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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이진희의 ‘실비아’이자 ‘트와일라’ 지이선 작가 그리고 ‘킬미나우’ ‘프라이드’ 사람들

연극 ‘프라이드’는 필립 배수빈·성두섭·이명행·정상윤, 올리버 박성훈·박은석·오종혁·장율·정동화, 실비아 김지현·이진희임강희, 남자 양승리·이원
연극 '킬미나우' 조이 신성민·윤나무, 제이크 이석준·이승준, 트와일라 이진희·정운선, 라우디 문성일·오정택
지이선 작가, 김동연 연출, 오경택 연출 그리고 배우들 모두 '괜찮아요, 괜찮아 질 거예요"

입력 2017-06-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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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진희 인터뷰40
연극 ‘프라이드’ 실비아, ‘킬미나우’의 트와일라 역의 이진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진짜 힘든 날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감정을 겪고 있나 싶기도 해요. 사실 극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인생에서 한번 겪기도 힘든, 그래서 극적인 것들이잖아요. 두 극을 오가며 매일 경험하고 아파하고 울어야하는 게 굉장히 힘들기도 해요.”

이진희는 연극 ‘킬미나우’(7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트와일라와 ‘프라이드’(7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실비아를 오가며 감정의 극한을 체험 중이다.

연극 ‘프라이드’는 필립(배수빈·성두섭·이명행·정상윤, 이하 가나다 순)과 올리버(박성훈·박은석·오종혁·장율·정동화) 그리고 필립의 아내이자 올리버의 친구 실비아(김지현·이진희·임강희)가 1958년과 2017년을 오가며 차곡차곡 쌓아온 개인의 역사에 빗대 진정한 자아 찾기를 이야기한다.

‘킬미나우’는 장애인 조이(신성민·윤나무)와 그를 돌보는 아빠 제이크(이석준·이승준), 그들의 가족 트와일라(이진희·정운선), 친구 라우디(문성일·오정택)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편견과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다.


◇쉽지 않은 극과 현실의 분리 “그래도 사람들이 있어 위안받아요!”
 

배우 이진희 인터뷰13
연극 ‘프라이드’ 실비아, ‘킬미나우’의 트와일라 역의 이진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어떤 때는 이러다 병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만큼 힘든 스트레스고 아픔인데도 참 신기한 건 그렇게 해내면서 행복하다는 거예요. 배우 이진희로서. 매일 하다 보면 최면에 걸린 것처럼 어떤 음악에, 어떤 대사에 감정이 확 들어가지곤 하거든요.”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마음 아프고 속상해지는 대사나 장면들을 만나는 순간들은 그날그날 매 공연마다 달라지니 미리 예방도 쉽지 않다.

“그래서 쉬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하는 것 같아요. 일부러라도 공연과 제 현실을 잘 분리하는 편인데 그게 잘 안될 때가 정말 힘들어요.”

그리곤 친구의 이야기를 전했다.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던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 3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심각한 손상으로 뇌가 부풀어 올라 뼈를 분리한 채 일주일을 보내야 했고 3차례에 걸쳐 뇌수술을 하기도 했다. 2015년 ‘프라이드’ 공연 중의 일이었다. 마지막을 준비하라던 의료진의 말과는 달리 친구는 회복해 지금까지도 이진희의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잡아주며 위안을 전하곤 한다.  

 

“그런 기적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에서 미리 힘들다고 포기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한때 제 스스로 그 친구를 포기했던 게 지금도 너무 미안해요. 그 친구는 지금도 얘기해요. ‘널 봐서 좋다’고 ‘네가 행복해서 너무 기쁘다’고 ‘건강해야된다’고. 많은 단어를 쓰지는 못하지만 그 친구가 하는 얘기들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거예요. 그렇게 친구를 만나고 와서 공연을 하다보면 닿아 있는 얘기들이 많아서 너무 힘들어요. 분리가 안되고 현실이 돼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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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미나우’의 트와일라 이진희와 제이크 이석준.(사진제공=연극열전)

그렇게 친구가 대견하게도 살아내는 사이 마냥 소녀 같던 그의 어머니는 단단하고 강해졌다. 그렇게 이진희는 트와일라를 만나고 조이와 제이크를 만나고 라우디를 만나면서 위로 받곤 한다.

“내 아픔이 제일 큰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어도 된다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얘기하고 웃길 땐 웃어도 된다는 라우디의 말들로 위로가 되는 작품이에요. 저한테 ‘킬미나우’는.”


◇‘프라이드’는 매회 특공 “오늘은 어떤 남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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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 실비아, ‘킬미나우’의 트와일라 역의 이진희.(사진제공=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프라이드’는 1958년, 2017년 캐릭터도 너무 다르고 누구랑 있느냐에 따라 다르고 배우들따라 다르고 매일 다가오는 장면이나 대사도 다르고….”

게다가 ‘프라이드’에는 배수빈·성두섭·이명행·정상윤 네명의 필립과 박성훈·박은석·오종혁·장율·정동화, 5명의 올리버, 김지현·이진희·임강희 3명의 실비아, 양승리·이원의 두 남자가 페어를 이뤄 무대에 오른다. 그 경우의 수만도 100이 훌쩍 넘는다. 


“저희(배우들)가 농담처럼 하는 말인데 매회가 특공(특별공연)이에요. 초연 페어(이명행·정상윤, 박은석·오종혁, 김지현), 재연(배수빈, 박성훈·정동화, 이진희·임강희, 양승리·이원) 페어, 뉴페어(성두섭, 장율) 등 어떻게 붙여도 특공이죠. 한달에 한번 만나는 배우도 있고 오늘 첫 공연했는데 다음 번이 페어막(페어의 마지막 공연)이고 ‘오늘은 어떤 남편이지?’하기도 하고…진짜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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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 실비아, ‘킬미나우’의 트와일라 역의 이진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타고난 순발력으로 전혀 다른 캐릭터, 처음 만난 이들과도 “기 막히게 합을 맞추는” 배우들도 있다. 하지만 이진희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다.

“어색하고 낯설면 잘 못해요. 그래서 함께 작업을 하는 배우랑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다행히도 배우들끼리 너무 친해서 꾸준히 연습하고 맞춰가면서 하고 있어요. 새로 온 (성)두섭이도 옛날부터 알던 사이고 (장)율이도 고등학교 후배, 자랑스러운(?) 후배예요. 그렇게 믿고 집중하다 보면 생기는 시너지들이 있죠.”

그러곤 “3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면서도 “안정감은 좀 떨어지지만 그걸 메꾸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은 ‘프라이드’의 1958년 실비아처럼 속삭이듯 진중하게 이야기하는 이진희는 ‘프라이드’의 2017년 실비아, ‘킬미나우’의 트와일라를 연기하면서 맛깔스러운 욕설을 풀어놓기도 한다.

 

길을 잃은 2017년의 올리버, 반항기에 접어든 조카 조이나 태아알콜증후군으로 어수선하고 직설적인 라우디를 상대하는 장면 대부분이 진짜 친구처럼, 고모처럼,연인처럼 자연스럽다.

“평소 욕을 잘 하진 않지만 제가 속에 쌓인 게 많은가 봐요. 그리고 올리버나 라우디, 조이 등을 보면 순간순간 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마음 아프고 답답하고 애틋하고….”


◇이진희의 실비아이자 트와일라 ‘킬미나우’ ‘프라이드’의 지이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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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의 실비아들. 왼쪽부터 김지현, 임강희, 이진희.(사진제공=연극열전)

 

“지이선 작가님이야말로 트와일라와 실비아 같은 사람이에요. 늘 글쓰는 게 싫다고, 자기처럼 글 쓰기 싫어하는 작가도 없을 거라고 하시는데 진짜 열심히 작업하세요.”

이진희가 현재 출연 중인 ‘킬미나우’와 ‘프라이드’는 모두 지이선 작가의 작품이다. 이진희는 지이선 작가에 대해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 대한 집중력이 뛰어난 ‘실비아, 트와일라 같은 사람’이고 표현했다.

“작가님은 함께 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되게 깊어요. 요즘도 자주 극을 보러 오시고 배우들을 정말 세심하게 관찰하시죠. 제가 트와일라를 하게 된 것도 작가님 덕분이에요. 하기로 결정을 하고 수정 대본을 주셨는데 트와일라가 저랑 너무 비슷한 거예요. 제가 어떤 부분이 강하고 약한지, 제 평소 말투가 어떤지를 너무 명확하게 보시고 컨디션이 어떤지 늘 살피셔서 극에 반영해주세요. 배우로서는 굉장히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지이선 작가는 ‘킬미나우’ ‘프라이드’를 오가며 힘겨워하는 이진희에 “너무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당분간 보지 말자”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님은 매번 힘든 공연만 쓰시잖아요. 그런데도 작가님이 또 하자고 하시면 할 수밖에 없는 글의 힘이 있어요.”


◇‘프라이드’ ‘킬미나우’ 사람들과 “괜찮아요, 괜찮아 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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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 실비아, ‘킬미나우’의 트와일라 역의 이진희.(사진제공=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프라이드’의 김동연 연출님은 제가 너무 좋아해요. 그렇게 안보이는데(?) 감성적이고 따뜻하세요. 오경택 연출님은 배우를 존중해주고 믿어주고 기다려주시죠. 두분 모두 배우들이 연습이나 공연을 하고 있으면 같이 연기하고 숨쉬는 분들이에요. 오경택 연출님은 만날 ‘에이~ 못보겠다’며 울곤 하시죠. 그러니까 ‘프라이드’나 ‘킬미나우’ 같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2004년 데뷔부터 ‘신의 아그네스’ 무대에 오르고 싶었던 이진희는 2007년 그 꿈을 이뤘다. 이후부터 13년 동안 그의 꿈은 한결같이 “무대 위에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하는 것”이다.

“예전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었다면 요즘은 관객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은 게 더 커요. 이 작품이 이 시기의 나를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지가 기대되는 것 같아요. 늘 자신은 없어요. 언제나 ‘잘 할 수 있을까’로 시작해 하나하나 숙제를 풀 듯이 하고 있죠.”

그의 말에 ‘킬미나우’와 ‘프라이드’로 배우 이진희가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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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의 올리버들. 왼쪽부터 장율, 정동화, 오종혁, 박성훈.(사진제공=연극열전)

 

“예전이나 지금이나 소수자, 편견, 차별에 여자가 속해 있는 것 같아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과도기죠. 그래서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참 슬프죠. 아직도 그렇다는 게 충격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소수자,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요. 누군가의 방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각자 스스로의 방식으로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진희는 ‘킬미나우’의 트와일라, ‘프라이드’의 실비아로 살 수 있는 게 “감사하다”. ‘프라이드’의 실비아가 스스로 그리고 필립과 올리버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되뇌는 마지막 대사 “괜찮아요, 괜찮아 질 거예요”처럼 이진희는 오래도록 무대 위에 설 수 있기를 꿈꾼다.

“저는 무대에 서 있는 저 말고 다른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나이가 들어도 똑같은 열정과 욕심을 가지고 무대에 서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스무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요. 다행히 ‘좀 쉬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 그런 생각은 단 한번도 안들었어요. 그러면 슬플 것 같은데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재밌고 행복해요.”


PS. ‘프라이드’ ‘킬미나우’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진희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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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의 필립들. 왼쪽부터 이명행, 정상윤, 성두섭, 배수빈.(사진제공=연극열전)

 

배수빈은 함께하면 기분 좋고 성두섭은 부드럽고 차분하고 정상윤은 언제나 재미있고 이명행은 모자란 듯 멋지고 박성훈은 허약하지만 매력 넘치고 정동화는 에너지 넘치고 오종혁은 귀찮지만 든든하고 박은석은 손이 많이 가지만 사랑스럽고 장율은 기특하고 착하고 문성일은 신기하고 독특하고 오정택은 언제나 나를 웃게 하고 이석준은 엄청 믿음직스럽고 이승준은 이상하게 재미있고 윤나무는 기분 좋게 사랑스럽고 신성민은 귀여운데 남자답고 이원은 책임감이 강하고 맘이 약하며 양승리는 고딩 같다가 아빠 같다가 이지현은 미친 듯이 매력적이고 신은정은 부드러운데 웃기고 정운선은 사랑스러운 울보이고 김지현은 차분하고 신비롭고 임강희는 신중하고 사려 깊어요!! 두 작품을 통해 이들을 알게 되어 감사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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