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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배우 박하선이 탄생되는 '작은 방'이 궁금하다!

[人더컬처]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로 남동생 잃은 슬픔 치유
"시원하게 울어봤기에 그 감정 관객들에게 전하고파"
"배우로서 만족도 10점 만점에 10점, 늘 촬영장으로 가고싶다"

입력 2023-07-03 18:00 | 신문게재 2023-07-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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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로 돌아온 박하선. 사진제공=(주)엔케이컨텐츠)

 

배우 박하선에게는 공부방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방에서 화장실 들어가는 작은 옷가지를 걸어두는 1.5평 정도의 작은 공간. 그 곳에 자주 입는 옷과 모자, 가방 등을 넣어놓고 남은 공간이 그가 대본을 읽는 곳이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역시 거기서 시작했다.


“이상하게 그 곳에서는 뭔가 집중이 잘돼요. 남편과 아이 역시 제가 그곳에 들어가면 방해하지 않고요.(웃음) 소설이 원작임을 알고 따로 읽어보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선뜻 선물로 주셨죠. 워낙 유명한 책이니 팬들에게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이 컸고요. 시나리오를 읽고 저 역시 많은 위로를 받았기에 흔쾌히 출연했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 감독은 “2017년 원작인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며 “처음엔 영화화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2020년에 다시금 소설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영화 제작 배경을 밝혔다.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김애란 작가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겨진 세 사람의 상실과 위로를 다른 작품으로 올해 전주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남편을 잃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난 한 여자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누나 그리고 단짝 친구와 이별한 소년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사건에 연결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다.

한국 예술 영화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김희정 감독의 전작 ‘프랑스 여자’를 보고 팬이 된 박하선은 소설의 영화화 소식을 듣고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데뷔 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왔던 그이지만 전 소속사에서 독립영화를 비롯해 도전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를 모두 쳐 낸 아픔이 있기에 ‘이번 만큼은…’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운명처럼 자신에게 러브콜이 왔고 읽기도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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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박하선의 모습은 바스러질것 같지만 강단있다. 착하고 순한 외모가 주는 가녀림을 강단있게 만드는건 시원하게 울어 본 자가 겪은 슬픔과 상실이 아닐까. (사진제공=(주)엔케이컨텐츠)

 

극중 갑작스럽게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픔 속에 살아가는 명지를 연기한 박하선은 “가감 없이 솔직한 작품을 만나고 싶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바닥을 기어다니며 울었다”면서 “나 역시 갑작스럽게 동생을 잃어봤기에 공감도 갔지만 위로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자기 그의 곁을 떠난 동생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늘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만했지 먼저 떠날 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기에 더 충격이 컸다”면서 “아직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것만 같다”고 눈가를 훔쳤다.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치유를 받은 느낌이에요. 동생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어서 ‘누나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하는 말을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누나 밥 잘 먹어’ 하는 대사를 들으니 흡사 하늘에서 동생이 해준 말 같아서 정말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미안하고 후회만 쌓여가던 내 감정을 어루만져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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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연기하고 싶었던 전석호,김남희와 함께 만난 영화 현장은 박하선에게 충만한 기억으로 남았다. (사진제공=(주)엔케이컨텐츠)

 

남편이 세상을 떠난 설정이다 보니 박하선에게 체중조절은 필수였다. 그는 “평소 화면에 가장 잘 받는 몸무게는 49kg”이라면서 “평소에는 53kg 정도되는데 이 역할을 위해 46kg까지 감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남편 류수영은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타고난 요리 실력을 발휘하는 ‘요섹남’이기에 고충이 남달랐다. 김희정 감독이 머무르고 있는 폴란드의 방학기간이 아니면 촬영을 할 수 없기에 5개월 간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것. 

“주변에서는 많이들 부러워하시지만 그 맛이 완성될 때까지 먹어줘야 하는 제 고충도 남다르답니다. 성공하기 까지 수많은 실패작이 나오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이웃들에게 배달도 가고 샵으로 싸가지고 갔더니 되려 좋아하시더라고요. 역시 음식은 나눠 먹어야 제 맛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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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으로서 충실한 남편, 피는 못 속이는지 놀아줄 때 늘 자신만의 대본을 보내는 딸이 주는 귀여움에 “지금이 제일 행복한것 같다”고 미소짓는 박하선. (사진제공=(주)엔케이컨텐츠)

 

유지어터를 하며 견딘 시간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통해 박하선의 진가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그가 훌쩍 바르샤바로 떠나 동창(김남희)과 남편과의 기억을 공유하는 미세한 아픔은 박하선만이 할 수 있는 눈빛연기로 완성됐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19년을 버티게 만든 건 타고난 근면함과 열정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20대 때에는 경찰 역할을 맡으면 당분간 비슷한 배역을 피했을 정도로 철이 없었어요. 사극도 ‘동이’만큼 좋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하다가 놓친 작품도 많고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거절되는 바람에 나중에 히트 친 배역도 꽤 되고요. 후회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할 것 그리고 기준을 두지 않고 재미있고 끌리는 걸 하자 주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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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주)엔케이컨텐츠)

 

최근 배우로서의 만족감이 10점 만점의 10점이라는 그는 라디오DJ를 할 수 있을 만큼 오래하고 상대배우로 꼭 박해일을 만나고 싶다는 팬심을 드러했다.

“20대에는 늘 낮은 톤의 목소리를 지적받았는데 라디오를 하며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받고 있어요. 늘 다른 역할을 하고 또다른 인생을 만날 수 있는 이 직업을 사랑합니다. 제가 늘 가고 싶은 곳은 아무래도 촬영장 아닐까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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