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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세기말의 사랑'으로 돌아온 넷플릭스의 아들!

[人더컬처]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 공시생 역할로 눈도장 찍은 배우 노재원
안양예고-중앙대 연극과 출신의 엘리트 코스 밟으며 "외모보다 연기 승부 다짐"
"사랑의 그릇 깊은 역할 맡으며 또다시 성장"

입력 2024-01-29 18:00 | 신문게재 2024-01-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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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의 존재감을 몰랐더라도 유튜브에 ‘노재원의 버닝’만 쳐도 그의 응축된 팔색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

 

영화 ‘세기말의 사랑’ 속 형사가 말한다. “회사돈 횡령한 회계담당은 잡아봤어도 대신 막아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고. 지난 24일 개봉한 이 작품은 모두가 불안했던 1999년의 마지막날 짝사랑 상대 구도영(노재원)에게 인생 최대의 용기를 낸 영미(이유영)의 이야기다. 돈도 사랑도 모두 날린 채 새천년을 맞이한 영미가 새로운 인연들과 얽히고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발랄하게 그린다.

극 중 노재원이 연기한 택배기사 도영은 늘 조용하고 말이 없다. 입사 6개월이 돼서야 구내 식당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비엔나 소세지와 야쿠르트를 건네며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사실 영미는 그가 세금계산서를 중간에 가로채 공금을 횡령하는 걸 알고 있다. 박봉에 큰어머니의 간병까지 도맡으며 알뜰하게 사는 영미는 부업을 하면서까지 마음 속으로 흠모하는 도영의 범죄를 눈감아 준다.

“솔직히 저의 그릇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큰 역할이었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망설임없이 하는 캐릭터인데 그 사랑의 깊이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내가 누군가를 이 정도로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되묻게 되더라고요. 안일하게 연기할까봐 내내 긴장하며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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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기말의 사랑’ 공식 포스터. 단 한명도 구멍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니컬하지만 따스한 감정을 전달한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

 

영미는 큰어머니의 초상집에 찾아온 도영이 자수하겠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는다. 사실 도영 역시 경리담당인 그가 자신의 횡령을 눈감아준 걸 대충 눈치채고 있었던 것. 하지만 2000년 새해가 밝자마자 한 사람은 공금횡령죄로, 또다른 사람은 방조죄로 교도소에 갇힌다. 내내 흑백이던 ‘세기말의 사랑’이 현실로 돌아온 건 8개월 후. 화면은 컬러풀하게 바뀐다. 한겨울에 잡혀 들어간 영미가 여름이 되어 출소한 날 온 몸에 명품을 휘감은 유진(임선우)이 “나? 구도영 와이프. 곧 이혼할 거지만 돈은 언젠간 갚을게”라며 등장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성의 이상한 연대가 시작된다. 

“설정상 영미가 짝사랑하는 인물이고 유진의 남편이잖아요. 자칫 끼를 부리는 것처럼 나올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찍은 직후에 참여한 거 라 두 작품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죠. 비록 이 작품에서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내게 저런 모습이 있구나’를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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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 전 브릿지경제와 만난 노재원은 “나를 키워주신, 지금도 친구같은 존재인 친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도영이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

 

장편 데뷔작 ‘69세’로 주목받은 임선애 감독은 노재원의 신인시절부터 남다름을 직감하고 이 역할에 노재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쓸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중학교 3학년 담임 교사의 추천으로 안양예고에 진학해 무려 4수만에 중앙대 연극학과에 입학 후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가 틈틈이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맺어진 인연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여러 영화제에서 노재원의 연기를 눈여겨 본 임 감독은 “당신은 이 캐릭터의 깊이를 표현할 유일한 사람이고 충분히 자격이 있다”며 그에게 용기를 줬다.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먼저 공개된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망상장애를 가진 마법사 공시생 김서완 역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노재원은 현재 ‘넷플릭스의 아들’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금의 긴 헤어스타일도 ‘오징어게임2’의 촬영을 위한 외모적 변신이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더라. 외모로 승부를 보는건 빨리 포기했다”고 미소짓는 그는 “대신 연기를 재밌어하는 내 성격을 믿기로 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인정을 받은 편”이라면서 치열했던 20대를 회상했다.

“성향상 어색한 걸 못 참고 수줍으면 나오는 특유의 말투가 있어요. 극 중 도영이가 하는 행동들은 되도록 연기를 안하고 싶었어요. 그냥 내 안에서 찾은거죠. 아마도 영미한테는 죄책감이 크지 사랑은 아니었을 거예요. 정상적인 결혼생활은 아닌 듯 보여도 강하고 드센 유진이를 진심으로 마음에 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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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는 그는 “종학교때는 엄격한 학교와 집안 분위기로 좀 힘들기도 했다”며 웃어보였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

 

노재원은 10대 시절 인싸로 누구나 인정하는 까불이였다. 유독 끼 있는 친구들이 많은 예고에서 좋아하는 걸 놀면서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했다. 대학교에서 해본 연기적 시도와 수많은 실패들은 늘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가끔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사실 살면서 내향적이 된 케이스 인데 늘 엄격했던 아버지가 지인들 준다고 사인을 받아가시고 지금도 간호사로 일하시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어머니가 나의 자양분인 셈”이라면서 늘 최면을 걸고 현장에 가는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틀에 한번씩 저의 부족함을 발견합니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 안일하게 접근하지 말자도 다짐하고요. 집에 포스트 잇을 붙여두는데 거기엔 늘 ‘티모시 살레메, 호아킨 피닉스보다 부지런하게 연기하자’고 써 있어요. 저는 그들의 연기에서 깨알같이 쌓인 부지런함과 치열함이 늘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아는 거고 할 수 있는 게 ‘오로지 연기’이듯 제가 모르는 걸 해 내려면 계속 탐구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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