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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치유산업은 지방의 미래… 기본법 만들어 육성해야"

[브릿지 초대석] 김재수 스마트치유산업포럼 이사장

입력 2023-10-31 07:00 | 신문게재 2023-10-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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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스마트치유산업포럼 이사장이 국내 치유산업 현황을 설명하며 치유산업기본법 제정 등 정부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최근 바쁜 일상과 삶에 지친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대상과 공간을 많이 찾으면서 치유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 40%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진 소위 ‘코로나 블루’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며, 성인 우울증 환자도 두 배나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스마트치유산업포럼’은 다양한 치유산업이 향후 국가적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하고, 여러 치유산업 종사자들이 참여해 치유산업의 체계화와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치유산업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재수(66) 전 농림부 장관을 만나 치유산업이란 무엇인지, 치유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치유산업(Healing Industry)’ 이란 말은 익숙한데, 정확한 정의와 구체적인 영역은 잘 모르겠다. 치유산업은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치유산업인가.

“최근 ‘치유’나 ‘치유산업’이라는 용어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치유산업’에 대한 정의가 법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명확히 내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치유산업은 ‘치유’라는 의학적 용어와 ‘산업’이라는 정책적 분야가 합쳐져 있는 합성어다. 치유는 ‘치료’라는 의학적이고 신체적, 건강적 측면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치유산업’은 크게 ‘치유를 다루는 산업’으로 정의하면 될 듯하다. 학계나 업계, 정부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나름대로 개념 정립을 하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다.

또 치유산업 영역은 다양하나 현재 활성화되는 영역은 치유농업, 산림치유, 해양치유, 관광치유, 음식치유, 매체치유 등이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것도 있고 민간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있다. 분야별로 근거법령이나 관심사항이 달라 구체적인 영역을 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치유산업’이 빠르게 발전 되는 과정에 있어 올바른 개념 정립이 필요하고 법령상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 현재 국내의 치유산업 현황은 어떤가.

“먼저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치유산업 분야는 치유농업, 산림치유, 해양치유, 치유관광 등이 있다. 이 분야는 모두 소관 법령에 의해 해당 부처가 추진하고 있다. 우선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이 주도해 추진하고 있다. 치유농업은 ‘다양한 농작물 재배나 동물 사육 등 농업 활동을 통하여 정신적, 육체적 치유’를 얻는 농업을 말한다. 법(치유산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규정한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의 활용과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산림치유란 향기, 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다. 자연의 다양한 요소란 산림치유에 영향을 끼치는 인자들을 뜻한다. 산림청이 주도해 추진 중이며 약 10여 년 전부터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등 여러 가지 법령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해양치유는 태양광, 기후, 바다, 갯벌, 해조류 등 여러 해양자원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다. 해양수산부가 주도해 추진하고 있다. 관광 치유는 웰니스 관광(wellness tourism)이라고도 하며 거주지를 떠나 관광 자원에 기반한 웰니스 프로그램 경험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증진과 회복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해 현재 관련 법령을 제정 중에 있다.

민간차원에서는 ‘치유음식’ 내지 ‘음식치유’가 많이 추진되고 있다. 음식치유는 영양학적 측면, 신체 건강적 측면, 개인의 체질적 측면이 다 존재한다. 현재는 주로 한방을 중심으로 약선 음식이나 한방 음식 등을 중심으로 치유를 다룬다. 치유음식이나 음식치유는 국가가 인증하거나 주도하는 분야가 아니다. 의학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개인의 체질에 따라 효과가 다르므로 무분별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 외에 명상치유, 음악치유, 미술치유 등 매체를 활용하는 분야를 비롯해 치유의 이름을 가진 다양한 사업 분야가 있다.”
 

[브릿지초대석]김재수전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난 16일 치유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치유산업이 왜 중요한가. 또 앞으로 치유산업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소득수준이 높아지며 건강과 휴식에 대한 국민들의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유산업의 대두는 시대적 필연이다. 세계적으로도 건강과 안전이 인류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며, ‘치유’(healing)가 세계적 아젠다가 되고 있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많은 국민들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치유산업은 미래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 치유산업은 농수산업, 의료, 건강, 관광, 복지 등 여러 분야와 연계되는 융복합 산업으로, 연구개발 결과를 토대로 산업화를 추진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우선 농업, 산림, 해양, 음식 등 각각의 분야별로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연구개발이 기초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이론을 발전시키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치유 산업 전반을 다루는 가칭 ‘치유산업기본법’과 같은 치유관련 기본 법령을 제정하여 ’치유산업‘의 개념, 목적과 지향점, 영역과 주관 부서, 연구개발, 지원,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치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분야 간 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 부처간 협업은 물론이고 중앙과 지방 자치단체, 정부와 민간과의 협업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 산업계, 교육기관, 민간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산업계는 치유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며, 학계는 치유산업 교육, 치유산업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국회는 입법화에 힘써야 한다. 농촌진흥청과 농식품부는 치유농업 정책 개발과 조직 확충, 교육부서는 청소년 교육, 지방 대학 살리기, 지방 인재 육성등과 연계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치유관광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행정자치부는 지방 소멸 방지와 연계해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는 건강 보험 등 보험이나 의료와 연계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치유농업을 복지제도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도 연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치유산업이 건강보험 등 보건·복지정책과 연계하여 서비스 대상자와 제공기회를 넓히고, 보험, 복지, 요양병원, 요양원 등의 복지 시설과 연계해야 한다.”


- 최근 지방 소멸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유산업이 이 같은 문제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치유산업은 지방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다. 지방의 산과 강과 들, 바다 등 자연환경이나 관광지등은 수도권으로 이전할 수 없다. 그 자리에 있어야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아름다운 자원이다. 치유산업은 지방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산업이므로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방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치유산업을 발전시키면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며 지방 소멸을 방지하여 국토의 균형 발전을 기할 수 있다. 나아가 자연과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가할 것이다. 치유산업을 통해 지역뿐만 아니라 복지, 의료, 요양, 병원등과 치유 산업을 안락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브릿지초대석]김재수전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난 16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최근 기업 등 경제계의 가장 큰 화두는 ‘친환경’이다. 환경문제와 치유산업의 연결고리가 있을까.

“환경문제와 치유산업은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 환경은 인간의 건강만이 아닌 자연의 건강, 지구의 건강 회복을 포함한다. 지나친 산업화가 가져온 자원고갈과 환경 파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자연과 환경을 중시하는 치유산업을 발전 시켜야 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치유산업이 서로 같이 가야 한다. 치유는 농작물의 재배나 동물의 사육, 건강한 먹거리 섭취를 통한 인간의 건강증진이 목적이며, 이는 먹고 마시며 생활을 통한 친환경, 유기, 생명 존중 정신이 포함돼있다. 최근 대두되는 기업의 비재무적 평가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른바 ESG도 치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치유산업은 기업의 가치를 넘어 친환경, 자연 중시, 지구와 환경 중시의 성격을 가진다. 두 분야가 잘 협력하여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


-30년 넘게 농업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한 농정전문가가 치유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공직에서 40년 가까이 보냈는데 주로 농업정책을 다루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연구개발을 주로 하는 농촌진흥청, 농식품 유통 공기업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을 다녔다. 퇴임 후 대학에 몸담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장의 기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누는 과정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 가야야 할 방향이 치유산업임을 깨달았다.

농업도 이제는 농산물 생산, 소비, 유통, 가공 을 넘어 다양한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치유산업은 농림수산식품 분야가 일차적으로 역할을 하고, 거기에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이뤄지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제 농림수산식품 정책도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입체적으로 사물과 상황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농업, 산림, 해양, 식품 등 농어촌과 먹거리가 중심이 되고 거기에 의약, 바이오, 관광,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가 융·복합해 치유산업으로 발전시키면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치유산업은 미래 산업이자 글로벌 산업이다. 농림수산식품에서 보건, 노인, 복지, 환경, 문화 등을 아우르는 국가적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김 이사장은… 농정 전문가로 농수산물 수출확대 앞장

 

[브릿지초대석]김재수전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난 16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김재수 이사장은 30년 넘게 농업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한 농업정책 전문가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발을 디딘 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농업정책과장, 농산물유통국장, 주미 대사관 농무관,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친 후 농촌진흥청장과 농식품부 제1차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공직 시절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도 도입에 솔선수범하는 등 전문성과 창의성, 실행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촌진흥청장 부임 후엔 존폐 위기에 놓여 있던 조직을 1년 만에 정부평가 1위 기관으로 만든 바 있으며, 정자는 aT 사장으로 근무할 때는 농수산물 수출 확대와 유통구조 개선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2번에나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퇴임 후 경북대와 동국대에서 초빙교수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치유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치유산업 연구의 확산과 정책개발을 목적으로 ‘스마트치유산업포럼’의 창설을 주도해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스마트치유산업포럼을 통해 분야별 연구개발을 강화해 정책 개발과 컨설팅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통합적인 과제 접근과 분야별 융·복합에 중점을 두고 연구와 정책 개발을 해나갈 계획이다.


대담=이형구 생활경제부 부장
정리=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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