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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생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광화문연가’, 젊은 명우 박강현·허도영

故이영훈 작곡가 곡으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 고선웅 작가, 이지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중년 명우 안재욱·이건명·이경준, 젊은 명우 박강현·성규·허도영, 월하 정성화·차지연 등 출연
‘기억이란 사랑보다’ ‘회전목마’ ‘그녀의 웃음소리 뿐’'소녀' '광화문연가' 등 추천넘버

입력 2017-12-12 19:30 | 신문게재 2017-12-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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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박강현(왼쪽). 허도영4
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젊은 명우를 연기하는 박강현(왼쪽)과 허도영(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누구나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행동을 할 때가 있잖아요. 젊은 명우는 정확하게 ‘이불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굉장히 부끄러웠던 시기의 청춘이에요. 그러면서 인생이란 걸 배워가죠.”

뮤지컬 ‘광화문연가’(12월 15~2018년 1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젊은 명우(박강현·성규·허도영)에 대한 박강현의 설명에 허도영은 “중년 명우와는 극적으로 상반되는 캐릭터”라고 말을 보탠다.  

 

[광화문 연가] 포스터
뮤지컬 ‘광화문연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CJ E&M)

“중년 명우가 무게감이 있고 감성적이라면 젊은 명우는 발랄하고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어리바리해요.”


‘광화문연가’는 죽음을 앞둔 중년 명우(안재욱·이건명·이경준, 이하 가나다 순)가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정성화·차지연)에 이끌려 1984년 봄으로 타임워프해 젊은 명우 시절을 회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가을이 오면’ ‘붉은 노을’ ‘그녀의 웃음소리뿐’ ‘옛사랑’ ‘사랑이 지나가면’ 등 故이영훈 작곡가의 히트곡들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고선웅 작가, 이지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안재욱·이건명·이경준, 정성화·차지연 등 내로라하는 창작진과 출연진이 무대를 꾸린다. 

 

2011년, 2012년 초·재연 이래 5년 만에 확 바뀌어 돌아오는 ‘광화문연가’는 세종문화회관 산하의 서울시뮤지컬단과 CJ E&M의 첫 공동제작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2년차 신인배우들의 당찬 도전, 치열했던 연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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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젊은 명우를 연기하는 박강현(왼쪽)과 허도영(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연습실에 불이 날 것 같아요.” “일사분란하면서도 뜨겁게 연습하고 있어요.”

같은 말도 다르게 표현하는 동갑내기 박강현과 허도영은 서른을 앞두고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만났다.

 

‘베어 더 뮤지컬’ ‘인더 하이츠’ ‘나쁜 자석’ ‘이블데드’ ‘칠서’ 등을 거쳐 JTBC의 크로스오버 남성 4인조 그룹 결성 프로젝트 ‘팬텀싱어’ 시즌 2의 준우승 팀인 미라클라스(김주택·박강현·정필립·한태인) 멤버로 이름을 알린 박강현과 서울시뮤지컬단원으로 ‘서울의 달’ ‘밀사’ 단 두편의 주연작으로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신인상을 거머쥔 허도영, 두 사람은 최근 주목받는 공연계 다크호스기도 하다.

“드라마와 음악을 같이 만드는 게 아니라 있던 곡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 가다보니 신과 신, 신과 노래가 붙거나 노래에서 다음 노래로 넘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작품이에요.”

박강현의 토로에 허도영은 “노래 분위기에 빠져들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훈 작곡가님의 노래 대부분이 차분하고 슬프잖아요. 물론 그런 상황도 있지만 저희가 연기하는 젊은 명우는 그에 어울리지 않게 발랄해야하는 장면들이 좀 있거든요. 음악은 슬픈데 우리는 밝게 표현하면서 노래도 같이 하다보면 노래에 푹 빠져들 때가 있거든요.”

중년 명우가 죽기 직전 돌아보는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구성이다 보니 두 명우는 직접 만나거나 대사를 주고받기보다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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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젊은 명우를 연기하는 박강현(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시간대별로 순차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뒤죽박죽 계속 타임워프를 해요. 감정선이 차곡차곡 쌓여서 끝맺음을 하는 게 아니라 덩어리 단위로 툭 툭 배치되죠. 순간 들어가서 노래하고 바로 감정 잡고 표현해 내야하는 게 제일 어렵고 힘든 것 같아요. 굉장히 테크닉적으로 연기하지 않으면 ‘다음 신 뭐지?’ 하게 되니까요.”

박강현의 말에 허도영은 “중년 명우와 같이 노래할 때 어떻게 하면 좀더 조화롭게, 하나처럼 보일까를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토로처럼 수시로 감정을 바꿔야하는데다 중년 명우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안보이는 것처럼 연기하면서도 같은 인물이라는 끈은 놓치지 않아야 하는 ‘광화문연가’ 속 젊은 명우는 신인배우들에게 꽤 까다로운, 도전에 가까운 캐릭터다.

“(중년 명우 역의 안재욱·이건명·이경준) 선배들이랑 얘기한 건 감정을 느낄 때 표현하는 동작 등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어요. 사소하지만 같은 표현 몇 개만 들어가도 같은 사람이라는 걸 짚어줄 수 있으니까요.”


◇잔잔함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눈물 한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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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젊은 명우를 연기하는 허도영(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젊은 명우는 원래 소년이지만 중년 명우도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소년 같은 면이 나오는데 연기하면서 선배들이 되게 행복해 하세요. 안재욱 선배는 말씀은 툭툭 하시고 그러는데 노래할 때는 되게 애절해요. 츤데레 같은 면이 있죠. (이)건명 선배는 따뜻해요. 젠틀하고 스윗하시고 인자하시죠. 경준 선배는 셋 중 가장 날 것의 중년 명우예요. 안에 따뜻함이 있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고 서툴죠.”

중년 명우와의 호흡에 대해 털어놓는 박강현에 허도영은 같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선배인 이경준에 대해 “대장, 두목 등 강한 역할을 하시는 것만 보다가 중년 명우를 보니 상상도 못했던 색다른 면이 있구나 싶어 재밌다”고 부연했다.

“좀더 드라마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특히 월하라는 색다른 캐릭터가 확실하게 존재감을 가지고 있죠.”

초·재연과 달라진 부분에 대한 허도영의 설명처럼 ‘광화문연가’에서 가장 주목 받는 캐릭터는 시간여행 마스터 월하다. 게다가 정성화와 차지연, 남녀 더블캐스팅으로 색다른 재미를 예고하기도 했다.

“각자의 매력이 확연히 달라요. 월하라는 역할 자체가 코믹해야 하는데 두 선배가 풀어가는 방식이 전혀 다르죠. 정성화 선배는 워낙 유머러스하시잖아요. 연습하다가도 선배가 뭔가를 하면 단박에 웃음이 터져요. 장난꾸러기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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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 월하 역의 정성화(왼쪽)과 차지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CJ E&M)

정성화 월하에 대한 허도영의 설명에 이어 박강현은 차지연에 대해 “외적으로 풍기는 이미지는 카리스마 넘치는데 은근 허당기가 있어서 많은 웃음을 자아낼 것”이라 귀띔하며 “(차)지연 선배는 노래할 때 진짜 최고다. 한마디 나오는 순간 엄청난 감동이 몰려온다”고 덧붙였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그림이 잘 안그려졌어요. 영화도 아닌데 어떻게 무대에 구현될까 궁금했죠. 이지나 연출님께서 ‘광화문연가’는 한편의 거대한 뮤직비디오가 될 거라고 하셨어요.”


◇‘기억이란 사랑보다’ ‘회전목마’ ‘그녀의 웃음소리 뿐’과 육교신, 명곡과 명장면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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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젊은 명우를 연기하는 박강현(왼쪽)과 허도영(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제가 알던 곡보다 몰랐던 곡들이 훨씬 많았어요. 전주만 나와도 가슴이 아리는 곡들도 있고 정말 부르고 싶은 욕심이 드는 노래들이 진짜 많아요.”

박강현의 말에 허도영은 “제목은 모르고 멜로디만 알던 곡들이 많았다”고 동의를 표했다. ‘광화문연가’의 음악은 ‘에드거 앨런 포’ ‘나폴레옹’ ‘오! 캐롤’ 등의 김성수 음악감독으로 최근작 ‘칠서’와 ‘서울의 달’에서 각각 박강현, 허도영과 호흡을 맞췄다.

“67곡이나 편곡을 하셨는데 많이 그란데해진 느낌이에요. 장르가 확장되기도 하고 버라이어티해 졌죠. 그렇다고 원곡이 변질되는 것도 아니에요. 알맹이는 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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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젊은 명우를 연기하는 허도영(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넘버에 대해 설명한 박강현은 최근 유독 귀에 꽂힌 노래로 ‘그녀의 웃음소리 뿐’과 ‘회전목마’를 꼽았다.

“극 중 대부분 사건은 젊은 명우에게 일어나요. 가장 심각한 신에서 부르는 노래가 ‘그녀의 웃음소리 뿐’이죠. 사회적 사건과 개인사가 섞여드는 신인데 부르다 보면 왠지 서글퍼져요. ‘회전목마’는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아련함을 잘 나타낸 곡이랄까…놀이공원의 회전목마는 안팎이 엇갈려 돌고 위아래로 부침도 있고 하잖아요. 그래선지 마음에 남아요.”

박강현의 말에 허도영은 “중년 명우가 부르는 ‘기억이란 사랑보다’가 진짜 좋다”고 덧붙였다.

“멜로디가 너무 좋아요. 작품에서는 중년 명우가 거의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인데 비장의 무기죠. 자칫 노래 부르다 진짜 눈물이 터질 수도 있겠다 싶은 곡이에요.”

허도영의 말에 혼잣말로 “그걸 눈물 안흘리고 부를 수 있는 배우가 돼야하는데”라고 되뇌는 박강현. 주거니 받거니 노래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던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해바라기’를 젊은 명우의 추천 곡으로 꼽았다.

“젊은 명우 곡 중에는 ‘해바라기’가 진짜 좋아요. 이미 헤어진 첫사랑을 우연히 만나 마음 속에서 진정으로 떠나보내고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아 부르는 노래죠.‘

‘광화문연가’에 합류하면서 더 좋아진 곡들도 있다. 박강현은 제목과 같은 ‘광화문연가’를, 허도영은 ‘소녀’를 재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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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젊은 명우를 연기하는 박강현(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원래도 좋아했지만 ‘광화문연가’가 더 좋아진 이유는 제가 쓰거든요. 극 중에서 젊은 명우가 만든 곡으로 나와요. 실제로 제가 좋아하던 노래를 작품에서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인데 제가 만든 곡이라니…이런 작품을 하게 돼서 행복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허도영이 더 좋아졌다는 ‘소녀’는 얼마 전 젊은 명우 역의 허도영·박강현·성규가 회식자리에서 부른 동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던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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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 제작발표회에서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을 부르고 있는 중년 명우들(위) 왼쪽부터 이건명·안재욱·이경준. 젊은 명우들(아래) 허도영·성규·박강현(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CJ E&M)
“보통 솔로로 부르는 청순한 곡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화음을 넣어 같이 불러요. 원래도 좋은데 풍성하게 화음을 쌓아서 부르니까 더 좋더라고요. 그런 화음이 가능할지 몰랐어요. 게다가 젊은 명우와 중년 명우가 첫사랑을 보면서 부르는 가장 중요한 노래고 극의 시작이죠.”

노래와 더불어 꼭 눈여겨봐야할 장면에 대해 박강현은 마지막 장면, 허도영은 육교신이라고 털어놓았다.   

 

“제일 마지막에 중년 명우와 아내가 얘기하는 신이에요. ‘광화문연가’는 중년 명우가 생을 마감하기 1분 전, 다른 세상에서 그 1분 동안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 1분 중 마지막 1초를 남겨두고 벤치에 앉아서 부부가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볼 때마다 뭉클하고 짠해요.”

허도영은 육교신에 대해 “수아랑 육교에서 엉엉 울면서 대사하는 장면인데 젊은 명우의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며 “그 장면 하나로도 ‘젊은 명우는 저런 애구나’ 할 정도로 캐릭터가 확 보이는 장면이라 꼭 눈여겨보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한 감동이 심장을 때리고 가는, 잔잔함 속에서 씁쓸해지고 아련해지는 극이에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다가도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극이죠. 워낙 가진 힘이 큰 노래에 드라마를 입혔을 때의 시너지가 엄청나요. 희극도 비극도 아닌 인생 자체죠. 사는 목적이 사랑이라고들 하는데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거예요.”


◇어마무시한 공연계 선배들로 즐비한 연습실 “긴장되지만 장점 하나씩만 배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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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젊은 명우를 연기하는 박강현(왼쪽)과 허도영(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저도 모르게 한참 (작품 출연을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의 느낌이 들 정도예요.”

고선웅 작가, 이지나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안재욱·이건명·이경준, 정성화·차지연, 이연경·임강희 등 어마무시한 공연계 선배들이 즐비한 연습실에서 허도영은 오디션을 방불케하는 열기와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도 문득 이렇게 앉아 있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배우들로 즐비한 연습실에서 박강현은 “선배들의 식지 않는 열정에 자극을 받았다”고 전했다.

“저희들에 비하면 정말 오래 하셨고 경지에 오른 분들이잖아요. 초심을 잃을 만도 한데 엄청난 집중력과 열정으로 연습에 임하시는 선배들을 보면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엄청난 자극을 받아요. 그런 자극을 주는 선배들이 정말 좋아요. 저희도 선배들한테 자극을 조금이라도 줘볼까 싶어 더 열심히 하게 되고…그런 자극을 주는 후배가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각오를 다진 박강현에 허도영은 “선배들에게 배우는 게 정말 많다”며 “그 많은 선배들의 그 많은 장점들 중에서 유독 튀는 매력 하나씩만 보고 배워도 저희에겐 큰 재산”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저희가 해야할 것만 정확하게 해내면 문제 없는거니까…열심히 안하면 우린 죽는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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