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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클래식의 다양성을 보고 싶다

입력 2023-12-20 14:00 | 신문게재 2023-1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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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2023년 클래식 공연건수는 7331건(12월 16일 기준)이다. 12월 잔여 공연과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공연까지 헤아리면 약 8000여건 정도 될 것이다.

지난 가을에는 베를린필,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빈필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내한하며 유례없는 클래식 성찬이 열렸다. 이 외에도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테너 이용훈 외에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안드라스 시프, 비킹구르 울라프손,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 힐러리 한 등 세계 무대를 휩쓰는 솔리스트들의 리사이틀이나 협연 무대도 줄을 이었다.

매머드급 해외 오케스트라가 5~6년 주기로 내한하는 일정과,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가 연기된 공연들까지 맞물리며 그야말로 2023년 클래식 음악계는 풍성한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도 아니고 클래식 호황기일 때도 우리가 쉽게 만나지 못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바로 흑인 아티스트들이다. 8000여건의 공연 중 올해 흑인 연주자의 공연은 겨우 세 건 이었다.

지난 6월 내한한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 11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한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 그리고 지난 일요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국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과 그의 누나 이사타 카네 메이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흑인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인터뷰에는 특정 인종으로서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정체성’과 클래식 연주자로 거듭나게된 ‘성장배경’에 대한 질문이 꼭 있다. 재일교포 한국인 어머니를 둔 랜들 구스비는 21년, 플로렌스 프라이스, 윌리엄 그랜트 스틸 등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아프리카계 작곡가들의 작품을 모아 데뷔 음반 ‘뿌리’(Roots)를 발매했다. 그는 “이 작곡가들은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로 차별을 겪었지만 음악으로 극복해 갔다. 그 과정이 내게 영감이 됐다”며 데뷔 음반 제작의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스티븐 뱅크스는 “학창 시절엔 늘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장르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여러 면에서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싶었고 그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차별적인 사회현상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세쿠 카네 메이슨이 2016년 흑인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BBC 젊은 음악가상을 받았을 때 어디선가 ‘왜 흑인 학생 한명만이 이 대회에 출전했는가’ 하는 자조적인 질문이 나왔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일화에 대해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 같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책임”이라고 피력했다.

한국 클래식은 콩쿠르 스타가 된 특정 연주자와 TV서바이벌 성악 프로그램 출신 연주자의 공연, 그리고 애니메이션 OST 공연 등에만 관객이 편중적으로 몰리는 것이 현주소다. 음악교육을 통한 잠재 관객 계발, 클래식 음악의 접근성을 높이는 디지털화 등 클래식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가운데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양성이다. 인종, 출신 등의 배경을 배제하고 예술적 역량을 갖춘 연주자를 꾸준히 발굴하여 소개하는 것도 공연장, 기획사, 음반사, 오케스트라 등 클래식 관계자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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