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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계를 두려워 않고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다"… '후츠파' 정신무장, 작지만 강한 나라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최용환의 '오늘의 이스라엘'

입력 2023-09-16 07:00 | 신문게재 2023-09-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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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

이스라엘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나라다. 세계적인 스타트업의 산실답게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지만 우리가 모르는 오랜 역사와 관습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대사를 역임했던 저자는 우리가 아는 이스라엘과 실제 이스라엘 사이의 큰 간극을 설명한다. 그들의 국민성, 전통과 관습, 창의력의 원천 등을 세밀하게 소개한다. 시중의 그 어떤 책들보다 이스라엘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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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키워드로 읽는 오늘의 이스라엘|최용환|세종서적

 

◇ 시오니즘과 분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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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 변화 흐름.

 

‘시오니즘’ 운동은 오스트리아 언론인 테오도르 헤르츨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1897년 스위스 바젤에서 첫 시오니스트 총회를 열어, ‘약속의 땅’인 에레츠 이스라엘(팔레스타인)로 돌아갈 것을 선포했다. 1904년 44세에 사망한 그는 오늘날 ‘나라의 선지자(호제 하 메디아)로 추앙받는다. 그의 유해는 건국 이듬해인 1949년 예루살렘으로 옮겨졌다.

유엔은 1947년 팔레스타인 영토 분할 안을 결의했다. 55%의 땅을 유대인들에게 할당한 이 결의안은 이 지역 미래의 큰 분수령이 됐다. 예루살렘은 1949년 휴전협정 때 동쪽은 요르단, 서쪽은 이스라엘이 나눠 관할하게 된다. 하지만 예루살렘의 상징은 ‘동 예루살렘’이었다. 특히 동남쪽의 ‘성전산’은 3대 종교의 공통적인 성지로, 누구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1988년에야 독립국가 선언과 함께 이스라엘을 인정한다. 서안과 가자 지구 두 곳에는 8m의 장벽이 쳐져 있다. 환경은 척박하고 자원은 부족한데 인구는 많고 사회 인프라는 취약하다. 특히 가자 지구는 이슬람 저항운동 세력 ‘하마스(HAMAS)’가 통치하며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 가정마다 ‘마마드’라는 자체 대피공간이 의무화되었을 정도다. 하마스는 “동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라며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디아스포라와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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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초특권층 하레디. 이들은 복장 등 확연히 구분되는 삶을 산다. 최근에는 병역 면제 혜택 등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9년부터 해외 젊은 유대인들의 모국 방문 프로그램 ‘타글리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돌아온 유대인들을 ‘올레(귀환자)’라고 부른다. 매년 2만 5000명 씩, 25만 여명이 2008년부터 10년 동안 돌아왔다. 이들의 최대 어려움은 ‘언어’다. 새롭게 히브리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춘기 자녀들은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한다.

이스라엘 인구는 꾸준히 증가세다. 1990년대 소련 붕괴 때는 40여 만명의 구소련 유대인들이 몰려왔다. 합계출산율 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대로면 2~3년 내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게 된다. 2065년이면 방글라데시에 이어 세계 2위 인구밀도 국가가 유력시된다. 때문에 일부에선 인구 폭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민이 어려운 나라’가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 곳 유대인들은 종교적으로 네 그룹(하레디, 다티, 마르소티, 힐로니)으로 나뉜다. 초정통파 종교인 하레디(Haredi)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그룹이다. 출신 지역별로는 9~10세기 라인강 유역에 살던 ‘아시케나지(Ashkenazi)인’들이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이다. 역대 총리들과 미국의 유대인들이 대부분이 이들이다. 최근에는 현지 태생의 유대인 ‘사브라’가 주도세력으로 급부상 중이다.

이스라엘 국적의 팔레스타인계 아랍인들도 20%에 이른다. 1948년 건국 때 살고 있던 아랍인이라는 뜻에서 ‘48 아랍인’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의 빈곤층 비율은 17% 수준으로 OECD 평균인 12%보다 높다. 특히 아랍계는 47% 정도가 빈곤하게 살고 있다. 전반적으로 풍요로운 경제발전 상황에서도 그룹간 격차 해소 문제는 이스라엘의 난제 중 하나다.

 


◇ ‘작은 나라, 강한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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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주력부대. 속정속결의 전투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스라엘 특유의 엘리트 양성 시스템은 군에서 시작된다.

 

이스라엘은 ‘전쟁 중인 국가’다. ‘짜할(Zahal)’이라고 불리는 방위군이 17만~18만 명 정도로 알려졌다. 예비군도 46만~47만에 이른다. 짜할의 특장점은 ‘신속성’이다. 반드시 전쟁에 이겨야 하기에 속전속결이다. 그래서 공군력을 활용한 선제 기습공격에 능하다. 2000㎞까지 날아가 적국 원자로 건설현장을 공습하기도 했다. 사이버전이나 고도의 심리전에도 능하다.

‘난공불락의 파수대’ 뜻의 ‘탈피오트(Talpiot)’는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엘리트 양성 프로그램이다. 매년 상위 1~2%의 과학영재 고교생 50명 정도를 선발해 장교로 양성해 6년 동안 특수기관 등에 복무케 한다. 전역 후가 보장되기에 경쟁이 엄청나다. 전문 정보요원을 키우는 하바찰롯(Havatzalot), 통신정보 수집과 비밀암호 해독 특수부대 ‘쉬모네 마타임(일명 8200부대)’도 유명하다.

남성은 26세 이하면 30개월 복무를 한다. 27세 이상이거나 해외 이주자는 6~12개월 정도 짧다. 여성은 26세 이하면 24개월만 복무한다. 임신했거나 하레디 자녀, 아랍계 국민은 면제된다. 군 내 3분의 1이 여성인데, 최근에는 비행 조종사나 전투병과에도 진출하고 있다. 남부 사막지대의 이집트 시나이반도 국경 전투부대 ‘33보병대대’에는 여성이 3분의 2나 된다.

이스라엘에는 크게 세 종류의 정보 보안기관이 있다. 해외에서 정보수집과 비밀공작을 맡는 ‘모사드(Mossad)’가 가장 유명하다. 창설 70여 년 동안 책임자가 13명에 불과할 정도로 장수직이다. 집요함으로 특히 명성이 자자하다. 유대인 학살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십 수년 추적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압송해 법정에 세운 사례는 ‘용서도 없고 잊지도 않는다’는 그들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 창업 정신과 ‘후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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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빗 시스템즈 '수직 이착륙 무인 항공기'

이스라엘에서 ‘후츠파(Chutzpah)’란 원래는 무례함, 당돌함, 후안무치함 등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스라엘의 성공 비결이자 발전의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한계를 두려워 않고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정신이 후츠파 덕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에게 이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USB 플래시 드라이버, 자율주행 차량의 차선 인식장치, 캡슐형 내시경, 무인 항공기, 심지어 방물토마토까지 이스라엘의 산물이다. 무려 6000~7000개의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인구 1500명 당 하나 꼴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모빌아이, 인공지능 칩 제조사 하바나 랩 등 대박 난 스타업들도 많다.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2019년 기준 4.93%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에는 국가 슬로건이 ‘스타트업 국가에서 두뇌국가로’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전반의 디지털화는 매우 열악한 편이다.

최근에는 두뇌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을 떠나 해외로 이주한 사람을 ‘요르딤(yoredim)’이라고 하는데 의사와 과학자, 이공계 교수, 하이테크 엔지니어 등이 상당수에 달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의 삶의 질이나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OECD 국가들보다 뒤진다고 불만이 많아 주로 미국과 캐나다, 유럽 국가들로 이주한다.

 


◇ ‘창의력 교육’과 토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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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공교육보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사교육이 창의력의 발판이라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이스라엘 사람을 ‘ASRAELI’라고 표기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Informal), 직선적이며(Straightforward), 위험을 감수하고(Risk-taking), 야망에 가득차 있으며(Ambitious), 기업가 정신이 뛰어나고(Entrepreneurial), 목소리가 크며(Loud), 상황대처에 능하다(Improvisational)는 뜻이다. 여기에 창의력도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작 이스라엘 안에선 공교육 수준이나 방식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학생들의 객관적 학력 수준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정작 창의력을 기르는 이스라엘 교육의 핵심은 ‘가정교육’에 있다. 밥상머리 교육이 매 주말마다 가족이 함께 하는 샤밧(안식일) 저녁식사를 통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가정에서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자기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표현하도록 장려한다.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문제들의 해결 방법을 찾는데 교육의 큰 비중을 둔다. 친구나 동료를 뜻하는 유대인 교육방식 ‘히브루타’는 짝을 이뤄 주제를 정해 토론함으로써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깊어지게 하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다.

 


◇ 조약 없는 영혼의 동맹 미국

이스라엘 임시정부가 1948년 5월 14일 독립과 건국을 선포하자 11분 만에 전격 (임시)승인했을 정도로 미국은 대표적인 친 이스라엘 국가다. 지금도 매년 40억 달러 수준의 군사·경제적 지원을 한다. 서로를 ‘동맹’이라고 부르지만 동맹조약 체결 없이 ‘특별한 동맹’, ‘인지적 동맹’이라 부른다. 이스라엘은 미국 입장에서 지역안보와 국익 수호를 위해 중동에서 가장 전략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두 나라는 신앙으로 다져진 연대의식을 자랑 한다. 두 나라가 신앙적으로 ‘운명공동체’라고 믿는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기독교인 연합’은 반 유대주의에 맞서는 대표적인 친 이스라엘 기독교 조직이다. 하지만 미국 내 유대인들이 모두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그룹들도 적지 않다.

다수의 미국 유대인은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에 우호적이다. 2020년 대선에서도 75%가 민주당의 조 바이든을 지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이슬람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확대해 나간다면, 이슬람에 적대적인 미국 내 일부 강성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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