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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이름의 무게를 견딘 이순신, 그 상징에 대하여! 서울예술단 총체극 ‘순신’

입력 2023-09-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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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신 기자간담회0018
창작가무극 ‘순신’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창작진. 왼쪽부터 오필영 무대미술디렉터, 김선미 작가, 이가람 작·작창가, 이지나 작·연출, 이유리 서울예술단장, 김문정 작곡가, 정보경·심새인 안무가(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이순신은 그냥 어떤 사람의 이름이 아닌, 상징성을 가진 고유명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순신’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어떤 하나의 상징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지나 연출은 서울예술단의 총체극 ‘순신’(11월 7~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순신 형남희
창작가무극 ‘순신’의 형남희 무용수(사진제공=서울예술단)

세종대왕과 더불어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히는 이순신 장군을 재조명할 ‘순신’은 1592년부터 7년여간 쓰여진 ‘난중일기’ 중 40여편에 달하는 꿈의 기록들을 8개 테마로 엮어 역사적 사실과 교차 편집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 보다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어떤 상황에서도 이름의 무게를 견디며 충신으로 살고자 했던 인물에 주목해 서울예술단 고유의 방식으로 풀어낸 창작가무극이다.

‘순신’에는 이지나 연출을 비롯해 소리꾼 이자람이 대본과 작창 그리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무인’으로 참여한다.

 

더불어 김선미 작가를 비롯해 김문정 음악감독이 작곡가로, ‘웃는 남자’ ‘데스노트’ ‘더 데빌’ 등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무대미술디렉터로, 심새인과 정보경이 공동안무가로 함께 한다.

이유리 서울예술단장은 ‘순신’에 대해 “이순신은 이름만으로도 각자 강렬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며 “지금 이 시기에 정치적, 사회적인 상황에 전혀 흔들리거나 굴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던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고난을 스스로 떠안았던 인간 이순신을 소환하는 데 의미를 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서 우리 관객들에게 또 새로운 자극이나 지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에 저희는 ‘순신’이라는 존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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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순신’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 중인 이자람 작창가(왼쪽)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

 

‘바람의 나라’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이어 ‘순신’으로 서울예술단과 세 번째로 함께 하는 이지나 연출이자 작가는 “8년 전 이자람 작창가와 이순신에 관한 뮤지컬, 결국 무산이 된 공연제작을 제안 받은 적이 있다”며 “그렇게 둘이 통영의 유적지들을 찾아 다니면서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은 판소리로 있는데 이순신 판소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는 판소리와 뮤지컬의 만남이었다면 ‘순신’은 판소리와 신체극, 무용이 만난 작품이에요. 이야기 진행과 여러 가지 작전들, 이순신에 대한 건 판소리가, 그 내면은 히랍극에서 차용한 코러스들이, 극한의 고통은 서울예술단 무용수 형남희가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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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순신’의 심새인(왼쪽), 정보경 공동안무가(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이어 이지나 연출은 내후년이면 뮤지컬도 올라갈 테고 곧 영화 3부(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노량: 죽음의 바다’)도 개봉한다”며 뮤지컬은 대단한 가왕들을 이미 캐스팅했으니 얼마나 멋진 노래로 무대를 채울지 예상이 되고 영화는 서사와 편집, CG 등으로 보여준다면 우리 ‘순신’의 힘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무대예술로서 장르적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순신의 일생을 나열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요. 그 사람이 초인적으로 이겨낸 고통에 포커스를 두고 있죠. 그 고통이 어찌 이 사람을 버티게 했고 그 고통 속에서 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구해낼 수 있었는지, 극한의 고통이 얼마나 인간을 강하게 하는지 등을 신체와 판소리가 가진 애절함 등으로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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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순신’ 무인 역의 이자람(사진제공=서울예술단)

 

작창과 대본 그리고 무인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자람은 “한산이나 명량의 경우는 ‘적벽대전’이 레퍼런스가 맞다”며 “적벽대전에 비견할만한 대전들이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서울예술단의 총체극이다 보니 ‘적벽가’ 같은 판소리를 그대로 무대에 올리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관객들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판소리를 덜어내고 예술단원들과 함께 하는 형식으로 작업 중이에요. 제가 합창과 주고받거나 합창 위에 판소리를 얹거나 흐르는 리듬에 맞춰 함께 액팅을 하는 식이죠. 그렇게 판소리와 액팅, 합창 등이 퍼즐처럼 구조를 이루고 각 대전들이 나열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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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순신’ 오필영 무대미술디렉터(왼쪽)와 김문정 작곡가(사진제공=서울예술단)

 

상황을 설명하고 극을 진행시키는 판소리와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음악은 김문정 작곡가의 몫이다. 김문정 작곡가는 “이자람 작창가와 굵은 멜로디, 장단을 만들고 피아노와 사물이 라이브로 함께 할 수 있게 꾸리며 퍼즐을 맞춰가는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

 

오필영 무대미술디렉터는 “고통의 동굴이라는 개념을 갖는, 정서적인 공간을 하나 창조했다”며 “20미터 깊이의 공간 안에 ‘고통의 동굴’이라는 구조물을 구성했고 그 구조물이 계속 변하며 정서를 표현한다”고 털어놓았다.

“아마 국내에서는 해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9대의 프로젝터로 맵핑해 정서적인 표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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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서울예술단장(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이같은 실험은 ‘순신’ 뿐 아니라 ‘잃어버린 얼굴 1895’ ‘신과함께’ 시리즈, ‘나빌레라’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 대표 레퍼토리와 하반기 라인업된 ‘꾿빠이, 이상’(12월 9~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관통하는 서울예술단의 고유성이자 예술적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유리 서울예술단장은 “단일 장르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전문 아티스트가 모여 있는 단체로서 총체극 양식의 공연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장르의 실험을 하는 것이 서울예술단의 예술적 정체성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바람이 있다면 이런 서울예술단의 실험적인 작업들이 대중과 만나 호응을 얻어서 민간 공연시장에도 가능성과 새로운 공연 형식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 창작뮤지컬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창작 뮤지컬만의 양식이나 문법이 굉장히 중요해졌고 이는 서울예술단 뿐 아니라 민간 뮤지컬 시장에서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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