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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케미스트리] 무대에서 숙성된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란 이런 것!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입력 2023-12-30 15:00 | 신문게재 2023-12-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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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_Musical_컴프롬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

 

그야 말로 ‘내적 희열’이 북받친다. 오랜 기간 무대에서 숙련된, 한명 한명이 어떤 극에서는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들이 “케미스트리란 이런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듯하다.

누구 하나만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는 없다. 그렇게 모두를 위한 이야기이며 또 각각의 이야기다. 12명의 배우들이 신명나는 켈트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며 “웰컴 투 더 락”(Welcome To The Rock)을 시작으로 시간이 흘러 다시 모인 이들의 ‘피날레’(Finale)까지 한데 어우러져 표현하는 명장면들의 향연이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사진_제공 ㈜쇼노트 (6)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

 

그렇게 그들과 함께 하다 보면 아일랜드 밴드들이 어우러진 왁자지껄 환영식에 흥을 돋우고 럼주 스크리치(Screech) 원샷, 대구와의 뽀뽀 등 갠더 특유의 신고식 일원이 된다. 더불어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등장하는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케이트 윈슬렛(Kate Elizabeth Winslet)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Titanic) OST ‘마이 허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에 실린 사랑과 연대의 의미도 곱씹게 된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캐나다 갠더(Gander)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Come From Away, 2024년 2월 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이야기다. 1인 최대 10개 역할, 총 45개의 캐릭터를 12명이 소화하며 모두가 주인공인 동시에 모두가 앙상블인 작품이다..

‘컴 프롬 어웨이’는 9.11 당시 총 인구수가 채 1만명도 안되는, 주민 1000명당 한명의 시장이 존재하는 북미 북동쪽 끝 뉴펀들랜드(Newfoundland)의 ‘바위섬’(The Rock) 갠더에 불시착한 38대의 비행기, 7000여명의 사람들이 그곳 주민들과 보낸 5일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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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

 

2011년 9.11 10주년을 맞아 아이린 산코프(Irene Sankoff)와 데이비드 헤인(David Hein)이 갠더 현지인과 그곳에 불시착했던 승객들을 인터뷰해 대본을 쓰고 작사·작곡해 넘버를 꾸려 다음 해 워크숍을 거쳐 2015년 초연됐다. 시애틀, 워싱턴 DC, 토론토 등을 거쳐 201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컴 프롬 어웨이’는 논레플리카(원작과 같지 않은) 라이선스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폐쇄를 논할 정도로 한산했던 갠더 공항에는 순식간에 ‘정어리처럼’ 비행기들이 늘어서고 존재조차도 몰랐던 북미 동북쪽 끝의 섬에는 세상 모든 문화, 종교, 언어, 사연 등이 모여들어 북적인다.

편견 속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기장이 된 비벌리 베스(차지연·신영숙, 이하 관람배우 순), 테러 이후 실종된 소방관 아들의 소식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한나(이현진·김아영), 잦은 출장으로 결혼할 시간도 없었던 워커홀릭 닉(이정열·남경주)과 테러 당시 비행기를 타고 있던 아들 걱정에 애 태우는 다이앤(최정원·최현주), 휴가지로 향하던 이름이 같은 동성연인 두 케빈(주민진·지현준과 김찬종·현석준), 늘 긴장과 경계 속에서 살아온 밥(신창주·김승용), 중동 출신의 최고급 호텔 셰프 알리(김찬종·현석준) 등.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사진_제공 ㈜쇼노트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

 

영문도 모른 채 갠더에 던져진 이들은 시장 클로드(고창석·서현철), 그들을 돕는 데 팔을 걷어붙인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장 뷸라(장예원·정영주), 갠더 학교의 교사 아네트(차지연·신영숙), 마침 시위 중이던 버스 운전자 노조위원장 가르스(주민진·지현준), 비행기 수하물 칸의 동물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갠더 동물학대방지협회장 보니(김지혜·정영아)와 그의 남편이자 항공관제사 더그(이정열·남경주), 갠더 경찰서의 경찰 오즈(이정수·심재현) 그리고 지역방송국의 신입 리포터 재니스(홍서영·나하나) 등과 함께 하며 끔찍했을 순간들을 희망과 연대의 시간으로 변모시킨다.

그 5일간의 경험으로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하는 삶을 꾸리는가 하면 연인은 이별을 맞는다. 편견을 딛고 ‘프라이드’를 지키며 은퇴를 하는 여성기장이 있고 아들을 잃었지만 또 다른 삶을 사는 어머니도, 글로벌 유수의 매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지만 겐더에 남은 신입기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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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

 

이 같은 삶의 변화와 더불어 12명의 배우들이 깊으면서도 쾌활하게,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표현하는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 사라진 것과 얻는 것들에 대한 숙고, 9.11 참사와 갠더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저마다의 방식 그리고 그에 대한 존중 등은 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아름다운 켈틱 음악에 실리며 긴 여운을 자아낸다.

정영주의 표현처럼 “캐릭터 하나하나 허투루 할 수 없어서” “1인 다역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전쟁처럼” “묘한 긴장감과 야릇한 떨림으로 매일 새로운 공연을 한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오크통에서 잘 숙성돼 가치를 인정받는 와인처럼 무대에서 올곧게 숙성된 배우들의 연대와 케미스트리는 ‘컴 프롬 어웨이’이 가진 가치와 메시지 그 자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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