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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68세에 붓 잡고 73세 첫 개인전… 홍수기 작가 "전성기 이제 시작"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60대 후반 선택한 '화가'…독학으로 수준급 실력 뽐내
삼육대 대학원 마지막 학기, 전시회 수익금 전액 기부 '훈훈'

입력 2021-06-07 07:00 | 신문게재 2021-06-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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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홍수기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화가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늦은 나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전성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도전 의식, 승부의 틀이 마음속에 들어서게 됐고 긍정적인 나를 만들어 갔습니다.”


삼육대학교 대학원 통합예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홍수기 작가(73)는 은퇴 후 자신이 선택한 화가의 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0~26일 ‘포용(包容)하다’ 개인전을 연 그는 그동안 쌓은 자신만의 화법을 담은 작품 40여점을 공개했다. 70대에 가진 첫 전시회로 화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5년 전,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홍 작가는 “중증 치매로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어머니 곁을 비우지 않고 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미국의 샤갈로 알려진 화가 해리 리버맨을 알게 됐다. 1880년에 태어나 77세에 그림을 시작해 103세까지 활동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그림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아들이 쓰던 그림도구를 찾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70년 후반부터 대구에서 섬유디자인 사업에 20여년 간 몸 담은 그는 은퇴 후 어머니를 모시던 2016년 어느날, 미국의 한 작가의 활동을 접한 뒤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도전을 나서게 됐다.

창고에 넣어뒀던 붓·물감 등 아들의 그림도구를 꺼내 든 그는 60대 후반으로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기회로 여겼다.

해리 리버맨은 70대 후반에 화가의 길을 걸었고 22번의 전시회를 가졌다. 그는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생각하지 말고,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홍 작가는 해리 리버맨보다는 이른 나이에 붓을 잡았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 그리기는 굵직한 성과로 이어졌다. 2016년 강남미술대전, 안견사랑미술대전에 이어 한국미술국제대전, 강원미술대전, 경기미술대전, 전국남농미술대전, 목우회공모전 등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붓을 잡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공모전 입상에 이어 여러 미술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다.

오랜 사회 생활에서 쌓아온 경험, 주변의 지인들의 응원은 홍 작가만의 색채 등 화법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림 경력은 얼마 되지 않지만, 25년의 직업 경력이 미술과 밀접한 파일섬유 패션디자인 개발 사업 분야였습니다. 긴 세월 옷감 무늬 구상에 몰두하며 긴장감, 성취감 속에서 직업적 스트레스를 즐겼습니다. 좋은 내조와 착한 자녀들 덕분에 권태로움을 느껴본 적 없었고 늦은 나이의 석사 과정은 어쩌면 인생의 가장 전성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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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기 작가. (사진=이철준 기자)

 

독학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그려낸 홍 작가는 더 나아가기 위해 활동 범위를 넓혔다. 70대 대학원생이 된 것이다. 미술이론을 공부하기 위해 2019년 9월 삼육대 통합예술학과 석사과정 입학을 결정, 이는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올해 1학기,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삼육대 대학원에서 그는 김용선(김천정)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미술이론 등을 배웠다. 석사 과정을 통해 쌓은 지식이 있었기에 체계적인 과정을 익힐 수 있었다고 홍 작가는 전했다.

은퇴 후 유익한 활동을 하기 위해 그림 그리기에 나섰던 그는 학문을 쌓으며 얻어낸 결과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자신의 모교에서 개인전을 연 홍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얻은 작품 판매 수익금 2200만원을 삼육대 발전기금으로 최근 기부했다. 앞서 지난해 부인 강옥화씨와 함께 2000만원을 삼육대에 기부한 그는 이번에는 작품 수익 전액을 전달한 것이다.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모교의 어린 학생들을 돕기 위해 결정한 기부였다.

홍 작가는 “전시회를 열게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고,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움을 주고자 했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개인전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 그는 추상적인 자신만의 화법을 녹여낸 작품들을 각각 100호 크기에 그려냈고 액자도 직접 만들어 조립했다.

그는 “그림은 자신의 재능적 기능을 표현할 수도, 감정 없이도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전문가적 차원에서 살펴보면 작가의 영혼, 사상, 정성이 그림에 얼마나 담겨 있는지 보여진다. 이에 학문적 미술 이론을 공부하며, 영혼이 담긴 작품을 실현하고자 했고, 삼육대 석사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감정과 생각 등을 표현주의로 담았다”며 “주변 지인들은 그림을 그리는 활동에 처음에 의아해 했지만 부러움과 찬사로 이어졌고 자녀들의 격려와 지원은 절대적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개인전을 마친 홍 작가는 앞으로도 그림 그리기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자신의 작품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작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번 전시회에서 긍정을 표현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젊은 학생들이 앞에 놓여진 상황, 사회적 구조에서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지만, 이들이 보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글=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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