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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의 진’ 통했다”…'형제 반란' 성공, 통합 무산·한미 경영권 확보

5년 내 순이익 1조원 등 목표 제시…“빠른 수습 위해 노력할 것”

입력 2024-03-29 06:20 | 신문게재 2024-03-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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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며 시작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형제 측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한미그룹 리더십이 임종윤(왼쪽)·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며 시작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우여곡절 끝에 형제 측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에 따라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추진했던 OCI그룹과의 통합 작업도 무산됐고, 한미그룹 경영권은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다.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오전 9시 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SINTEX) 1층 그랜드볼룸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도출했다.

이날 주총의 하이라이트였던 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임종윤·종훈(사내이사) 전 사장을 비롯해 임 사장 측이 주주 제안한 후보 5명이 선임됐다.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회사 측이 제안한 후보 6명은 모두 선임되지 못했다.

향후 9명으로 구성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절반 이상(6명)을 임종윤·종훈 형제가 차지함에 따라 OCI홀딩스와의 통합은 무산됐다. 형제 측은 그동안 꾸준히 OCI홀딩스와의 통합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형제 측의 이번 승리는 약 13.6%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5년 내 순이익 1조원과 시가총액 50조원대 진입, 장기적 시가총액 200조원대’라는 목표를 제시한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준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주총에서는 모녀 측과 형제 측의 지분율 차이가 2%에 불과해 예상했던 것 처럼 소액주주가 ‘캐스팅 보트’였다.

시장에서는 앞서 임 전 사장이 ‘마이크로 GMP’라는 이름으로 다품종 소량의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에 나서겠다며 위탁개발(CDO)과 위탁연구(CRO) 사업부 론칭을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제시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즉, 신약 개발 명가 한미약품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혁신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CDO·CRO 사업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형제 측 구상이 먹혔다는 것이다.

아울러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실패하면 물러나겠다”는 ‘배수의 진’과 바이오 의약품 100개 생산을 위한 방법을 현실화할 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송영숙 회장은 이날 주총에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임주현 부회장도 주총장을 찾지 않았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이날 오전 주총장을 찾았으나 개표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임종윤 전 사장은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승리하면 기쁠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프다. 빨리 회사를 수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종훈 전 사장도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며 “형제가 힘을 더해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전했다.

한편,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이후 입장문을 통해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둘러싸고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린 순간이다.

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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