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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麥酒)야 미주(米酒)야 … 쌀로 만든 맥주 등장

저온서 발효해 깔끔한 맛 특징 … 100% 쌀맥주도 선보여

입력 2016-05-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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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맥주는 기존 맥주 발효법에 전통주 제조법을 접목한 것으로 기존 맥주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홉이 들어간다.

맥주(麥酒)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리를 이용한 술이다. 보리를 싹틔워 만든 ‘맥아’(麥芽, 엿기름)로 즙을 만들어 여과한 뒤 홉을 첨가하고 효모로 발효시킨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효주 중 하나로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알코올 음료다. 다른 술에 비해 알코올 함량이 적고 이산화탄소와 쓴맛의 홉이 소화를 촉진하고 이뇨작용을 돕는다.
 
최근 보리가 아닌 쌀로만 만든 맥주가 등장해 화제다. 국내 맥주업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쌀을 넣은 맥주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2005년 6월 국세청 기술연구소 전통술산업육성지원센터는 쌀을 주원료로 한 맥주 제조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치고 쌀맥주 시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쌀 특유의 담백한 맛을 가진 쌀맥주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기존 쌀맥주에 비해 풍부한 맥주맛을 살린 제품이 속속 나오면 관심을 받고 있다.


쌀맥주는 국내 맥주의 주를 이루는 라거(lager)와 같은 방식의 하면발효법를 사용한다. 하면발효법은 발효 도중이나 발효가 끝났을 때 가라앉는 성질을 가진 사카로마이세스 카를스베르겐시스(Saccharomyces carlsbergensis) 효모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10도 정도의 저온에서 발효하는 게 특징이다. 여과가 쉽고 깨끗하며 부드러운 향미를 가진 게 특징이다. 라거를 포함해 필스너(pilsener), 뮌헤너(munchener), 보크(bock) 등이 하면발표법을 활용한 대표적인 맥주로 꼽힌다.


반면 상면발효법은 8세기 독일에서 개발된 제조법으로 중세시대 맥주는 대부분 이를 활용했다. 상온에서 발효해 진한맛을 가진 게 특징이다. 에일(Ale), 스타우트(Stout) 등 형태의 맥주는 모두 상면발효법으로 만들어진다.


일반 맥주는 보리, 맥아, 단일홉 등이 주재료가 된다. 국내 맥주들은 대부분 적은 양의 단일홉이 들어가 맛이 단조롭다. 외국인들이 한국 맥주를 마실 때 밍밍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홉이 적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맥주 업체에서는 단조로운 맛을 가리기 위해 강한 탄산을 넣는다. 반면 쌀맥주에는 다양한 종류의 홉이 들어간다. 기존 맥주 발효법에 전통주 만드는 방식을 접목해 생쌀을 발효시킨 게 특징이다. 차갑게 마셔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국산 맥주에 비해 온도변화에 덜 민감하다.


이대형 경기도 농업기술원 연구사는 “기존 맥주가 보리를 이용해 깊은 맛을 냈다면 쌀맥주는 약간 가벼운 맛을 느낄 수 있다”며 “맥아와 홉을 첨가해 거품 유지기간을 늘렸고 자색고구마, 복분자 등을 첨가하면 다양한 맛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전통주 제조기업 배상면주가는 지난해 11월 쌀로 만든 ‘R4’를 출시했다. 맥주에 쌀을 일부 첨가한 기존 쌀맥주와 달리 쌀과 누룩만 활용한 진정한 의미의 세계 최초의 쌀맥주다. 맥주 맛이 나는 미주(米酒)인 셈이다. 알코올 도수가 5.8도로 일반 맥주(4~5도)보다 높은 게 특징이다. 이 회사는 쌀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7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회사 측은 제품 개발에 80㎏짜리 쌀을 약 1000가마 가량 투입했다고 밝혔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말레시시아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쌀을 자주 먹는 남미지역 공략도 준비 중이다.


R4는 맥주가 아닌 청주로 분류된다. 주세법에는 맥아의 유무에 따라 맥주를 구분하기 때문에 쌀과 누룩만 활용한 R4는 청주다. 일부에서는 배상면주가 측이 청주인 R4를 ‘라이스라거’로 부르는 이유로 출고가를 낮추기 위한 술책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세법 상 청주는 출고가의 30%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맥주는 72%에 달해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맥주제조 일반면허를 취득하고 고급 에일 맥주를 생산하는 세븐브로이맥주와 쌀맥주 제조법을 이전하는 기술협약을 맺었다. 이 기관은 2014년부터 농업인 소득증대와 새로운 전통주 개발을 위해 꾸준히 쌀맥주를 연구해왔다. 맥주 발효법에 전통주 만드는 방식을 접목해 생쌀을 발효시켰다. 세븐브로이맥주는 오는 하반기부터 쌀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경기도 김포시는 쌀을 주원료로 인삼을 감미한 ‘김포인삼쌀맥주’를 2010년 개발했다. 김포시는 김포파주인삼농업협동조합과 인삼쌀맥주사업추진단을 결성, 맥주 제조공장 겸 시음판매장인 ‘인삼쌀맥주 갤러리’에서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 곳에서 35∼45일간 숙성 발효된 쌀맥주는 1.8ℓ의 페트병에 담겨 김포지역 농협 산하 판매장(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정종우 기자 jjwto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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