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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 아니라 평생현역"

[브릿지 초대석]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입력 2023-08-01 07:00 | 신문게재 2023-08-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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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세 번의 정년을 맞이한다. 고용 정년과 일의 정년, 인생의 정년이다. 이 세 번의 정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사는 것이 재테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재테크가 아니라 ‘평생현역’이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강창희(76)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강 대표는 국내 1세대 은퇴준비 전략가로 자본시장에서 50년 현역으로 활동한 산 증인이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일본 도시샤대학 상학과를 졸업했으며, 대우증권 동경사무소장, 현대투신운용 사장, 굿모닝투신운용 사장, 미래에셋 부회장 겸 은퇴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 2014년 9월부터 현재까지 연금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연금포럼은 100세시대의 노후준비와 연금문제에 대한 연구 및 교육활동을 위한 사회공헌조직으로 지난 2014년 9월 설립됐다. 노후준비와 연금관련 연구, 연금자산운용에 필요한 투자지식을 개발하고 다양한 교육활동과 세미나를 통해 이를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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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트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가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 “50대초 퇴직, 소득없이 30~40년 살아갈 수 있나”

강 대표에게 ‘한국인들의 은퇴준비를 어떻게 진단하는지’를 묻자, “우리나라 평균 가정은 대부분 노후생활비가 모자랄 것”이라는 평가가 바로 나았다. ‘100세시대’에 수명은 늘어난데 비해 직장인의 퇴직연령은 50대 초반으로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볼 때 재산이 가장 많은 시기는 50대 퇴직전후인데, 문제는 50대 가구당 순자산 5억3400만원 중 4억9500만원이 부동산 가액이라는 사실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 부동산도 대부분이 살고 있는 집이고, 가용순금융자산이 3900만원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30~40년을 살아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보유자산 규모로 보나 공적·사적연금 준비 정도를 봐도 퇴직 후 30~40년의 생활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국가나 자녀·친척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퇴직 후에도 무슨 일이든 일을 해서 근로소득으로 모자라는 생활비를 보탤 수밖에 없다.”

강 대표는 노후의 3대불안으로 돈, 건강, 외로움을 꼽았다. 이 3대불안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퇴직 후에도 수입을 얻는 일이든, 사회공헌활동이든, 취미활동이든, 이 3가지를 겸한 활동이든 일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현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물론 ‘일은 하고 싶은데 할 일이 없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시대, 있던 직업도 사라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생현역’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현역시절에 자신이 하는 일과 미래의 직업과 관련시켜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 대표는 강조한다. 본인은 투자교육, 노후설계교육을 창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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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트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가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 “파이어족(조기 은퇴족) 꿈꾸는 MZ세대, 일의 의미를 찾아야”

강 대표는 조기 은퇴를 꿈꾸는 MZ(2030) 세대를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지금 당장 불안하고 짜증이 나니 돈을 열심히 모아서 경제적 자유를 얻은 다음 자유롭게 놀자는 식이면 나중에 후회할 확률이 높다. 일의 의미는 돈에만 있지 않다. 외로움, 건강, 정신적으로 충만한 삶이 모두 일과 관련되어 있다.”

강 대표의 주변에도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서 일찍 퇴직한 이들이 있단다. 강 대표가 그들을 보며 느낀 점은 첫째, 그 때 벌어두었던 돈이 10년, 20년 후에도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돈은 있는데 소일거리가 없으면 중년쯤 되어서 마음의 공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한다. “빨리 돈을 벌어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면 인생 후반부에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에 대해서만은 확실하게 정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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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트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가 최근 여의도 연금포럼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 “40대 가장, 자녀에게 사교육보다 자립교육 시켜라”

강 대표는 은퇴준비 필요성을 느끼지만 가족부양, 자녀교육 등으로 실제 본인의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40대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했다. “주요국의 GDP대비 0세~18세까지의 자녀양육비 비율은 한국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소득대비 자녀양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나라다. 따라서 40대는 부부가 공통된 인식과 소신을 갖고 자녀교육비, 결혼비용과 같은 자녀관련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자녀도 망치지 않고 자신들의 노후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 자녀들에게도 사교육보다는 제대로 된 자립교육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 자립에는 행위의 자립, 의식의 자립, 경제적 자립이 있다.”

강 대표가 말하는 ‘행위의 자립’이란 자신이 머물렀던 자리를 다른 사람이 와서 치우도록 하지 않는 자립이다. 자신이 한 일을 다른 사람이 와서 손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식의 자립은 남의 눈에 종속되지 않고 자기의 소신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을 말한다. 우리나라처럼 남의 눈에 전전긍긍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은 돈을 버는 능력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진정한 경제적 자립은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 자신을 맞춰 넣는 능력, 즉 절약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 “50~60대, 가계자산 구조조정하고 은퇴 후 할 일 준비해야”


퇴직시점이 가까워졌거나 이미 퇴직했을 50~60대는 노후(여생)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강 대표는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50~6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교해 자산도 많지만 부채도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부채가 많은 경우에는 부채상환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 부채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생활수준을 낮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활수준을 관리하지 않고서는 퇴직 후에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 가계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이다. 과다한 부채를 안고 있는 가정의 경우에는 하우스푸어(주택빈곤)의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과감하게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50:50 정도로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은퇴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현역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 “70대 이후는 혼자 사는 노후준비가 중요”

70대 이후에는 혼자 사는 노후에 대한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혼자 살게 되는 이유는 사별, 생애미혼, 황혼이혼에 의한 것이다. 혼자 사는 노후대비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과 보험 준비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생활비 정도는 3층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현역시절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3층연금으로 모자랄 경우에는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의료비 마련을 위한 의료실비보험 또한 필요하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걸렸을 때 병원비 마련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 새로운 유연사회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준비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립을 피하는데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주거형태다. 자녀들 모두 분가한 후 부부 단 둘이만 사는 시기, 부부중 한 사람이 병을 얻어 간병하며 살아야 하는 시기, 부부중 한 사람만 남는 시기, 남은 한 사람도 병을 얻어 간병이 필요한 시기 등 각각의 시기에 맞는 주거형태를 미리부터 생각해두고 필요할 경우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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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트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가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 “체력이 허락하는 한 노후설계 교육에 힘 쏟을 것”


강 대표는 국내 1세대 은퇴준비 전략가로 50여 년간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금융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와 의미가 궁금했다. 강 대표는 “1973년 가을 한국거래소 입사이래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교육연구소, 은퇴연구소, 연금포럼 등을 거치며 만 50년을 현역으로 일해 온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이 원칙을 지켜 생애설계와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건전한 투자문화를 조성하는 일이었지만, 지난 3년 주가상승과 급락과정에서 개인들의 투자행태를 지켜보며 과연 그런 노력이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만, 최근 생애설계와 자산관리 관련해 강의한 내용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조회 수 100만을 넘고 있고, 좀 더 일찍 이런 강의를 듣지 못한 게 아쉽다는 내용의 댓글을 보면서 조금씩이나마 희망을 느끼고 있다”며, “용기를 갖고 앞으로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이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앞으로 젊은 세대가 간접경험을 통해 일찍 깨닫고 준비할 수 있도록 노후설계 교육활동에 더욱 힘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

대담=명재곤 금융증권부 국장대우
정리=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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