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요리

맛·향·약효… 3박자 모두 갖춘 왕의 나물 '어수리'

[오현식의 나물이야기] ⑥삼중에 제일인 '왕삼' 어수리

입력 2015-02-27 09: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어수리는 예로부터 부드럽고 향이 좋은 데다 약효도 뛰어나 산채나물로 약초꾼들 사이에서는 삼(蔘)중에 왕인 ‘왕삼’으로 불렸다. 이름도 임금님 수랏상에 오른다 하여 ‘어수리’라 붙여졌을 정도로 귀하게 취급받아 온 최고급 산채다. 어수리는 해발 700~800m 이상의 깊은 산속에서 잘 자란다.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등산객이 크게 늘고 있는데, 산을 오르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르고 다리가 풀릴 무렵이면 그제야 눈에 띄기 시작하는 나물이 어수리다.

 

 

어수리 새순 가로 강원 평창 11 05 22-1

 

 

나뭇가지가 햇볕을 적당히 가려 주고 낙엽이 쌓여 푸석푸석한 비옥한 땅에서 향긋한 내음을 내뿜으며 큰잎을 자랑하는 어수리를 볼 수 있다. 어수리는 산속이 외로운 듯 무리를 지어 자라는데 씨앗으로 번식하지만 민들레와 같은 날개가 없어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 원줄기 끝에 작은 우산 여러 개가 모여 있는 것처럼 꽃이 피고 가을에 많은 씨앗을 생산한다.

참당귀와 비슷한 어수리는 잎이 크고 약간 오글오글한 모양이라서 한 번 보면 금방 눈에 익어 다른 산나물과 헷갈릴 염려도 적다.

우리나라에서 어수리가 특히 많이 자생하는 곳은 강원 영월, 경북 봉화, 영양 등이다. 특히 봉화와 영양의 경계를 이루는 일월산은 어수리가 많이 자란다. 일원산은 예부터 춘양목이 많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1960~1980년대에 벌목이 많이 이뤄진 탓에 아름드리 소나무는 거의 사라졌다. 키 큰 나무가 잘려 나가고 햇볕이 적당히 드는 곳에 터를 잡은 것이 어수리다.

어수리를 처음으로 상품화한 사람은 경북 영양군의 농부 김상철씨다. 영양에서는 어수리를 어너리라고 하는데 주로 묵나물로 먹었던 것이다. 김씨는 1988년 우연히 산에서 뜯은 어수리를 생일 잔치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무슨 나물이 이렇게 맛있냐”라며 야단이었다. 그 길로 김씨는 어수리 재배 연구에 땀방울을 쏟아 수차례 실패 끝에 1991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에 성공,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김씨는 5일장인 영양 장날과 대구 농산물 공판장에 내다 팔아 봤다. 예상 밖으로 반응이 좋아 해마다 재배 면적을 조금씩 늘려가며 어수리 전업농으로 탈바꿈했다. 김씨가 어수리를 재배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이 찾아와 취재해 갔다. 기사를 보고 사람들이 찾아와 맛본 뒤 거의 모두 단골이 되었다. 차츰 전국으로 알려져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 출하하면서 어수리가 전국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어수리는 강원 평창과 태백 등 급속히 재배 면적이 늘고 있다.

어수리는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 것이 없는 식물이다. 3~5월에 채취한 나물은 생채, 나물, 묵나물, 전, 국거리, 나물밥 등으로 먹으며, 봄·가을에 채취한 뿌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어수리 새싹 세로 경기 가평 11 04 23-1
어수리의 새싹. 자라면 잎이 매우 커 다른 식물에 비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 영양·효능

뿌리에는 쿠마린, 사포닌, 플라보노이드, 정유성분 등이 함유돼 약리작용을 나타내고 있는데,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고 맵다. 진정· 진통 · 최면· 항염증 ·항경련 ·항궤양 작용으로 심혈관 계통에 작용해 혈압을 내리고 햇볕에 의한 피부염에도 잘 듣는다고 한다.


◇ 재배·수확

 

어수리는 봄, 가을에 뿌리를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쓰고, 나물은 3~5월에 채취한다. 주로 내륙지방의 일교차가 큰 높은 산에서 많이 나는데 큰 것은 잎이 부드럽고 향이 짙다. 잎이 매우 커 잎 모습을 잘 익혀두면 딴것과는 차이가 많으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어수리 나물밥

 

  

◆ 어수리밥, 곤드레 나물밥보다 맛·향 압승

 

어수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는 어수리밥을 해먹거나 어수리무침, 쌈, 장아찌, 부침개 등으로 해먹으면 어수리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향이 좋아 생식이나 쌈채로 이용하고 데쳐 무침나물로도 활용가능하며, 국이나 전, 묵나물로도 좋다. 나물밥은 곤드레 나물밥보다 한 수 위라고 한다.

 

<만드는 법>

1. 어수리를 깨끗이 씻어 다듬은 후 끓는 소금물에 숨만 죽을 정도로 데친다. 

2. 콩을 불려 믹서에 알맞은 입자로 간다. 

3. 불린 쌀을 솥에 넣고 불려서 갈은 콩을 넣고 물을 부어 밥을 한다. 

4. 밥이 끓으면 밥 위에 어수리나물을 넣어 뜸을 들인다. 

5.  어수리밥에 양념장,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다.

 

오현식 '약이되는 산나물 들나물' 저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