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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BTS와 아미가 만든 무대”...방탄소년단, 33도 사우디 불태웠다

입력 2019-10-1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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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과 아미, 여러분이 만들어준 무대입니다.” (뷔)

스타는 타고 난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적어도 방탄소년단을 보유한 K팝의 나라 한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 스타는 기획자가 아닌 팬들에 의해 성장하고 다듬어지며 완성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12일 새벽 1시 30분(현지 시간 11일 오후 7시 30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이하 킹파드)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러브유어셀프: 스피크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는 아랍권 아미(ARMY·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들의 열성적인 러브콜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이 맞물려진 결과물이다.

 

아랍권에서도 이슬람원리주의를 엄격히 적용해온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시행과 더불어 여권신장을 위해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여성의 축구장 출입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형 축구장인 킹파드에 비(非)아랍권 가수가 단독으로 공연하고 아바야(이슬람권 여성들이 입는 검은 망토모양 의상)를 쓴 여성들이 객석을 가득 채운 것은 방탄소년단이 최초로 기록될 전망이다.

킹파드를 가득 메운 약 3만 여 아랍 아미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우렁찬 떼창으로 방탄소년단의 등장을 기다렸다. 또렷한 한국어로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아이돌’의 ‘덩기덕 쿵더더덕’을 따라 부르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날 공연을 생중계한 네이버 V라이브 채팅 창에도 아랍권 언어 사용자가 부쩍 많은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공연의 포문은 강렬한 힙합곡 ‘디오니소스’였다. 이번 월드투어 세트리스트의 첫번째를 장식한 곡이자 서울,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팬들을 열광케 한 바로 그 노래다. 화면 너머 팬들의 포효가 들려왔다.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K팝 가수의 단독공연이라는 역사를 새로 쓴 멤버들은 누구보다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RM은 리야드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현지어 그대로 “알리야드, 쑤우디야”라고 발음했고 진도 “우리가 이 장소에서 공연하는 첫 해외가수라고 들었다”며 아랍어로 감사하다는 뜻을 담은 “슈크란”이라고 화답했다. RM은 “당신들은 우리와 몇 천마일이나 떨어져 있지만 사랑과 지지를 보내줬다”며 이 공연을 만든 주체가 아미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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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이미 전 세계 5만석 이상의 스타디움을 돌며 공연을 해온 방탄소년단이지만 섭씨 33도의 무더위 속 공연은 처음이다. 두 번째 곡인 ‘낫투데이’를 부를 때부터 멤버 전원이 땀범벅이 됐고 특유의 칼군무가 다소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물을 마시거나 호응을 유도하며 더위를 이겨냈다. 팬심이 뜨겁게 불타오른 팬들은 “김남준”(RM), “민윤기”(슈가), “김태형”(뷔), “정호석”(제이홉) 등 예명을 가진 멤버들의 한국어 본명을 외치며 이들을 응원했다. 팬들이 흥분한 탓인지 RM은 “앞의 사람을 밀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멤버들의 화려한 솔로무대도 볼거리였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정국은 다시금 ‘유포리아’를 부르며 킹파드 상공을 날아 눈길을 끌었다. 지민의 솔로곡 ‘세렌디피티’, RM의 ‘트리비아 승(承): 러브(LOVE)’ 등도 인상적이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공연 전 보수적인 아랍권 문화에 맞춰 안무 일부를 수정했다고 밝혔지만 특별히 안무를 변경하지는 않았다. 다만 복근 노출을 비롯한 신체 노출은 없었다.

13일 생일을 맞는 지민은 이날 3만여 팬들 앞에서 생일 축하를 받았다. 지민은 “여러분들과 만날 생각에 생일인 것을 잠시 잊었다”며 “갑작스럽지만 여러분과 멤버들과 함께 보내 더 행복한 생일이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유난히 눈물이 많은 그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었다.

멤버들은 차후 다시 킹야드에 다시 오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뷔는 “우리가 이런 공연장을 채울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미를 만나 행복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 또 봐요”라고 약속했고 슈가도 “다시 와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정국은 “우리의 공연을 보고 행복한 감정을 느껴달라”고 했고 지민도 “여러분 덕분에 우리를 응원해준 분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제이홉은 “의미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했고 RM은 “초대해줘서 감사하다. 돌아갈 때도 이 순간을 기억하겠다”며 애틋한 감정을 표했다.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소우주’다. “어두운 밤 어두운 밤 (외로워 마)/별처럼 다 (우린 빛나)/(중략)/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 지민이 팬들을 향해 “저희가 더 많이 사랑해요”라고 외치자 멤버들도 “다시 또 올게요”라고 다시금 약속했다. 짙은 어둠 속 ‘아미밤’(BTS 응원봉)이 별빛처럼 반짝였고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각자의 우주를 담은 세계인이 BTS라는 고리로 경계를 넘어 하나가 된 밤이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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