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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게임하냐고요? 치료중입니다! 의료시장 新패러다임 '디지털 치료제'

입력 2022-10-04 07:15 | 신문게재 2022-10-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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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전부터 첨단 의료기술과 미래 ICT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인지행동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기반으로 하는 DTx는 기존의 투약 중심 치료를 넘어 건강한 노후를 담보할 혁명적 치료예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 혁신으로 기존 의료체계의 한계를 허물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더 쉽고 빠르고 저렴한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의 시대’가 곧 도래하리라는 기대가 높다. ‘무병장수’의 기대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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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방효과 큰 3세대 치료제 DTx


알약이나 캡슐 같은 저분자 화합물 1세대 치료제, 항체와 단백질 세포와 같은 생물제제의 2세대 치료제가 사후 치료의 성격이 강했다면, 3세대 치료제인 고품질 소프트웨어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는 선제적 예방치료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차별점이다. AI, 가상현실, 게임, 스마트폰앱 같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신경계와 심혈관계 질환, 만성질환 치료에 특히 큰 효과가 기대된다. 실시간으로 환자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함으로써 개인 맞춤형 분석과 치료가 가능하다.

환자를 직접 치료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디지털 헬스케어 보다 진화된 개념이다. DTx는 나날이 축적되는 임상 데이터 덕분에 이제 약물중독·자폐증·우울증 및 불면증·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및 공황장애·조현병·알츠하이머 및 치매·2형당뇨·암·심뇌혈관 질환·만성 폐쇄성 폐질환·근감소증·천식·통증 등으로까지 치료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비만이나 금연 치료에도 활용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티직 마켓 리서치의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1년 42억 달러에서 매년 평균 31.4%씩 성장해 2030년에는 35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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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치료제 시장 어디까지 왔나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빠른 인허가를 위해 디지털 치료제 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가의료보험 수가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DTx를 제도권 의료시장으로 편입하려는 노력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이다.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개발사에 대해 선 판매 후 실사용 데이터를 수집해 검증하는 혁신적 허가방식까지 도입했을 정도다. 2017년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페어테라퓨턱스의 약물 중독 치료용 디지털치료제 ‘리셋 앱’을 최초로 허가했다. 2021년 미국 보험청은 FDA가 인정한 혁신 의료기기에 대해선 4년간 메디케어 보험급여를 자동적용하겠다는 파격지원안도 발표했다.

영국은 2019년부터 심각도와 등급에 따른 디지털 기술 근거표준지침을 제시해 디지털 치료제 육성을 지원한다. 특히 정신질환 영역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2020년 3월 우울증과 강박장애, 신체이형증 등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 14건의 가능성을 평가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8월에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2021년에는 전담조직을 신설해 신속한 제품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허가받은 사례는 없으나 식약처는 불면증과 알코올 중독장애, 니코틴 중독장애 개선을 위한 3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밀착 지원 중이다. 2021년 하반기에 불면증, 뇌졸중 상시 재활, 시야장애 개선, 소아근시 억제, 호흡 재활, 불안장애 등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식약처 허가를 받아 임상실험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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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병장수의 꿈’ 한 발 앞으로


2016년에 설립된 미국의 의료용 가상현실 플랫폼 회사 ‘XR헬스’는 재활운동이나 정신치료 및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독형 서비스에 가입하면 맞춤형 VR 헤드셋을 받아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의사용 웹 포털에 환자 치료 상황과 치료상 어려움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2020년 3월에 FDA에서 처방용 디지털 치료제로 인허가를 받은 ‘페어테라퓨틱스’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제 ‘솜리스트는 앱을 통해 환자들에게 6~9주간의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과제를 제시한다. 임상시험 결과, 잠드는 시간이 45%나 단축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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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에 FDA 승인을 받은 미국 게임회사 ‘아킬리’의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엔데버Rx’는 소아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의 주의력 결핍 개선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한달 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맞춰 여러 임상시험을 해 본 결과, 3분의 1이 적어도 한 분야 이상에서 주의력 결핍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되었다.

‘가이아헬스’는 근골격계 통증과 만성폐쇄성질환 등에 대한 가상 물리치료를 제공한다. 컴퓨터로 동작을 추적하고 디지털 바이오 마커로 움직임의 범위와 균형, 안전성 등을 측정해, 그 결과에 따라 실시간으로 운동 피드백과 목표 기능평가를 제공한다. 임상 참여자들 상당수가 기존 치료법 대비 높은 통증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미국의 존스홉킨스와 ‘알츠메디스’라는 치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케이비즈’가 주목을 끈다. 휴대폰 카메라로 환자의 손가락과 몸,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인지장애 등 치매 전조 현상을 진단·치료한다. 권기철 대표는 “초기 치매 환자를 90%의 정확도로 잡는데 성공했다”며 내년 초에는 FDA 승인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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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의 적극적 참여와 노력이 관건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사용자 경험과 그에 따른 데이터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의 디지털 이해력을 감안한 환자친화적 설계도 고려해야 한다. FDA가 인증 혁신 디지털 치료제에 의료보험 급여 적용을 추진키로 했던 미국도 고령자의 디지털 문해력을 감안해 아직 실제 적용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혁신적인 의료수가 도입 필요성도 대두된다. ‘디지털 치료제 혁명’을 쓴 하성욱 한국의학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은 “건강보험 예산을 절감하고 환자의 실제적인 편익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리고 국내 디지털 치료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리도 별도 수가체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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