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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태리의 피, 땀, 눈물 그리고 '외계+인'

[人더컬처] 영화 ‘외계+인 2부’ 김태리
"관객으로 즐겁고, 배우로서 뿌듯한 작품"
"나에게 사람을 남기고 '사랑'으로 정의될 영화"

입력 2024-01-08 18:30 | 신문게재 2024-0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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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1
지구인들의 뇌에 외계인 죄수들을 가둔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 영화 ‘외계+인’의 1부와 2부의 시작과 마침표를 찍는 김태리. 사진제공=CJ ENM)

 

데뷔 이래 가장 짧은 헤어스타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태리의 표정은 유독 밝았다. 후반 작업의 90%를 뒤집으며 편집실에서 살았던 최동훈 감독의 노력을 아는 그는 10일 개봉을 앞둔 ‘외계+인’ 2부에 대해 “오랜만에 관객입장에서 즐긴 영화”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제작비 360억원의 SF대작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160만명의 관객수 동원에 그쳐 최 감독 연출 인생에 흑역사를 남기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지구인의 몸에 가둬놓은 외계 죄수들이 탈옥하고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죄수들과 이를 쫓는 또다른 외계인 그리고 인간이 고려 말기에 불시착한 주인공들의 타임리스를 다룬 스토리가 관객들의 극명한 호불호로 갈린 것. 하지만 OTT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외계+인
각기 다른 배경의 캐릭터들이 맞붙는 ‘외계+인’2부의 공식 포스터. 인류멸망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신검’을 찾으려는 이안(김태리) 그리고 무륵(류준열)이 고려 시대와 현대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벌이는 모험의 여정을 담았다. (사진제공=CJ ENM)

뒤늦게 찾아본 안방관객들은 1부의 재미를 각종 SNS와 관련 게시판에 올리며 2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최 감독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고 과거 영화 ‘타짜’ ‘전우치’에서 보여준 기발함 그리고 ‘도둑들’과 ‘암살’로 1000만 신화를 쓴 대중성을 ‘외계+인’ 2부에 녹여냈다.


“저에게 이안이는 3년 전에 보낸 아이죠.(웃음) 하지만 배우로서 1부와 2부의 간극인 1년 반을 기다린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저에게 사람을 남긴 작품이고 엔딩 시퀀스가 따듯해서 뭔가 울컥한 느낌이에요.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마무리죠.”

김태리는 ‘외계인’ 시리즈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란 말에 주저없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시나리오에 적힌 전투장면을 위해 기계 체조를 배우고 주연보다 더 즉흥연기를 잘 해내기로 유명한 감독에게 다음날의 숙제(?)를 하달 받는 치열한 현장이었다. 

 

“만약 너라면 여기서 어떤 대사를 할 것 같아?”라는 질문은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이 얼마만큼 배우들을 믿고 지지했는지가 가늠되는 부분이다.

“영화에는 신검으로 나오지만 사실 대본에는 ‘시간의 칼’이라고 적혀 있어요. 감독님의 저 질문은 늘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죠. 내내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대사로 ‘썬더, 해 낸거야?’를 내놨는데 채택됐는지는 영화로 확인해 주세요.(웃음)”

 

김태리
인터뷰 중간 김태리는 “2부는 1부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자체를 즐기셨으면 좋겠다”며 52가지 버전의 편집본을 만든 최 감독의 마음고생이 연상된듯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사진제공=CJ ENM)

 

현장에서는 영화의 엔딩 OST로 쓰인 로이 오비슨의 ‘인 드림스’(In Dreams)가 내내 흘렀다.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1994)에서도 사용됐던 이 노래는 고려 시대와 현대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촬영이 배우들에게조차 ‘한낱 꿈’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별하는 순간에 나오는 그 노래가 각각의 감정을 한 순간에 녹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극 중 두 신선의 캐릭터에 애정이 큰데 고어가 섞인 그 대사를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흑설(염정아)은 어떨까요? 선배님처럼 잘 어울리려나….”

김태리1
(사진제공=CJ ENM)

국내 영화시장의 비주류 장르인 SF를 한국 정서로 녹여낸 ‘외계+인’ 2부는 1부의 떡밥을 대부분 회수하고 기발하게 마무리한다. 

 

짧은 시간 안에 폭소가 터지는 장면은 역시나 최 감독만의 장기다. 타임리스를 통해 서울 모처의 헬스센터에 떨어진 청운(조우진)은 “이성계가 왕이 되었소?”를 외치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어린 무륵이가 도사(류준열)가 돼 눈 앞에 있는데도 “뭔가 시무룩한 이름이었는데…”라고 읊조리는 식이다. 

 

대사로 나오는 ‘뜰 앞의 잣나무’는 ‘외계+인’ 2부가 지닌 화두기도 하다. 인생에서 결정해야 할 수많은 선택과 만남에 대한 선문답이 여러 번 반복된다.


“만약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심각한 쫄보라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도, 미래를 알고 싶지도 않아요. 현실에 안주하며 잘 살아야죠. 다만 제가 확실히 느끼는 건 제가 하는 작품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인연이 운명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 대사가 너무 좋아요. 늘 나의 뜰 앞에 소중한 잣나무들이 있기를.”

김태리는 ‘외계+인’ 이전에도 다양한 변신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왔다.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양반가문 출신의 독립투사(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와 쓰레기를 회수하는 우주비행사(영화 ‘승리호’)를 필두로 최근에는 귀신들린 흙수저 청춘(드라마 ‘악귀’)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한국전쟁 직후 여성 국극단의 숨겨진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액션이 신나고 재미있지만 총기 액션은 너무 자신있죠. 그런데 손이 작은 편이라 총구에 손가락이 안 걸리는 신체적인 결함이 있는 건 비밀이에요. 연기를 안 할 때는 하루종일 만화책을 보고 디아블로를 즐겨해요. 항상 하루를 충실히 살자는 주의라 배우를 안 했어도 이 정도의 삶을 살았을 겁니다. 제 방식이나 태도는 변함이 없을 거란 걸 잘 알아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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