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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자연과 인간, 미래와 아이들 그리고 ‘번 투 샤인’ 우고 론디노네 “우리가 가진 것들의 아름다움, 그 지속성을 위하여”

입력 2024-04-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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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의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개막에 맞춰 내한한 우고 론디노네(사진=허미선 기자)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무엇인가, 우리 인간은 자연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가 그리고 자연은 그 무엇에 대해서도 단호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지만 그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삶은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가, 자연은 우리와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는데 그 안에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미래와 아이들이 아니겠는가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9월 18일까지 뮤지엄 산) 개막에 맞춰 내한한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미래와 아이들”을 주요 메시지라고 언급했다. 

 

우노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수녀와 수도승’ 시리즈(사진=허미선 기자)

 

로비에 꾸린 형형색색의 시계와 창을 비롯해 알록달록한 ‘수녀와 수도승’(Nuns+Monks) 연작, 자신이 머무는 곳의 일몰, 일출, 바다, 수평선 등을 일기처럼 그린 ‘매티턱’(Mattituck) 시리즈, 세계 각지 바다의 명칭이 붙여진 푸른 유리 말 조각 시리즈 등이 강원도 원주의 자연풍광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Ando Tadao)가 설계한 뮤지엄 산 공간과 어우러진다.

더불어 삶의 순환을 담은 영상작품 ‘번 투 샤인’과 1000명의 원주 아이들 그림으로 꾸린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Your Age and My Age and the Age of the Sun),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Your Age and My Age and the Age of the Moon)까지 우노 론디노네의 대표작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우노 론디노네가 천착해온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변화, 삶의 순환 등은 전시장과 어우러지는 전시작들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명과 같은 영상작 ‘번 투 샤인’은 제목 그대로 “빛나기 위해 타올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영장작품 ‘번 투 샤인’(사진=허미선 기자)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제작한 ‘번 투 샤인’은 타버림으로서 그 순간을 가장 영광스럽게 만드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풀어낸 작품입니다. 팬데믹 기간은 우리에게 다시 태어난, 리버스(Rebirth)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순환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번 투 샤인’에는 3개의 원이 등장한다. 우노 론디노네의 설명처럼 “불로 표현되는 모닥불, 그 모닥불을 둘러싼 17명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원, 그 주위를 또 한번 둘러싼 12명 퍼커션 연주자들의 원 등이 마치 시계처럼 원들을 계속 생성하고 있다.”

“대략 10분 정도의 영상은 해가 지는 일몰의 순간에 시작돼 해가 뜨는 일출 시간까지 이어집니다. 그렇게 삶의 순환을 보여주고 있죠. ‘번 투 샤인’이 보여주는 삶의 순환은 전시 전체에 녹아 있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원주에 거주하는 1000명 아이들과 협업한 ‘나의 나이, 너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공간은 1, 2층에 동일하게 조성된 2개의 플로팅 큐브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다시피 들어서야 하는 내부에는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가 전시돼 있다. 원주에 거주하는 5~13세 아이들 1000명이 그린 태양과 달 그림 2000여점으로 조성된 작품으로 “낮은 아이들이 보는 미래를 상징한다.”

“아이들을 예술의 일부로 같이 참여시킬 수 있어서 대단히 기쁜 작업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곧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술관이 먼저 문을 열고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그런 공간으로 남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먼저 찾고, 또 이런 작품의 프로세스를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미술관이 돼야죠.”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원주에 거주하는 1000명 아이들과 협업한 ‘나의 나이, 너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사진=허미선 기자)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해와 달, 시간의 흐름 등은 뮤지엄 산 로비에 조성된 ‘레인보우 룸’부터 야외 ‘수녀와 수도승’ 시리즈까지 이어진다. 우노 론디노네는 “첫 번째 전시 공간인 레인보우 룸은 시계로 상징했던 구조물과 ‘평화’ ‘고요’ ‘무의미’라는 제목이 붙여진 창문이 있다”며 “어떤 특별한 설명 없이도 이 전시의 의미를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계 모양의 구조물은 그 어떤 시간도 보여주지 않아요. (시간의 흐름에 맞춰 달라지는 자연광에 따라 색이 변하는 방식으로) 빛으로만 시계의 시간이 가고 있음을 보여주죠. 창문은 바깥이 아니라 하나의 반향 즉 리플렉션만 보여줄 뿐입니다. 그렇게 자아와 시간이 같이 시작되는 공간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죠.”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로비의 ‘레인보우 룸’(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시작된 시간의 시작은 일출과 일몰 풍경을 보색으로 표현한 수채화 ‘매티턱’ 시리즈 그리고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눈이 마주치지 않게 배치된 11점의 말조각 시리즈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매티턱’은 그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 뉴욕 롱 아일랜드 지역명으로 “일몰과 달의 그림은 팬데믹 기간인 4년 전부터 시작했다.”

“뉴욕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공간에서 4개월 정도 머무르면서 매일 저녁 굉장히 아름답게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가장 단순하게 이것을 표현한다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매티턱’ 연작(사진=허미선 기자)

 

시간의 흐름, 그로 인한 변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삶의 순환, 미래와 아이들 등에 대해 사유하는 그의 작품 제목들은 단순하고도 직관적이다. 일기 형식의 수채화 ‘매티턱’ 연작의 제목들은 ‘2023년9월18일’ 식으로 그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본 시간이다. ‘수녀와 수도승’ 시리즈는 ‘노란색과 빨간 색 수도승’ ‘보라색과 파란색 수녀’ 식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색을 수식어로 넣을 뿐이다.

“제 모든 작업은 의미의 복합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려고 하죠. ‘매티턱’ 시리즈의 제목이 제가 작품을 만든 날짜인 것처럼요. 이 작업에는 시간과 공간,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작품의 제목이 시간을 뜻하고 이미지 그 자체로서 공간을 만들어 내죠.

 

이어 우고 론디노네는 동시에 이 작업들은 저의 일기”라며 공간, 풍경 등을 그려내는 연작을 처음 시작했던 1990년대부터 날짜와 공간의 개념을 삶의 순환과 연결시켰다. 그래서 ‘매티턱’은 어떻게 보면 나 자신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이자 명상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매티턱’ 연작과 같은 공간에 배치된 푸른 유리 말 조각 시리즈(사진=허미선 기자)

 

‘매티턱’ 연작과 같은 공간에 전시된 푸른 유리 주조 조각인 11마리의 말들은 “몸통을 반으로 잘라 수평선을 표현하고 있다.” ‘황해’ ‘에게해’ ‘켈트해’ 등 전세계 각지의 바다이름을 단 말 시리즈는 “나는 우주를 기록한다”는 작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래쪽은 바다의 풍경, 위쪽은 하늘의 풍경이다.

“그 수평선에 빛이 통과되면서 보이는 환영을 전달을 하려고 했죠. 수평선을 기점으로 상부는 마치 공기와 물이 바다에 갇힌 것 같은 환영을 만들어내거든요. 이 말은 우리 삶의 4가지 원소를 하나의 상징으로 담고 있죠.”

그의 말처럼 푸른 주조물들은 우주를 이루는 물, 불, 공기, 흙 4가지 요소를 담고 있다. 흙에서 규소라는 원소를 뽑아낸 유리를 불로 가열하고 공기를 불어넣어 말의 형태를 만든다. 더불어 식고 녹아들면서 물의 형태처럼 달라지는 주조 과정에는 그가 말하는 4가지 요소가 고스란히 담겼다.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의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우고 론디노네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전한 백남준관의 ‘노란색과 빨간 색 수도승’(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수평선 안에 담긴 물과 공기 그리고 ‘번 투 샤인’에서 본 불까지 우리 삶을 구성하고 있는 4가지 요소가 전시장 곳곳에 담겨 있다”고 말을 보탰다.

백남준관과 야외 전시장에는 ‘우고 론디노네’ 하면 떠오르는 ‘수녀와 수도승’ 연작이 전시돼 있다. 우고 론디노네는 “백남준관은 제가 가장 좋아는 공간”이라며 “가장 자연스럽게 형성된 돌들과 ‘노란색과 빨간 색 수도승’이 같이 존재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이 공존하는 공간이죠. 이 수도승을 위해 석회석을 수집했어요. 몸체만 1미터가 넘는데 라임스톤 자체가 굉장히 잘 깨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를 만들면서 수도승의 역할은 무엇인가 고찰했죠. 수도승이야 말로 명상하는 자의 상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면서 성찰하는 동시에 창을 통해 외부의 자연을 보고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수도승은 가르침의 상징이자 자연의 상징이죠.”

그는 “자연에 대한 성찰은 우리 모두가 열망하는 것”이라며 “그 성찰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본다”고 밝혔다. 이어 우노 론디노네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저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연을 둘러본 후 오후 1시에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제 삶은 조금 지루하게 보일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개인시간 동안 수평선에 시선을 둘 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가, 이 자연을 볼 수 있어서 우리는 얼마나 행운인가, 그렇다면 이 자연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등을 생각해요. 그 자연이 얼마나 오염되고 더러운가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죠. 현재 자연에 대한 우려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을 좀더 보여주고 싶어요. 자연에 대한 명상은 결국 태초부터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는 하나의 소망이거든요. 그 명상에 대한 열망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로비의 ‘레인보우 룸’(사진=허미선 기자)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원주에 거주하는 1000명 아이들과 협업한 ‘나의 나이, 너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사진=허미선 기자)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원주에 거주하는 1000명 아이들과 협업한 ‘나의 나이, 너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사진=허미선 기자)

우고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영장작품 ‘번 투 샤인’(사진=허미선 기자)

 

우노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수녀와 수도승’ 시리즈(사진=허미선 기자)

우노 론디노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진행 중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중 ‘수녀와 수도승’ 시리즈(사진=허미선 기자)

우고 론디노네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이 진행 중인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우고 론디노네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이 진행 중인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우고 론디노네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이 진행 중인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우고 론디노네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이 진행 중인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우고 론디노네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이 진행 중인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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