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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결여 그리고 꿈꾸는 환상,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입력 2022-10-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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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차이코프스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

 

“누구에게나 차이콥스키 같은 결여가 있는 같아요. 어머니에게 사랑을 부정당한 후 내성적으로 자신을 가두고 환상 속으로 도망치고…그 창구가 음악이 됐죠.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10월 30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에 대해 황두수 각본·연출은 이렇게 전했다. 9월 27일 유니플렉스 1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황두수 연출은 “저 역시 무언가의 결여를 채우기 위해 예술을 하면서 살고 있다”며 “예술가 뿐 아니라 누구나 결여와 그리고 싶은 환상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삶과 그의 환상이 담긴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오페라 ‘오네긴’ 등이 9인조 오케스트라 선율에 어우러지는 이야기다.

 

안나 차이코프스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차이콥스키(박규원·에녹·김경수, 이하 프레스콜 참석·가나다 순)와 그의 음악적 동료이자 제자, 비서이며 뮤즈이기도 한 알료사(정재환·김리현·김지온), 그와의 이별로 떠나온 수도원에서 만난 문학잡지 편집장 안나(김소향·최서연·최수진), 민족음악가의 대변자로 차이콥스키와는 다른 길을 가는 세자르(안재영·테이·임병근) 등이 풀어가는 이야기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이진욱 음악감독이 음악을 책임진다.

이진욱 음악감독은 “차이콥스키는 시문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쓰는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동심에 빠져있기도 했는데 그래서 ‘호두까기 인형’ ‘오네긴’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은 작품들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가 음악을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음악적인 데 국한된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내용들을 가져오면서 자신의 판타지적인 세계를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발레음악에서 차용하기도 하는 등 실험을 해보기도 했죠.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숨겨진 작품을 통해 차이콥스키가 갖고 있는 음악적인 판타지, 철학 등을 관객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정두수 연출은 ‘안나, 차이코프스키’ 속 인물들의 감정들을 반영하고 있는 ‘오네긴’에 대해 “사실 차이콥스키 자신과 닿아 있는 마지막 고백 장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

“가을 같은 작품입니다. 작품 안의 실제 계절과는 상관없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바람이 올 때의 느낌이 이 작품 안에 있는 것 같아요. 빠른 전개나 사건들은 없지만 차가운 시대를 살면서 저마다의 절망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 위안하면서 한 시대를 겪어가는 힐링극으로 이 가을에 위안이 되는 작품이죠.”


◇우리 마음 속 희망이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안나 차이코프스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사진=허미선 기자)

 

“극 중 ‘작은 꽃’이라는 넘버의 ‘내 노래가 내 향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내 마음의 그 희망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이라는 가사에 너무 감동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안나 역의 김소향은 “포기하고 싶고, 너무너무 힘든 순간도 있지만 안나를 연기하는 배우 김소향으로서 관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차이콥스키 역의 에녹은 “극 구성상 차이콥스키 중심으로 가지만 주변 인물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극들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다른 인물들을 받쳐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계 설정을 잘 하는 것이 완성도가 짙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을 놓지치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공연 중입니다.” 

 

안나 차이코프스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사진=허미선 기자)

박규원은 자신이 연기하는 차이콥스키에 대해 “현실을 직면하지 않고 아름다운 판타지 세상 속에 숨어 사는 유약한 인물”이라며 “알료사가 떠난 게 슬퍼서, 그 현실을 견딜 수 없어서 수도원으로 깊이 숨는 안쓰럽고 유약한 인물이다. 그런 차이콥스키가 안나를 만나 치유받고 차분차분 가는 길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최서연은 안나에 대해 “민중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인으로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운동가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지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멋진 여성이지만 전쟁 등 시대적 요소로 인해 핍박받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쫓기다시피 간 수도원에서 차이콥스키를 만나 스스로도 이겨내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차이콥스키에게 음악을 쓰라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인물이죠. 어떤 시대적 어려움, 어떤 핍박 속에서도 나만의 시를 쓰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길을 굳건히 가겠다고 다짐하는 굉장히 멋진 여성이죠.”

차이콥스키와 안나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아서고 핍박하는 인물인 세자르에 대해 안재영은 “세자르라는 역할이 안나와 차이콥스키가 가는 길을 막는 악역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 역시 원치 않는 현실 때문에 이런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저희 넘버 ‘어린 독수리’ ‘상처입은 독수리’가 얘기하는 것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만 외치느라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달려갔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전쟁, 본인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뉘우치고 무언가를 깨닫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을 보여드리기 위해 좀더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안나 차이코프스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사진=허미선 기자)

 

또 다른 세자르 역의 테이는 “세자르를 한번도 악역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차이콥스키는 비겁하고 안나는 너무 어리다면 세자르는 어른”이라고 표현했다.

“예술가는 내면의 자신과 이야기를 하는 직업으로 순수한 면이 있기 마련이에요. 사회적인 관계나 내가 지금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어른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늘 자기 자신 안으로 들어가곤 하죠. 세자르는 시대를 이해하고 자신의 쓰임에 대해 고민하는 어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차이콥스키를 바라볼 때는 조금 답답해하고 안나는 주장이 너무 강하다고 느끼죠.”

이어 테이는 “빌런을 만들기 보다는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며 정두수 연출의 말을 빌어 ‘안나, 차이코프스키’는 “평양냉면 같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밋밋하고 입에 안맞을 수는 있지만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을 들여 (육수를) 끓여내야 하죠. 밋밋함을 만들어내기란 어렵거든요. 저희도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도 마음 속에 남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보낸 시간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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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사진=허미선 기자)

‘안나, 차이코프스키’ 쇼케이스부터 함께한 알료샤 역의 정재환은 “처음 대본과 대사를 받았을 때부터 알료사의 확고한 캐릭터성이 있었다”며 “차이콥스키의 뮤즈로 시작했지만 마냥 뮤즈로 남기 보다는 차이콥스키와 이루지 못한 마음을 극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순애보적이고 차이콥스키와 감정적 교류가 있었다는 걸 전달하기 위해 좀더 행복하고 즐겁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죠. 차이콥스키의 영혼의 단짝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그래야 차이콥스키가 알료사를 잃었을 때 오는 상실감 때문에 그렇게 사랑했던 음악을 포기할 정도가 되지 않았나 싶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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