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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4세대 아이돌, 5세대 아이돌

입력 2023-11-30 14:47 | 신문게재 2023-12-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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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나이가 벼슬인지 어느 순간 한국에서는 어리다 늙다 논쟁으로 시끄럽다. 60세 갓 넘은 어느 정당 전 대표는 50세 장관에게 “어린 놈”이라 욕하고 나이 드립에 동조하는 어느 국회의원은 “어이없는 놈”이라고 막말이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지저분한 막말 때문에 국민들 마음은 막막하다.

아이돌, 걸그룹에게도 세대 논쟁은 항상 시끄러웠다. 지금이 몇 세대 아이돌인지 한참 말이 많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에게는 1, 2세대조차 한참 활동 중일 것 같지만 이제는 ‘5세대 아이돌’까지 미디어에 오르내린다. 2023년 데뷔한 아이돌은 이제 더 이상 ‘4세대’임을 거부한다. 이른바 4세대 아이돌이 등장한 지 1년도 안되는 시점에 5세대 아이돌까지 운운하는 상황에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제 막 데뷔한 제로베이스원은 스스로를 “5세대 아이돌”이라고 표방하며 1, 2년 전 먼저 데뷔한 아이돌을 공격했다. 루네이트를 비롯해 키스 오브 라이프 등 몇 달 사이에 등장한 아이돌의 정체성도 ‘5세대’로 통칭되고 있다. 이들은 불과 작년, 재작년 데뷔한 그룹에 올드한 이미지를 씌우고 있는 셈이다.

소위 말하는 1세대 아이돌인 H.O.T., 젝스키스, 신화 그리고 SES, 핑클, 베이비복스에 열광하던 90년대 팬들에게는 세대 논쟁이 익숙하지 않다. 돌이켜 보면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아이돌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00년대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이 7년으로 정해지기 전까지 아이돌은 연습생 시절까지 포함해 5~8년의 전성기를 보장받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표준 전속계약의 7년이라는 기간을 기준으로 아이돌이 버틸수 있는 기간은 4, 5년을 넘기 힘들어졌다. 2세대 아이돌로 분류되는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를 거쳐 우리나라 아이돌의 생명주기는 3~5년으로 고착화되는 패턴이었다. 그 와중에 세계를 석권한 BTS의 등장은 아이돌의 시한부를 늘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에 불과했다. 쉴새없는 트렌드와 속도가 지배하는 K팝세계에서 세대교체는 피할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뉴진스 등의 4세대 팀이 등장한 지 얼마 안돼 1년 남짓 지난 시점에 5세대 아이돌의 등장을 운운하는 상황은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K팝의 세대 교체는 왜 이리 빨라진 것인가? 이 바닥이 워낙 도깨비처럼 흘러가다 보니 우리나라 아이돌의 세대 구분은 쉽지 않다. 세대 교체를 누군가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대가 급격하게 바뀌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3세대 아이돌로 분류되는 엑소·트와이스·블랙핑크 등은 K팝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는데도 막상 4~5년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리 어리지 않은 후배들이 나이, 세대를 이슈화했기 때문이다. 뉴진스·에스파·아이브 등의 4세대가 이렇게 빨리 몇살 후배들에게 어린 놈, 버르장머리 드립을 시연해야 한다는 것은 K팝 내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세대를 나눠 특정짓기도 어려운 또래들끼리 세대 논쟁으로 상대방을 퇴출로 몰고가는 것은 자승자박, 자중지란이다. 단순히 나이, 데뷔 시기를 뛰어넘어 시대정신을 공유하면서 그리 길지 않는 시간 동안 천천히 공생하는 것이 윈윈 아닐까?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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