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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 햄릿 고은성과 오필리어 정재은의 'To be OR Not To be' ①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 1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햄릿 고은성·홍광호, 클로디어스 양준모·임현수
거트루드 김선영·문혜원, 비운의 연인 오필리어 정재은, 유일한 조력자 호레이쇼 최용민·황범식 등이 이끌어가는 대서사시

입력 2018-01-10 18:00 | 신문게재 2018-01-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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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뮤지컬로, 연극으로, 드라마로 수차례 재해석되고 변주되는 작품이다. 특히 일년에 몇번은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이 또 다시 변주 중이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1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는 가상의 도시 엘시노어를 배경으로 선왕을 잃은 왕자 햄릿(고은성·홍광호, 이하 가나다 순)과 그의 삼촌이자 원수이며 새 아버지 클로디어스(양준모·임현수), 어머니이자 숙모가 된 거트루드(김선영·문혜원), 비운의 연인 오필리어(정재은), 유일한 조력자 호레이쇼(최용민·황범식) 등이 이끌어가는 대서사시다.

지극히 현대화됐으면서도 원작 ‘햄릿’이 가진 운율과 스토리라인을 살린 ‘햄릿: 얼라이브’의 햄릿 고은성과 오필리어 정재은은 꽤 단단했고 진지했으며 유쾌했다. 진짜 햄릿, 오필리어가 된 그들이 말하는 “To Be or Not To Be”, 7개의 OR 인터뷰를 지상중계한다.


◇첫 번째 OR: 우리가 아는 혹은 모르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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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햄릿 고은성(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외적으로 시대 설정이 없고 총·칼이 등장하고 의상도 현대와 고전 어디에도 주안점을 두지 않았고 호레이쇼가 스승님 나이 뻘로 나온다는 원작과의 차별점은 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가진 플롯과 대본은 그대로예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수차례 변주되며 재해석된 수많은 ‘햄릿’과의 차이에 대해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햄릿 고은성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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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오필리어 정재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어떤 분들은 왜 이야기가 갑자기 그쪽으로 넘어가냐고 하시는데 원래 ‘햄릿’이 그래요. ‘햄릿’이 가진 라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죠. 외국 극장이든, 소극장이든, 영화에서 벌어지든 차별점은 그 순간에 있다고 생각해요. 첫날 공연과 오늘의 ‘햄릿: 얼라이브’가 또 다르듯이요.” 

 

순간에 충실하다는 햄릿 고은성의 말에 오필리어 정재은은 “음악의 힘, 음악이 드라마에 잘 승화됐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넌버벌(비언어)이나 라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넘버는 없으실 거예요. 하지만 음악이 가진 힘을 가지고 멜로디화해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음악 자체가 원체 불협인데다 스토리와 드라마로 스며들거든요. 넘버가 굉장히 많은 뮤지컬임에도 연극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건 그래서일 거예요.”

이어 “매일 달라지는 것도 차별점”이라며 “동선이나 문제, 상황 등을 바꾸기보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고민하고 스며들면서 원래의 셰익스피어 ‘햄릿’이 가진 의미에 도달하는 데서 오는 변화”라고 덧붙였다.

“오케스트레이션된 음악으로 감정들이 표현되면서 은유적이고 시적인 대사들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외형적인 건 현대적이지만 풀어가는 이야기나 표현방법은 원작이랑 비슷해서 연습을 하면서는 관객들이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죠. 관객분들이 처음부터 쉽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두 번째 OR: 셰익스피어 그대로 혹은 비틀기, 결국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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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얼라이브’의 햄릿 고은성(왼쪽)과 오필리어 정재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대학 때 ‘햄릿’을 읽으면서는 그냥 옛날이야기, 당시에 유행했던 건가 보다 했어요. 졸업을 하고 무대에 서면서도 다들 ‘햄릿’ ‘햄릿’ 하길래 다시 읽었죠. 그때는 굳이 이렇게까지 복수를 해야 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햄릿: 얼라이브’를 하면서는 프롤로그에서 바로 이해가 됐어요.”

1분 남짓의 프롤로그를 ‘햄릿: 얼라이브’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꼽은 정재은은 “원작 ‘햄릿’에서 말로만 설명되던 걸 눈으로 보여준다”며 “채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아버지가 죽은 장례식장에서 어머니 거트루드가 삼촌이자 원수 클로디어스와 결혼을 하고 햄릿이 돌아서면서 오프닝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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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햄릿 고은성(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가 됐어요. ‘사랑하는 남자가 아빠를 죽였다고 미치나?’ 했던 의심도 사라졌죠. 노력하고 본 만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 미치는 신이 끝나고 퇴장한 후에도 계속 화가 나거든요.”

원작을 처음 읽고는 모두지 무슨 말인지 해할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고은성은 “글로 읽고 감정을 유출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사람마다 분명 다를 텐데…그래서 다양한 재해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해석을 입히는 게 아니라 저만의 생각을 입히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극, 뮤지컬, 영화 등으로 재해석된 작품들을 보면서 오히려 비우게 된 것 같아요. 자동차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하잖아요. 뭐든 그런 것 같아요. 중점을 어디에 두기 보다 뭔가를 잘 하려면 싹 다 비워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결국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상이라는 깨달음에서 고은성은 보다 순간에 집중하며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순간 벌어지는 일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아요. 그 순간을 놓치면 또 거짓이 되거든요. 제가 준비하고 분석한 그대로를 연기로 선보이는 건 공연이라기 보다 시연 같아요. 기본적인 캐릭터와 설정 안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반응들이 진실 같아요. 그래서 배우 자체도 그 순간에는 진실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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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오필리어 정재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리곤 “사람, 무대 등 어떤 변수에 의해서 매일매일 진실이 달라진다”며 “그렇게 순간, 진실에 충실해야 동떨어진 옛날 이야기가 아닌 진짜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고은성은 결국 ‘햄릿: 얼라이브’ 속 모두가 같은 인간임을 깨달았고 햄릿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에 공감했다.

 

“엄청난 스토리인데 오히려 별다를 게 없었어요. 햄릿 뿐 아니라 누구나 그렇잖아요. 인생에는 당황스럽거나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나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는 순간들 투성이거든요. 놀랄 일에 맞닥뜨렸을 때 누군가는 빨리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피하려고 하고…너무나 많은 인간상들이 있죠. 햄릿도, 거트루드도, 오필리어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랑 다르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들 모두에게도 극 속 상황이 처음 겪는 일이거든요. 햄릿 아버지의 죽음도, 엄마의 결혼도 다 처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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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얼라이브’의 햄릿 고은성(왼쪽)과 오필리어 정재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렇게 말한 고은성이 꼽은 ‘햄릿 얼라이브’의 메시지는 ‘인간’이다. 이를 고은성은 “몇백년 전 쓰여진 글이고 수차례 무대에 오르며 재해석되면서도 결국 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결국 인간들이 행하고 인간한테 일어나는 일들이거든요. 의상이나 시대나 캐릭터 설정 등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 달라지지 않는, 인간이 가진 복수, 사랑, 우정, 배신 등은 몇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어쩔 수 없는 ‘햄릿’의 메시지는 그래서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들의 면모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고은성의 말대로 ‘햄릿 얼라이브’는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세 번째 OR: 나를 닮은 혹은 전혀 다른 햄릿과 오필리어

“되게 저 같았어요. 저도 순종적인 첫째 딸이어서 (오필리어 같은) 그런 삶을 알아요. 순종적이지만 하나 만큼은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죠.”

오디션 당시 ‘나비야 나비야’를 불렀고 ‘순종’에 대한 남다른 정의와 생각을 피력하면서 오필리어로 발탁된 정재은은 “오필리어의 순종 역시 방법이고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오필리어도, 저도 순종적으로 살았지만 전 절대 순종적이지 않아요. 순종이 제가 선택한 방법일 뿐이죠. 아빠(폴로니어스 최석준)가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할 때 저(오필리어)는 대답 안해요. 원래 ‘네’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오필리어라면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뺐어요.”

정재은은 오필리어와 햄릿이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책장 뒤에 숨어있던 클로디어스·폴로니어스로 인해 책 한권이 떨어지면서 급격하게 분위기가 냉각되고 햄릿이 책을 오필리어에게 던지며 “수녀원으로 가라” 일갈하는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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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오필리어 정재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 장면 전의 편지 읽는 신에서 햄릿을 불러내 얘기를 하라는 아빠의 말에 ‘싫어요’ ‘알겠습니다’ 대답을 안해요. 안받아들인 거죠. 햄릿에 대한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햄릿을 만나 얘기를 해야겠다 설득을 당한 건 햄릿을 도와달라는 거트루드의 부탁 때문이었어요. 아빠에 순종해서 서재로 간 게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마음이었죠.”

이를 정재은은 “보기에는 순종적이지만 순종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라 정리하며 “무대 위에서 매순간 선택을 한다. 닮은 부분도 있지만 제가 오필리어였다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미친 건…글쎄요. 처음엔 난 그렇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살까 싶어요. 계속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래서 무대에서 자꾸 짜증이 나요. 햄릿이 미쳐 책을 던지는 서재 신을 끝내고 무대 뒤로 가면 (양)준모 선배님이 웃고 계세요. 다 봤으면서. 그것도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오필리어가 한순간 미쳐 클로디어스에게 저리 가라고 때리거나 붙잡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 진심이 돼버리죠. 이 어린애한테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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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오필리어 정재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렇게 호소하는 오필리어 정재은에 이어 고은성은 “정해놓은 어떤 햄릿은 없다. 그 마저도 강요”라며 “제가 뭘 가지고 있든 어떤 마음을 품든 행하면서 다 드러난다. 숨길 수 없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참으로 햄릿다운 답을 내놓았다. 이렇게 답한 고은성에 대해 정재은은 “굉장히 성실하고 진실되고 신실하고!”라고 극찬한다.

“10명이 같이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다 드러나는 것과 같아요. 그 사람이 표현하고 있지 않아도 드러나는, 그런 게 진실된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면모요. 그 면모가 보시는 분들께는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하고 갈피를 못잡는, 방황하는 젊은 남자처럼 보일 것 같기는 해요.”

햄릿과의 닮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서는 “햄릿은 유머러스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너무나 진지하기만 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그런 면이 저랑 비슷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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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햄릿 고은성(왼쪽)과 오필리어 정재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누구나 그래요. 너무너무 재미없는 사람도 나름의 유머를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가 너무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혼자 있을 때는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한 인간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 규정을 짓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대본상 유추한다면 저라도 (햄릿처럼) 그런 상황에 놓이면 복수를 하려고 할 것 같고…많은 부분 이해할 수 있어요.”

고은성의 말에 정재은은 “그래도 우리(오필리어) 아빠를 죽이진 않겠지”라고 질문에 가까운 말을 던졌다.

“생각의 차이가 대단한 것 같아요. 플로니어스의 얼굴을 확인하고 죽이는 것과 아무 것도 안보이는 상황에서 소리나는 쪽을 쐈는데 플로니어스였던 건 전혀 다르잖아요. 원작에서는 있는 걸 알고 ‘엿듣는 것이 네 죄다. 네 업보니 죽어 마땅하다’고 하고는 찔러 죽여요. 사랑과는 별개로.”

그리곤 정재은에게 “지금 ‘햄릿: 얼라이브’에서는 즉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필리어의) 아빠인 걸 알고 죽였다고 생각하면 안돼!”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우리가 보기에도 실수로는 보여. 하지만 내(오필리어) 입장에서는 아냐. 오필리어는 그 과정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들어갔는데 아빠가 죽어있었기 때문에 니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후로도 두 사람 사이에는 실제 햄릿과 오필리어가 극 중 장면을 돌아보며 대화를 나눴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은 얘기들이 진지하게도 오갔다.(②편에서 계속)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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