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강좌를 직접 취재하게 된 건 이번 설도 당직이니, 죄송한 마음을 직접 빚은 차례주로 상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술을 빚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고두밥을 찌는 일이다. 전문용어로는 ‘밑술담기’라고 부른다. 일단 1차 담금(밑술담기)을 하려면 선생님은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백설기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국순당에서는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백설기 500g을 준비해 줬다. 이걸 엄지 손톱만큼 잘게 자르는 것이 중요하다. 고작 손바닥만한 크기의 백설기인데도 의외로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는 덩어리를 보고서 선생님께서는 “이러면 술이 거칠어진다”며 “잘게 쪼개야지만 누룩을 만나 잘 발효된다”고 하신다. 

 

여기에 물 1리터와 전통누룩 150g,밀가루 약간을 섞으면 1차 밑술 담기는 완료. 약 10cm의 된 죽(?)같은 모양이 술이 된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밑술을 집에 가지고 와 약 27도의 온도에 3일 정도 놔 두니 술 익는 냄새가 진하게 올라왔다. 여기에 나머지 물 1리터와 고두밥 500g을 첨가하면 2차 담금이 끝난다고 하니, 급한 마음에 쌀을 불린다. 고두밥 만드는 게 귀찮다면 햇반을 넣어도 된다고 하니 참고하자. 

 

이제부터는 숙성의 기간이다. 아침 저녁으로 위아래를 저어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실제로 밑술을 더하고 나니, 다음날부터 기포가 올라오는 게 눈으로 보였다. 살아있는 생물을 키우는 느낌이랄까.

 

발효가 잘 되도록 보일러가 가장 잘 들어오는 바닥에 담요까지 덮어뒀다. 뽀글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절로 침이 고였다. 일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소리는 안 들리고, 아래위로 층이 분리된다.

이제부터 대망의 ‘술 지게미 제거’ 단계다. 광목천이 없어서 고운 체를 대신해 술을 걸렀다.

 

뽀얀 색깔이 흡사 사골 국물 같다. 고두밥은 찌다가 실패하고, 정성 없이 햇반을 넣기도 그래서 집 밥을 넣었던 탓에 밥알 알갱이가 둥둥 떠 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동동주가 바로 이 단계구나 싶어 컵이 아닌 대접에 한 가득 따라 본다. 

 

일단 향은 시중 막걸리와 차이가 없고, 첫 모금을 입에 무니 달콤함보다는 진한 알코올 도수가 혀끝을 감싼다. 목 넘김도 쓰지 않고 깔끔하다. 

 

문제는 높은 알코올 도수다. 보통 7~13도 정도에 지나지 않는 막걸리를 수제로 만들었더니 18도가 넘는다. 

 

물에 타서 먹으라는 선생님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 고작 두 잔 마셨는데 뺨이 발그레하다. 적게 먹고도 빨리 취하는 막걸리라니. 1석 2조가 따로 없다. 

 

다음날 숙취를 걱정했는데, 쾌변으로 마무리. 이럴 수가. 1석 3조였다. 문제는 차례주로 빚은 술을 홀짝 홀짝 맛 보다 보니, 다 마셨다는 것이다. 10일 만에 다시 만들 수 있으려나.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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