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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양날개론’ 비판이 반가운 이유

입력 2023-09-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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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한편, 왜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작동할 수 없는지에 대한 논쟁을 연구해본 경험이 있는 학자들은 자연스럽게 통제되지 않은 시장가격과 이를 신호로 삼아 시장에서 경쟁자들보다 소비자들을 더 만족시킴으로써 더 큰 이윤을 발생시키고 이를 재투자하는 기업가들의 경쟁적인 도전이 시장경제의 작동에 핵심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공부를 한 경제학자들로서는 사회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는 ‘양날개론’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새의 왼쪽 날개는 한자로 좌익(左翼)이고 오른쪽 날개는 우익(右翼)이다. 좌익은 경제적 자유보다는 결과적 평등(정부에 의한 재분배)을 중시하는 데 반해 우익은 반대로 경제적 자유를 중시한다. 흔히 정치학자들은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추구하는 정당들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정치를 해나가는 것을 바람직한 상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

그러나 예를 들어, 사유(개인)재산권을 존중하는 자본주의(시장경제) 원리와 이를 철폐하자는 사회주의 원리는 결코 동시에 양립할 수 없다. 경제적 자유와 부의 재분배 원리도 마찬가지로 동시에 양립할 수 없다. 그런데 시중의 양날개론은 마치 두 가지 원리를 적당히 버무릴 때 새가 잘 날아갈 수 있다고, 즉 사회가 번영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 실천하고자 했던 시도들은 실패가 예정돼 있다. 모순된 원리들로 만들어진 기계가 잘 작동할 수는 없다. 더구나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와 자본재의 사유와 거래를 금지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이론적으로나 또 경험적으로나 실패한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 이는 사회주의 원리에 근거한 사회는 ‘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국민의힘 당 연찬회에서 양날개론을 비판하면서 “새는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은 그가 대선 후보로 유세를 하면서 보여줬던 어퍼컷 세리머니만큼이나 시원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

또 윤 대통령은 “우리 당(국민의힘)은 이념보다는 실용이다 하는데 기본적으로 분명한 이런 철학과 방향성 없이는 실용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념’이라는 말 대신 ‘이론’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경기부양과 경제성장은 엄연히 다른데도 일시적으로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돈을 마구 풀었다고 해보자. 시간이 지난 후 물가가 오르고 경기도 여전히 부진한 소위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해보자. 어떻게 하는 것이 실용적인 방법일까?

그런 실용적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정책당국자는 특정한 ‘이론’에 기대어야 한다. 만약 그가 적자재정 정책을 실업대책으로 제시하는 케인지언 이론을 내면화한 경우라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해서는 그는 아무런 실용적 대책을 제시할 수 없다 . 돈을 더 풀자니 물가가 걱정이고 돈을 죄려고 하니 경기가 더 나빠질까 걱정이 되기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다.

만약 그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따르고 있다고 해보자. 이 이론에 의하면 신용팽창을 통한 화폐이자율의 인위적 인하가 실제 사회가 쓸 수 있는 저축보다 더 많은 저축이 투자재원으로 저축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 그래서 인위적으로 낮아진 화폐이자율에 유도되어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일시적으로 붐이 일어나지만, 가용한 저축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상당수 투자계획들이 완결되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나는 ‘버스트’ 국면이 전개된다.

이 이론을 따르는 정책당국자는 실패하는 투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신용팽창을 하는 것은 향후 더 큰 실패를 예약하는 행위일 뿐이기 때문에 , 재화와 서비스뿐만 아니라 회사주식들의 가격들의 변동을 통해 다시 실제 저축과 투자의 괴리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안정을 찾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 이처럼 ‘이론’이 있어야 실제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효력을 발생할 ‘실용적’ 수단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수단을 어느 정도로 추진할 것인지는 당시의 제약요인들을 잘 살펴서 결정할 것이다.

이처럼 실용적 수단을 찾게 해주는 ‘이론’들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 ‘이념’이다. 그런데 우파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이념 과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흔히 특정 이념 자체의 옳고 그름이나 작동 여부를 따지지는 않고 그저 ‘이념’ 과잉을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옳고 그른지 여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과 이런 ‘이념’에는 공산주의 이념뿐만 아니라 시장경제 ‘이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당들이 ‘틀린’ 이론에 기초한 이념을 가지거나 양립할 수 없는 ‘이론’에 기초하고 있기보다는 모든 정당들이 ‘올바른’ 이론들로 구성된 패러다임 아래 기초하고 있지만 그런 이론을 추진하는 방법--예를 들어 급진적 방법 혹은 점진적 방법--상의 차이를 보이면서 경쟁하는 것이 아마도 시장경제론자들로서는 최선의 상황으로 판단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통상적 양날개론 비판이 반가운 이유는, 지금처럼 주사파까지 등장하는 상황에서는 그가 지도자로서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언급할 필요가 있고 , 그렇게 함으로써 당장은 거대야당의 존재 등으로 법인세를 포함한 세금 인하 등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상황이 무르익으면,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할지 국민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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