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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갑작스런 철퇴 … 뷰티한류 선도한다더니 이제 와선 ‘사회악’?

외모지상주의 속 일부 의료진 낮은 윤리의식·저품질 바이럴 콘텐츠·무조건 광고 막고보는 정부 ‘합작품’

입력 2017-03-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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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한류’의 중심에는 성형외과가 있다. 한국 의사들의 섬세한 술기, ‘외모지상주의’ 확산, 과거보다 성형에 관대해진 마인드 등이 성형외과의 산업화를 견인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많은 성형외과들이 고전하는 추세다. 2015년 말부터 포털 사이트가 미용성형과 관련한 키워드를 강력하게 제재하면서부터다. 지난 2월 서울시 강남구보건소에는 20여곳의 성형외과가 폐업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보건복지부가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3월 한 달간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성형광고를 모니터링한다고 밝혀 미용클리닉·성형외과는 또 ‘보릿고개’를 넘는 중이다.


포털사이트 제재 이후 ‘경영난’ 호소하는 병의원 늘어


실제로 성형외과에서 광고홍보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크다. 애초에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보다는 이상적인 외모로 개선하는 것을 지향하다보니 홍보 여부에 따라 병원경영 상태가 좌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각종 미용·성형 산업에서 유혹을 위한 광고의 힘은 강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령 성형 비포-애프터 사진은 자신의 얼굴 혹은 신체 일부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우만은 “거대 산업이 된 성형외과의 전형적인 광고는 자신의 외모에 불안해하는 여성이라면 거의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유혹으로 꽉 차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성형외과의 주요 광고채널은 ‘포털사이트’를 통한 ‘바이럴마케팅’이다. 바이럴마케팅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접속하는 온라인 매체에 특정 병원이나 시술을 홍보하는 마케팅 활동을 통칭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저렴한 비용에 마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믿을 만한 콘텐츠’라는 느낌을 줄 수 있고, 꾸준한 광고효과를 내 만족도가 높았다. 최근에는 ‘파워블로거’들의 대한 신뢰가 떨어지며 예전에 비해 맹신하는 의료소비자는 드물다. 하지만 ‘자주 보일수록’ 익숙해지는 만큼 이후 병원을 선택할 때 광고에 자주 노출된 병원을 고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이럴 업체의 ‘저품질’ ‘낚시 콘텐츠’는 문제


성형 바이럴마케팅은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카페 등에 △이야기 형식의 시술 및 수술 후기 △가격 할인 등을 가장한 홍보 기법을 주로 쓰고 있다.


하지만 포털은 지난해부터 꽤 높은 광고수익을 올려주는 성형외과를 향해 철퇴를 들었다. 포털이 무시못할 광고주인 성형외과와 삐걱거리게 된 것은 모 포털사이트의 대표 성형카페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시작된 듯하다. 이를 통해 ‘성형 바이럴’의 폐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때마침 G모 성형외과의 유령의사 사건까지 터졌다. 지난해에는 직접 홍보대행사를 차려 거짓 후기를 쓰던 O성형외과까지 드러나며 성형외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포털은 ‘발을 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바이럴 종사자들의 말이다.


지난해까지 성형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던 김모 씨는 “포털이 특별히 소비자를 위한 제재라기보다 ‘자신의 소중한 DB를 낭비한다’고 여기는 마음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절대로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중간에서 자신들을 거치지 않고 수익을 가로채고 있는 성형외과 바이럴마케팅 회사에 대한 불만도 꽤 컸으리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바이럴 업체들이 (그들이 보기에) 손쉽게 돈을 버는 모양새가 탐탁찮았을 것”이라며 “지난해 성형 키워드와 관련된 블로그 포스팅은 대부분 ‘저품질 블로그’로 가는 특급열차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를 계기로 블로그·카페 ‘상위노출’에 열올리는 바이럴마케터나 홍보대행사는 이같은 강력 제제에 가장 먼저 나가떨어졌다. 기자 주변에도 문을 닫은 홍보대행사가 적잖았다. 단 6개월만의 일이었다. 온라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등장하며 언론도 ‘포털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성형 기사를 올리면 ‘경고장’이 날아왔다. 성형 부작용에 대해 소개하고, 여러 수술법의 비교기사를 작성하더라도 ‘성형 내용이니까 무조건 금지’라는 식이어서 답답한 측면이 컸다.


저질 콘텐츠 ‘최종승인’한 일부 의사 책임도 커


이같은 상황은 바이럴업체가 포털에 쌓아둔 ‘저질 콘텐츠’에서 비롯된 것으로 제제당할 만하다. 바이럴마케팅을 활용한 업체나 병원은 대체로 ‘키워드’를 통한 상위 노출에만 혈안이 됐을뿐 실제로 양질의 성형정보를 제공할 의도나 실적이 거의 없었다. 마치 궁금한 점을 알려줄 듯하면서 특정 키워드가 남발된 문장과 병원 이름만 떡하니 올려진 경우도 많았다. 뉴스기사로 둔갑한 ‘성형광고’는 구체적인 정보 없이 ‘자신이 경험많은 성형 전문의’, ‘누구나 받으면 외모가 개선된다’는 키워드 남발 원고로 봐도 무방했다.


이는 명백히 의료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닌 단순 병원 상담 문구와 성의 없는 사진들에 맥이 빠진다. ‘성형 고수’들은 실제로 이같은 병원들을 ‘믿고 거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 포스팅은 의료법을 교묘하게 위반하고 있다. 가령 각종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행위를 하는 것도 포함된다.


한국만 성형광고 강국? 미국도 ‘똑같아’ … 문제는 ‘광고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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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리힐즈의 미용성형외과 의사 제이슨 이머의 인스타그램. 일상은 물론 수술 전후사진, 시술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사람들이 한국의 성형문화를 비판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서구 등 의료선진국에 비해 성형 광고가 과도하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눈을 빌려 ‘우리나라는 이런 지하철 광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한국은 끔찍하군요!’ 따위의 기사도 적잖다. 한국 성형광고의 실질적인 문제는 광고판의 개수보다는 질 낮은 콘텐츠에 달려 있는데 이를 간과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성형광고에 자유롭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만큼 한국 못잖게 노골적이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홍보·광고 패턴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보다 성형수술 후기를 자유로이 남길 수 있고, 병원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지 않아도 전후 사진을 볼 수 있다.


미국과 한국 성형광고와 차이점은 ‘광고 주체’와 ‘부작용 여부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밝히느냐’의 여부다. 한국은 대개 ‘수술에 바쁜’ 의사들로부터 ‘필수 키워드’를 노출하도록 지시받은 바이럴 업체들이 대충 원고를 써서 포털사이트에 걸리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심지어 허접한 정보인데도 병원 이름만 바꿔 여러 병원이 돌려쓰기도 한다. 이를 최종 승인한 것은 결국은 광고주인 의사다. 제목만 다른 포스팅에 똑같은 사진, 똑같은 상황 들이 우루루 올라오게 만든 장본인들이 바로 의사다.


미국의 경우 의사가 직접 광고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PR매니저나 홍보대행사의 어드바이스를 받긴 하지만 의료소비자와 소통하는 주체는 의사임을 잊지 않는다. 개인 SNS를 운영하고, 많이 받은 질문에 대해 깜짝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하며, 부작용 사례를 정리해 공유하고, 수술 장면을 그대로 SNS를 통해 보여주는 일반인 대상의 ‘라이브서저리’도 시행한다.


비버리힐즈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제이슨 이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결과물’을 올리며 수술을 소개한다.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수술 과정 등을 정리해 유튜브 등에 공유하며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미국 뉴욕의 성형외과 전문의 매튜 슐만 박사는 스냅챗에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수술집도 동영상을 공유하며 유명해졌다. 처음엔 ‘보기 불편하다’ ‘이런걸 굳이 왜 올리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요즘엔 ‘좋은 정보에 감사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슐만 박사는 “환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며 “성형수술은 말처럼 쉽고 간단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한국의 성형 소셜커머스처럼 미국도 성형비용을 할인해주는 쿠폰 시장이 활발하다. 최근엔 이를 통해 성형 수요자의 연령대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에드윈 윌리엄스 미국 성형외과 전문의는 “그루폰(Groupon) 등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반값 보톡스’, ‘반값 필러’ 쿠폰 등은 선물로도 많이 거래되고 있다”며 “쿠폰을 통한 성형수술이 매년 10~15%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복지부, 이제와서 ‘성형광고 제재’ … 성형 자체 아닌 일부 의사들의 ‘윤리’ 문제


정부는 성형외과 광고의 문제점을 짚고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 무조건 광고를 막아서는 안 된다. 외모가 스펙인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자신의 개인적 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해 ‘외모 자기결정권’을 행하는 의료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형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닌 올바른 정보와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분위기’다.


한국의 강점인 성형수술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게 중요할 터인데 오히려 싹이 터 가지가 뻗어나가려는 것에 가위질을 해대는 게 요즘의 형국이다. 2007년 의료광고가 본격 허용된 애초의 정책적 목표가 무엇이고 의료산업육성 관점에서 어떤 포지션이 합리적인지 재고해봐야 한다.



정희원 기자 yolo031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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