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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그 누구도, 그 어떤 사조도 아닌 장욱진…‘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입력 2023-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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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의 맏딸 장경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명예관장(사진=허미선 기자)

 

“이건 저예요. 당시 그 연령대는 저 밖에 없었고 아버지가 사주신 옷이니 분명 저예요. 그렇게 저희들은 서로 (아버지가 나를 그린 게 맞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받으려고 노력하곤 했어요. 아버지께서 말로 하시지는 않았지만 우리 자매들을 정말 마음 속으로 사랑해주셨어요. 우리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방법이 좀 다르신 거죠.”

13일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9월 14~2024년 2월 12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故장욱진 작가의 맏딸인 장경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명예관장은 이렇게 아버지를 회상했다.

“저를 만나면 저한테 최선을 다해주시고 제 동생을 만나면 또 제 동생에게 최선을 다해주셨어요. 그래서 누구나 아버지가 자기를 제일 사랑한다고 믿었죠. 저희 아버지로서는 그림이 가족 사랑의 어떤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회고전은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 등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그가 추구했던 주제의식과 조형 의식이 어떻게 변모하고 진화됐는지를 총망라한다.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270여점의 작품과 100여점의 아카이브를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는 방탄소년단 RM 소장작품 6점이 포함됐다.


전시명 ‘가장 진지한 고백’은 생전 “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고 했던 작가의 말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를 아우르며 선생님의 초기 그림들과 활동 양상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조형의식과 주제의식, 창작의식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는 데서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장욱진 선생님은 어떤 표현기법이나 사조, 단체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과 독창성을 구현해 내신 분이십니다. 10여 가지 정도의 소재를 반복해서 그리셨는데 그 그림들이 지루하거나 똑같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까치가 자신의 분신이 되기도 하고 나무는 온 세상을 품는 우주로서 기능하는가 하면 해와 달은 시간의 영원함과 연속성을 의미하기 때문이었죠.”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 중인 배원정 학예연구사(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배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 출품작들을 보면서 ‘화면에 새가 없었다면, 나무가 없었다면’ 등을 상상하시면 그의 조형·주제·창작 의식 등의 실체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선생님은 작품 수량이 굉장히 많이 전해지고 있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자유롭게 구사하신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선생님은 평생 어떤 범주에 속하신 적이 없어요. 완전히 독창적이고 독자적인 길을 걸으셨죠. 외로우셨을 거고 괴로운 시간도 있었을 거예요. 그를 이겨내고 누가 봐도 독창적인 내용과 양식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장욱진은 장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생 그의 그림 소재였고 그 자신을 투영한 까치를 비롯해 나무, 해와 달 등을 비롯해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 불교 인연설에 바탕을 둔 ‘가족’ 그림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일본인에 의해 소장되다 이번 전시 직전 국립현대미술관이 발굴해 소장하게 된 첫 가족 그림인 1955년작 ‘가족’도 최초로 공개된다.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중 최초로 공개되는 1955년 작 ‘가족’(사진=허미선 기자)

 

이 ‘가족’ 그림에 대해 장경수 관장은 “60여년만에 봤는데 먼지가 뽀얗고 조금 훼손됐을 뿐 당시 들락날락하면서 봤던 그림 그대로여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나무가 두 그루 있고 보통은 지붕에 새들이 날아가는데 거기에는 커다랗게 당시 사인을 하셨죠. 그리고 제가 보기에 거기 있는 여자 아이는 저예요. 아버지 그림은 마티에르가 얇아서 오돌도돌하지 않았는데 이 그림(가족) 속 나무는 오돌도돌하게 많이 칠하셨거든요. 그래서 아버지께 허락을 받고 그 나무를 살살 만져봤던 기억이 나요.”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렇게 전한 그는 “제가 농담처럼 ‘저기에 내 지문이 남아있을 거야’라고 했을 정도로 정말 반가웠다”며 “아버지 그림 중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자화상’과 ‘밤과 노인’이라고 답했는데 이제는 ‘가족’도 추가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이 전시장에 들어서서는 너무 많은 그림에 놀랐어요. 저는 아버지가 가장인 줄로만 알았거든요. 늘 아이처럼 놀아주셔서 제가 오히려 아버지한테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씀을 올린 적도 있었죠. 그런데 이 많은 그림을 보니 관람객들이 와서 슬쩍슬쩍 보고 나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들어요. 하나하나 너무 정성스럽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그림들이거든요. 아버지의 손에서 그려진, 하나하나 이야기가 있는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좀 정성껏 봐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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