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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정명훈 고희를 축하하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한국 단독 투어 “K컬처의 약진, 이제 시작”

입력 2023-03-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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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드센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왼쪽부터), 마에스트로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허미선 기자)

 

“이후 중국, 일본 등을 방문하겠지만 이번에 한국투어만 기획한 이유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70세를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의 70세를 맞아 특별한 의미를 담아 한국 단독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아시아 투어를 한국에서의 6회 공연만으로 꾸린 데 대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achsische Staatskapelle Dresden)의 에이드리안 존스(Adrian Jones) 대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고희 기념”이라고 답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1548년 독일 작센(Sachsen)의 선제후(Princeps Elector, 중세 독일에서 황제 선거권을 가진 제후)였던 모리츠가 설립한 궁정악단으로 창단 475주년을 맞는 독일 관현악의 전통 강자다.

존스 대표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대해 “모든 단원들이 즐겁게 즐기면서, 모든 음표 하나하나를 공들여 연주한다”며 “그래서 두껍고 풍요로운, 넓게 퍼지는 사운드가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따뜻하고 풍요롭게 콘서트홀을 채우는 것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사운드의 저력”이라고 덧붙였다.
 

정명훈
이번 내한 투어에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끌 마에스트로 정명훈(사진=허미선 기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전쟁으로 황폐해진 궁정악단 부흥에 애썼던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utz), 테너 성악가이자 작곡가 요한 아돌프 하세(Johann Adolph Hasse), 낭만파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 등이 카펠마이스터(Kapellmeister, 음악감독)로 몸 담았던 악단으로 매 시즌 260여편의 오페라와 발레, 50여회 이상의 교향곡과 실내악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정명훈은 2012년 2012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역사상 최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돼 지금까지 수차례 함께 연주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이번 내한 공연 지휘자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Piano Concerto No. 1, Op.23) 협연과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교향곡 8번-미완성 D. 759’(Symphony No. 8 ‘Unfinished’, D. 759),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Der Freischutz) 중 ‘서곡’(Overture) 연주(3월 2일 세종예술의전당, 3일 롯데콘서트홀, 4일 아트센터 인천,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그리고 이틀에 걸쳐 ‘브람스 교향곡 전곡’(3월 7,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를 진행한다.

이번 투어에서 전곡연주되는 브람스 교향곡은 정명훈의 ‘시그니처’로 표현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그는 브람스 교향곡에 대해 “이 음악을 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시간이 같이 흘러가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예를 들어 브람스 ‘교향곡 1번’부터 시작해 지휘를 많이 해봤지만 10년이 지나서야 그 뜻, 소리 등을 소화시킬 수 있었어요. ‘교향곡 4번’까지 오니까 아무리 해도 모자라요. 20년이 흘러, 50살이 넘어서야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브람스가 (50살이 넘는) 그 나이에 교향곡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이어 정명훈은 “그런 거장과는 음악적으로 차이가 너무 나서 이해가 힘들지만 인간으로서는 그만큼 살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가능해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교향곡을 연주할 때 인생의 뜻을 떠올리곤 합니다. 거기서 모든 게 나타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이 좀 편안해 졌어요. 저도 그만큼 살아서 이해를 좀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사진=허미선 기자)

 

존스 대표는 “브람스가 ‘교향곡 4번’을 직접 지휘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연주한 역사가 있다. 이에 브람스가 직접 지시한 음악적 매력이 오케스트라 안에 남아 있다”며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할 때 그 매력들이 끄집어내져 내공을 발휘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정명훈의 지휘 스타일은 연주자들에게 여백을 마련해 줍니다. 연주자들에게 하나하나 일일이 지시하며 앞에서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자연적으로 사운드를 생성하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시죠. 연주자들의 박동, 맥박 등을 잘 살리는 등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사이의 상호 존중 분위기를 만들어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어 “연주자들이 지휘자(정명훈)를 존경하게 되고 그를 ‘대부’(Godfather)처럼 생각한다”며 “(정명훈) 스스로가 실내악 연주를 많이 했기 때문에 혼자 음악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그들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면서 음악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명훈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 대해 “20여년 인연을 이어오면서 여러번 함께 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이 사람들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같이 지내는 시간이 없다면 깊이까지 알 수 있게 되지가 않아요. 그 시간이 있어서 더 이해를 잘 해주고 잘못된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죠.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고, 한국에서만 6번 연주를 하러 올 수 있다는 건 우리 음악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비롯해 뉴욕필하모닉 등 훌륭한 오케스트라도 한국에서만 연주하는 초대에 응한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성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허미선 기자)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할 조성진은 “한국에 오기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3차례 협연을 했다. 원래 2020년 6월 하기로 했다가 코로나로 연기됐지만 이제라도 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독일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잘 하는 오케스트라라는 인상받았습니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꽤 많은 오케스트라와 공연했지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현악기 소리가 너무 벨벳 같고 깊었어요. 현악기가 중요한 협주곡이라 즐겁게 연주했죠. 특히 2악장의 첼로 솔로를 수석 첼리스트가 너무 잘했어요.”

조성진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한국, 파리, 일본 그리고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16세부터 거의 10번 정도 연주한 곡”이라며 “너무 유명한 곡이어서 연주때마다 부담되는 곡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곡도 유명한데도 유명 연주도 너무 많아요. 이런 곡을 연주할 때는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잘할까 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이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특별하게 연주하려다 보면 자연스러움이 사라질 것 같거든요. 다른 사람 연주는 듣지 않고 악보 공부를 더 하면서 준비하는 편이죠.”

이어 조성진은 정명훈과의 인연에 대해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명훈 선생님과는 2009년 중 3때 처음 뵌 후로 협주곡 7, 8개를 함께 연주했다. 당시 운 좋게도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고 같이 연주해주셔서 영광이었다”며 “안좋은 점은 당시 제가 협주곡 연주 경험이 없었는데 정명훈 선생님과 하다보니 스탠다드가 너무 높아져서 힘들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진의 말에 정명훈은 “(조)성진이는 13세 때 처음 연주를 들었다. 어느 호텔에서 짧은 곡을 치는데 ‘이게 웬일이지’ 했다”고 화답했다.

“13살밖에 안됐다는데 재주가 있어서 잘하는 게 아니라 음악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연주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다양한 솔로이스트들과 많은 콘서트를 했지만 저와 협주곡을 제일 많이 한 사람이 조성진이에요. 이번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하면서) 보니 어른이 돼 버렸어요. 얼마나 흐뭇하고 자랑스러운지(프라이드한지)…굉장히 잘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성진이는 뛰어나게 잘하고 있어요. 드레스덴에서 연주하는 걸 보면서 (그 나이대에) 제가 한 것보다 몇배 더 잘한다고 판단돼 기분이 좋았죠.”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왼쪽부터), 마에스트로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정명훈은 “조성진, 임윤찬 등 요새 젊은 사람들을 보면 놀랍다. 어린 나이에 너무 잘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고 깊어질지는 예측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음악가가 성공하고 돈을 벌어도 바뀌지 않을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성공하고 유명해지는 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방향으로 갈 기회가 더 많아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겸손하게 일평생을 나아가는 것이 제일 힘들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5년 동안 지켜본 성진이는 (그런 측면에서)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제일 큰 칭찬이죠.”

 

그리곤 “(내가 칭찬하는 면은)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고 (일평생을 겸손하게 나아가다 보면) 끝에서 음악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정명훈의 칭찬에 조성진은 음악을 하면서 기피하는 것 두 가지에 대해 털어놓았다.

“음악이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어떻게 하면 잘 치게 들릴까’라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요.”

정명훈은 BTS 등의 K팝과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 K컬처 약진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보기 좋다”며 “클래식 음악도 잘 가고 있다. 짧은 시간에 이만큼 온 것도 놀라운 사실”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번 투어도 처음으로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수준이 됐기에 가능했고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들여 깊이를 찾은 이 음악들이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고 인스턴트인 지금의 우리 삶에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70년을 살면서 배운 건 하고 또 하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더 찾을 수 있고 더 가까워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음악이라는 사실이죠. 그런 음악이 바쁜 생활에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할 거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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