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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쎄가 빠지게’ 생존하라! 넷플릭스 ‘수리남’…사는 건 다 그렇다

[#OTT] 넷플릭스 '수리남'

입력 2022-09-14 18:30 | 신문게재 2022-09-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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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사진제공=넷플릭스)

그 시작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아버지와 야쿠르트를 배달하던 어머니 그리고 삼남매는 학비는 물론 먹을 것이 공짜라는 이유로 유도를 할 정도로 지독히 가난했다. 무리를 하던 어머니는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았고 하루 20시간 레미콘을 운전하던 아버지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울지 못했던 이유를 일찌감치 깨달은 강인구(하정우)는 엄마가 그랬고 아버지가 그랬듯 ‘쎄가 빠지게’ 일했다. 낮에는 등짐을 지고 산에서 막걸리를 팔고 밤이면 단란주점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동안 인구의 어린 동생들만 남은 집안은 엉망이 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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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사진제공=넷플릭스)

결국 교회를 다니라는 조건을 내건 여자 박혜진(추자현)과 결혼해 자신의 아이까지 생겼지만 “선박기술을 배워 20년 동안 쎄 빠지게 배를 탔는데도 애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는 친구 박응수(현봉식)의 자조처럼 강인구의 삶은 좀체 가벼워지질 않는다. 

 

미군 부대 앞 카센터, 미군 전용 노래방 구좌 운영, 미군 부대 식자재 납품 등으로 잘 살아 보겠다고 버둥거리지만 여전히 무거운 삶의 연속이다. 변화가 필요하던 시기에 해외를 드나들며 생선 비즈니스를 하던 절친 응수와 향한 수리남은 희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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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사진제공=넷플릭스)

 

돈 몇푼, 맥심커피 두 박스 등을 쥐어주면 홍어를 거의 공짜로 사들여 한국으로 보내는 사업은 순조로웠고 꽤 짭짤했다. 그렇게 윤정빈 감독의 첫 드라마이자 황정민·하정우·박해수·조우진·장첸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시작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떠난 길이었다. 

“꼭 가서 인증샷을 찍어보내라”는 걱정 많은 아내의 성화에 찾은 파리마리보 교회에 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마냥 순탄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 교회의 목사지만 사실은 마약으로 수리남을 쥐락펴락하고 광신도들을 거느린 마약왕 전요한(황정민)을 만나면서 평범한 민간사업자였던 인구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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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사진제공=넷플릭스)

 

컨테이너에서 실어 한국으로 보낸 홍어 뱃속에서 코카인이 발견되면서 감옥에 갇히게 되고 느닷없이 국정원 요원인 최창호(박해수)라는 사람이 찾아온다. ‘7X8’을 외치는 것만으로도 까르르 넘어가던 절친 응수는 비명횡사했고 인구는 출소하면서부터 국정원 언더커버 요원으로 전요한 소탕작전에 투입된다.

수리남의 대통령까지 쥐락펴락하고 절대충성하는 중국 조직 출신의 ‘전도사’ 변기태(조우진), 법률 자문이자 고문 변호사 데이빗 박(유연석), 묵묵히 잔인한 일들을 수행하는 집사 이상준(김민귀) 등에 둘러싸여 마약왕국을 이룬 전요한과 엮이면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행보는 ‘생존’으로 급선회된다. 

용기도, 객기도 아닌 생존을 위한 길이었다. 사는 건 그렇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가야만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수리남’의 강인구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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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사진제공=넷플릭스)

 

2009년 브라질에서 체포된 마약왕 조봉행 사건을 모티프로 한 ‘수리남’은 국정원, 미국 법무부 산하의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잔인한 마약왕, 전요한의 경쟁조직 보스 진첸(장첸) 등 사이에서 나 홀로 민간인인 강인구는 적당한 정의로움과 적당한 공작(?)으로 무장하고 살아남기 위해 내달린다. 

강인구가 극한으로 몰릴수록 삶의 현장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습득한 임기응변과 그 누구보다 강한 생존본능이 어김없이 발휘된다. 전요한 소탕으로 정의를 구현한다는 국정원의 그럴 듯한 명분이나 긴박감 넘치지만 다소 요란하게 느껴지는 작전도, 제작·유통까지를 장악하는 마약왕국 설립을 꿈꾸는 전요한의 야망도 평범한 민간인의 생존본능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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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사진제공=넷플릭스)

 

어떤 삶이든 그 나름대로는 절실한 생존본능으로 영위된다. 극단의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실소를 자아내는 인구의 이상한 유머와 말장난들은 하정우와 윤정빈 감독이 평소에 주고받는 “뻘소리”들을 대사화한 것들이다. 

인구는 나라를 구하거나 인류를 구원하거나 대단한 정의를 실현하고자 나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요란한 작전을 세우거나 잔인함과 난폭함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일도 없다. 그럼에도 ‘될 때까지 하는 게 협상’이라는 둥 늘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는, 한결같은 강인구는 이상하게도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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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사진제공=넷플릭스)

 

“삶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요. 하다 보니 거기까지 간 거죠. 한 걸음, 한 걸음 갈 때는 거창하고 위험한 일인지도 몰랐는데 가다 보니 여기까지 와있네…하는 거요.”

13일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밝힌 하정우의 말처럼 요란하게 계획되지도, 그다지 전문적이지도, 훈련 받지도 않은 평범한 인간의 생존의지는 그 어떤 것도 이길 수 없다. 극 중 딸아이가 수리남에 갈 거라는 인구에게 천진난만하게 던지는 질문에 어리둥절 혹은 그 속내가 명확하지 않는 표정을 짓는 강인구의 장면이 이상하게 눈에 밟힌다. 

“어려운 길을 왜 가야하는데?”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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