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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으로 무료마사지·샘플화장품 당첨? ‘호갱’ 될라

마사지 후 고가 화장품 강매 유도 … 샘플·정품 한 박스에 담아 정품 포장 뜯도록 방치한 뒤 요금 청구하기도

입력 2016-10-0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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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관리숍에서 제품을 ‘충동결제’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같은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피부숍이 가장 문제다.

국내 화장품기업의 영업방식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무료 마사지 체험 이벤트를 빙자해 고액의 화장품 구매를 유도하고, 환불 신청하면 ‘나몰라라’ 하는 탓에 피해 소비자 피해 신고가 속출하고 있는 점이다.


기자가 대학생 시절이던 5년 전 명동의 국내의 중견 C모 화장품회사가 운영하는 마사지숍으로 전화를 받았다. “축하합니다, 고객님. 1등 무료 피부케어 서비스에 당첨돼셨습니다. 저희 피부관리숍으로 내방하면 체험하도록 안내해드리겠습니다”란 멘트가 나왔다. 언제 응모했는지 기억에도 없는 ‘이벤트’에 덜컥 당첨돼 지친 심신을 공짜로 풀고 피부 타입까지 진단받을 수 있단 말에 ‘땡큐’를 외쳤다.


하지만 방문 직후 후회했다. 피부에 대한 온갖 걱정(을 빙자한 영업)을 듣고 2시간 동안 이어지는 마사지도 찜찜한 기분으로 받아야 했다. 처음 방문하자마자 겪고 있는 피부트러블을 차트에 모두 적으라고 했다. 피부 문제는 크게 겪어본 적이 없었고 주변에서도 피부만은 인정했던 터라 단순히 ‘심신 피로 개선’이라고 적었다.


마사지는 평범했다. 스크러버기기를 활용해 간단히 각질을 제거하고, 적당히 데콜테를 마사지하는 등 아주 드라마틱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마사지였다. 그 중 40분 정도는 추운 마사지실에서 콧물 흘리며 고무팩을 붙이고 있어야 했다.


마사지를 끝내고 난 뒤 상담사는 기자에게 문제가 없는 피부가 절대 아니라며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T존은 건조하고, 피부가 좋아보여도 속은 말라 비틀어졌을 확률이 높으며, 미리 관리하지 않으면 3~4년만 지나도 잔주름이 자글자글 늘어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마사지를 받는 내내 관리사에게 들었던 말들이다. 이들 직원은 기본적으로 좋은 말은 하나도 해주질 않는다. 피로를 풀러 간 ‘이벤트’ 마사지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였다. “다시는 공짜로 뭐 받나 봐라”하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결론적으로 그들이 내게 원하는 것은 120만원 어치의 상품 구매였다. 이럴 경우 한달에 한번 똑같은 수준의 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이익이냐고 꼬드겼다. 이 때에도 자신이 구입한 앰플을 가져와야지만 관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자가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도 이 정도 가격은 비싸다 … 저 쓰는 제품 따로 있어요”라고 말하자 상담사는 명품과 성분 자체가 다르고 자사의 제품이 훨씬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는 상담사의 말에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당시에도 피부는 어차피 유전이고, 마사지는 피로회복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일 뿐이며, 고가의 화장품보다 한번의 피부과 시술이 더 ‘싸게 먹힌다’는 철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들 취향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며, 더욱이 해당 브랜드는 20대에겐 너무 올드한 것이었다.


자꾸 내 피부를 ‘후려치기’하는 데다가 제품 강매에 나서니 완강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간 저 상담사와의 피곤한 대화가 끝이 안 날 것 같았다.


“이벤트 마사지라고 해서 왔는데 이런 말씀은 부담스러운데요. 무료라면서요. 120만원이 자꾸 싸다고 하는데 별로 싼 거 아닌거 더 잘 아시잖아요.”라는 기자의 짜증 섞인 말에 상담사도 결국 “그럼 비비크림 하나라도 사가라”고 애걸했다. 심지어 본인과 내가 나온 학과가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점점 친절한 말투는 사라지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벤트라고 해서 왔는데 자꾸 부담스럽게 하시면 곤란합니다.”라고 말했더니 ‘뭐 이런 게 다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결국 안녕히 가시라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렸다.


이게 5년 전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수법으로 ‘장사’한다는 제보가 적잖이 들어온다. 기자가 당한 것과 똑같은 레퍼토리다. 단지 예전과 달라진 것은 이런 상술의 중심지가 명동 지역에서 강남으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피부상담사로 행세하며 고가 화장품으로 소비자 주머니를 노리는 판매인들은 “피부 이렇게 될 동안 뭐하셨어요?” “이제라도 관리하면 늦지 않았어요”라는 부정적인 말들로 고객들을 현혹한다. 비용도 5년 전과 똑같이 ‘120만원’으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일부에서 최근 그 갑절인 240만원까지 올려받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지금도 마사지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전화를 종종 받는다. “그거 화장품 사야 되죠?”라고 물어보면 뚝 끊어버리는 상담사도 적잖다. 간혹 번화가를 걷다 보면 룰렛을 돌려 무료 마사지 상품을 받도록 유도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브랜드에서 하는 행사다. 3등이라도 화장품 샘플키트를 준다고 유혹하고 고객정보를 입수해 이를 토대로 영업전화를 돌린다.


일단 무작정 단점을 지적받으면 기분 나빠서라도 나갈 것 같은데 이상하게 고객들은 이같은 지적을 ‘경고’로 받아들이고 겁을 먹으며 고가의 화장품을 구입한다. 말도 안되게 비싼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카드를 긁는다. 1년에 240만원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20만원을 투자하는 셈인데, 이 돈이면 피부과에서 분기별로 보톡스나 필러 등 가벼운 안티에이징 시술을 받고도 남는 정도다. 게다가 기초화장품은 하나 사면 3개월은 사용하는 게 기본이다.


C회사에 근무했던 A모 씨(30)는 경품행사 시 기입한 고객카드를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거주지, 직업, 나이대 등을 파악해 ‘돈을 쓸 것 같은’ 사람들을 분류한다. 대개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구매 여력이 있는 여성이 타깃이다. 과시욕을 보이는 여성일수록 이들에겐 ‘봉’이다. 그리곤 “축하합니다, 마사지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따위의 영업 전화를 돌린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팀 관계자는 “피부관리숍에서 제품을 ‘충동결제’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며 “이같은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피부숍이 우선 문제이지만 소비자 스스로 해당 제품과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것인지 인식하는 지혜를 기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뜻밖의 거액 결제 후에 후회하는 환불을 원하고 고객이 많지만 환불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해당 기업은 ‘고질병’이라는 말이 들려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구입한 제품의 포장을 개봉하면 환불받기 까다롭다는 약점을 노려 계약하자마자 ‘제품을 집에 들고 가기 편하게 해주겠다’면서 판매직원이 포장을 뜯어버리는 경우도 적잖다.


전화 권유나 영업장 이외의 장소(마사지숍이나 택배)에서의 권유로 물건을 구입한 경우에는 방문판매에 관한 법률 제8조 규정에 따라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따라서 포장을 뜯었더라도 환불을 원한다면 소비자는 서둘러 우체국에서 14일 내에 내용증명을 보내면 면책받는 데 유리하다. 물론 전화, 구두, 서면 등으로 철회 의사를 밝힐 수 있지만 정확한 증거를 남기는 데에는 ‘내용증명’이 가장 확실하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날 효력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내용증명을 발송한 날로 소급 적용되므로 기간 안에 보내기만 하면 내용증명이 언제 업체에 도달하든 관계 없다. 또 제품 포장을 뜯었더라도 구매 청약 철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제품의 일부를 사용했다면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비용이 차감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소비자의 불만사항에 대해 C화장품 측은 ‘일부 담당자의 영업수칙 숙지 미달’에 따른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는 1994년부터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해당 업체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관련 불만 글이 쏟아져 내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는 영업 방침을 바꿀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N사 등은 무료 체험행사를 벌이면서 샘플과 정품을 같은 박스에 넣고 소비자가 실수로 정품을 뜯도록 방임했다가 정품을 뜯으면 대금을 청구하는 곳도 비일비재하다. 또 정해진 기한(14일) 안에 소비자가 정품을 해당 업체에 반송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간주해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주로 과거에 유명했다가 한물 간 국산 브랜드가 이같은 부당한 일을 주도하고 있어 인터넷판매에 어둡고 방문판매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중년 이후 세대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정희원 기자 yolo031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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