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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미완성 괴물 은가누, 진화 가능성 충분

입력 2018-0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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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헤비급에서 활약 중인 은가누(연합)

UFC 등 MMA 무대에서는 투박하지만 강력한 몬스터급 선수가 간혹 등장한다. 경험도 많지 않고, 기술이 다양하거나 정교한 것도 아니다. 베테랑급 선수들이나 테크니션형 선수들에게 모든 면에서 달린다.

그럼에도 자주 사고를 친다. 신체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흑인 다크호스 경우에는 기술이 월등한 상대들을 만나서도 타격으로 사고를 치기 일쑤다. 그래플링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숙련도에 따라 기량이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타격은 한방으로 경기가 끝나거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맞추는 재주가 뛰어나다 보니 자신보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도 종종 이변의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린다.

K-1에 막 데뷔했던 시절의 밥 샙(44,미국)은 기술을 제대로 배준 적이 없었지만 쟁쟁한 강자들을 긴장시켰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던 어네스트 후스트를 무려 두 차례나 무너뜨리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펀치 등 패턴은 지극히 단순했지만 큰 체격(196cm·170kg)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에 만만치 않은 스피드까지 갖춰 월드클래스들 사이에서도 ‘야수’로 불렸다.

잠깐이었지만 프라이드 시절의 라모우 티에리 소쿠주(34,카메룬)와 UFC 휴스턴 알렉산더(47,미국)도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다.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불과했던 소쿠주는 프라이드 넘버시리즈에서 당시 정상급 강자로 분류되는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히카르도 아로나를 무시무시한 타격으로 연파하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바 있다.

알렉산더 또한 키스 자르딘(42,미국)과 알레시오 사카라(38,이탈리아)를 연달아 격파하며 옥타곤에 잠깐이나마 돌풍을 일으켰다. 철장 쪽으로 거칠게 상대를 밀어붙인 후 근거리에서의 짧지만 강력한 타격능력을 보여줬다.

얼핏 보면 마구 휘두르는 것 같았지만 상대를 사정권에 끌어 당겨 놓고 때려 정확도 역시 높았다. 그 외 브렛 로저스(37·미국)도 안드레이 알롭스키를 연타로 무너뜨리며 잠깐이나마 팬들 사이에서 ‘흑도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최근 UFC에서 가장 무서운 흑인 괴물은 단연 프란시스 은가누(31,카메룬)다. 투박하지만 거칠 것 없는 기세로 연승행진을 펼쳐오던 그는 최근 헤비급 타이틀매치에서 스티페 미오치치(36,미국)에게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다른 정상급 랭커들에 비해 기술적 정교함이 확연히 떨어짐에도 파워와 터프함만으로 챔피언 문턱까지 접근했다는 것은 리얼 몬스터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의견이다.

미오치치전에서 보여준 은가누의 파이팅스타일은 지극히 단순했다. 수비는 정말 낙제점이었다. 펀치는 다 맞고,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면 그라운드에서 무기력하게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로우킥에 발을 들어 올려 받는 기본적인 동작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천하의 미오치치를 상대로 5라운드까지 버티어냈다. 체력은 불합격이지만 정신력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향후 진화 가능성도 높다. 괴물이 경험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미오치치 역시 경기가 끝난 후 위험했냐는 질문에 “어찌 위험하지 않을 수 있었겠냐? 이 남자를 봐라”면서 은가누를 가리켰다. 은가누 역시 “미오치치는 매우 스마트하게 잘 싸웠다”라며 깔끔하게 인정했다. 아쉽게 정상문턱에서 낙마한 은가누가 다시금 진화된 괴물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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