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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정주영 작가 “동양화를 서양화로, 구상을 추상으로 재해석된” ‘풍경’

입력 2024-03-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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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작가
정주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그림을 이렇게 확대했을 때는 흐려졌을 거예요. 어떤 그림의 픽셀을 최대한, 늘릴 수 있을 만큼 늘렸을 때의 그런 느낌이요. 김홍도의 풍경화,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의 그런 부분을 담았어요.”

갤러리현대의 새로운 프로젝트 ‘에디션 R’ 일환인 ‘풍경’(Incorporeal Landscape. 4월 14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김홍도, 가학정(부분)’ ‘김홍도, 시중대(부분)’ ‘정선, 인왕제색(부분)’ 등 1996~1999년 초기작들을 선보이는 정주영 작가는 이렇게 밝혔다.

‘에디션 R’은 갤러리 현대 소속 작가의 과거 작품을 돌아보고(Revisit), 현재 관점에서 미학적 성취를 재조명해(Reevaluate) 현재로 부활(Revive) 시키는 프로젝트다. 그 첫 번째 주제는 ‘풍경’으로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형태 그 이상을 의미한다.  

 

정주영 작가
갤러리현대의 새로운 프로젝트 ‘에디션 R’ 일환인 ‘풍경’(Incorporeal Landscap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아직 학생일 때 시작했던 연작들이에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떠난 암스테르담 유학에서 제가 배운 회화사나 미술사를 통째로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저희 때만 해도 실제와는 전혀 다른 도판, 지면으로만 교육을 받았거든요. 미술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저에게는 특히 회화를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계기가 됐죠.”

책으로만 봤던 실제 작품들의 전혀 다른 풍경에 그는 “회화기법이나 매체에 대한 연구를 뒤늦게 시작한 편”이라며 “뒤늦게서야 회화에 대한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마음먹은 그때는 뭘 그릴지 아직 잘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정주영 작가
갤러리현대의 새로운 프로젝트 ‘에디션 R’ 일환인 ‘풍경’(Incorporeal Landscape)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가 김홍도, 정선 등 한국 옛 그림의 부분에 천착하기 시작한 건 1995년 유학 중 잠시 귀국했던 때 관람한 김홍도 탄생 250주년 전시에서 충격을 받으면서다.

“엄청나게 놀라웠어요. 김홍도의 풍경화,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깨달음) 이전에 배웠던 관점에서는 굉장히 관념적으로 느껴졌던 고서화들이 그 자체는 물론 부분 부분까지 완벽하고도 훌륭한 구성을 갖추고 있었고 놀랍도록 사실적이었거든요. 이걸 그려야겠다 생각했죠.”

‘김홍도, 가학정(부분)’에 대해 “금강산을 유람하고 관동 8경을 여행하며 절경을 담아낸 60점으로 구성된 금강사군첩 중 고성 끝 쪽을 담은 ‘가정’이라는 그림의 일부”라며 “대각선을 경계로 한쪽은 바다고 다른 쪽은 담수다. (그 경계를 이루는) 대각선은 소나무”라고 설명했다. 

 

정주영 작가
정주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제가 사진처럼 잘라내 그린 부분은 수묵화에서는 아무 것도 닿지 않는 빈 공간이에요. 구름, 공기, 물 등. 사실 물리적으로 색이 칠해져 있지는 않지만 그 요소들은 어떤 공간을 암시하죠. 똑같이 아무 것도 칠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그건 하늘일 수도, 물일 수도, 안개일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동양화를 서양화로, 구상적인 풍경을 추상적으로 재해석하는 정주영의 작업들은 “회화에 대한 탐구”이며 작품들은 “어떤 대상이나 모티프가 되는 그림을 저 나름대로 해석해 그린 것들”이다.

“그런 동양화의 요소들을 서양회화로 가져오면서 저 스스로 그 공간을 소화하고 해석해야 하죠. 제 작품들 속 구도들은 그렇게 우리 동양화에서 정리되지 않고 칠해져 있지 않은 부분을 칠하려고 선택한 것들이에요. 그렇게 한껏 확대해 픽셀이 깨져 흐릿해져버린 느낌을 통해 그림의 한가운데로 가는 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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