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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신작 '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감독 "다크한 이와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人더컬처] 신작 '키리에의 노래' 한국버전으로 직접 2시간 분량으로 편집
"내 인생의 원동력이 되준 팬들의 응원 늘 감사해...직접 쓴 소설도 출간되길"

입력 2023-11-06 18:30 | 신문게재 2023-11-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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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리에의 노래’를 연출한 이와이 슌지. 초창기 대표작 ‘러브레터’는 1999년 한국에서 개봉해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지진과 쓰나미로 갑작스럽게 ‘말’을 잃은 소녀가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노래’다. 언어를 잃은 건 자연재해로 소중한 사람을 잃었기 때문이다.

영화 ‘러브 레터’로 연인을 잃은 허망함과 삶에 대한 희망을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으로 선보였던 이와이 슌지 감독은 그렇게 신작 ‘키리에의 노래’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실제 자신의 고향인 센다이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폐허를 겪었기에 가능한 출발이었다. 자신의 유년시절이 가득 담긴 그 곳에서 12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영화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키리에의 노래
밴드 BiSH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아이나 디 엔드, ‘스즈메의 문단속’ 소타 목소리를 연기한 아이돌 그룹 SixTONES의 마츠무라 호쿠토, 일본 대세 배우 히로세 스즈 등이 출연한 영화 ‘키리에의 노래’의 포스터.(사진제공=미디어캐슬)

“원래는 그 즈음 쓴 소설에서 출발한 영화입니다. 노래할 때만 목소리가 나오는 신비로운 여자아이가 주인공이었고 말을 어눌하게 하며 오사카를 떠도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쓰고 있었죠. 사실 ‘러브레터’가 상영됐을 때는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키리에의 노래’를 본다는 게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독으로서 타임머신을 타고 이 시대에 뚝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하고 신기한 느낌이죠.”


단순히 일본영화의 팬덤에 그치지 않고 이후 ‘4월 이야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 한국 관객들이 인생 작품으로 손꼽는 영화들을 연출해 온 이와이 슌지 감독은 ‘키리에의 노래’에서 나름의 변신을 시도했다.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며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위로를 건네는 것. 

 

지난 1일 개봉한 ‘키리에의 노래’는 개봉 첫주 전국에서 1만 2000명이 관람하며 올 초 개봉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래로만 이야기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를 필두로 자신을 지워버린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3시간 동안 그린 작품이다.

한국 개봉 버전으로 러닝타임 2시간 짜리로 편집했다는 그는 “영화음악에 충실한 만큼 콘서트 장면이 1시간, 스토리텔링이 2시간짜리인데 한국 버전은 각각 1시간으로 비중을 맞췄다”고 미소지었다. 이어 “연출 감독으로서 너무 힘들었고 음악이 나오는 분량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며 남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소문으로만 듣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한번도 끊지않고 봤다는 그는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부터 거의 같은 나이로 한국 영화의 성장을 함께 지켜봤기에 더욱 뿌듯했다”는 팬심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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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삼청동에서 내한 인터뷰를 가진 그는 “지진이나 쓰나미는 여전히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계속해서 함께 해야 하는 주제가라고 생각한다”며 상처입었던 당시의 마음을 전하기.(사진제공=미디어캐슬)


“주연을 맡은 아이나 디 엔드도 인기 밴드 비쉬(BiSH) 출신인 줄 몰랐을 정도로 영화 작업에만 몰두하다 보니 외부 정보에 무지한 편이에요. 그럼에도 늘 한국 콘텐츠에는 관심을 열어두고 있죠. 일본의 경우 영화와 만화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데 한국은 만화와 영화의 융합이 잘 돼 부럽습니다.”

이렇게 토로한 슌지 감독은 같이 작업하고픈 한국 배우로는 남다른 인연의 배두나를 꼽기도 했다. 과거 배두나와 단편영화를 찍었던 경험을 즐겁게 추억한다는 슌지 감독은 “장편작업을 꼭 하고싶은 존재”라면서 “앞으로의 목표는 신작을 서울에서 찍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초대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악수를 했던 송강호 배우와도 함께 찍고 싶어요. 사실 제가 로맨틱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의 일본 영화의 대표주자 격인데 제 속엔 어두운 이야기가 훨씬 많습니다.(웃음) 최근에 ‘제로의 망각’이라는 소설을 썼는데 그건 ‘새까맣다’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서 ‘블랙 이와이’의 극치라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출판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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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오사카, 오비히로 등 일본 내 다양한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된 영상은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이와이 슌지 감독.(사진제공=미디어캐슬)

‘일본의 아이유’라 불리는 아이나 디 엔드는 ‘키리에의 노래’에 직접 작곡한 6곡의 노래를 넣을 정도로 감독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를 넘어 다양한 드라마와 음악 작업을 하는 이와이 슌지는 정작 주연 배우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채로 우연히 콘서트를 보고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콘서트 무대를 봤는데 엄청난 표현력을 가진 사람이라 연기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원래 주인공 설정이 노래를 그렇게 잘 하는 게 아니었다. 캐스팅이 영화를 만든 셈”이라며 주연배우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전했다.

실제로 영화의 대부분은 주인공들의 사연과 서사 외에도 음악이 주는 깊은 울림이 상당하다. 평소 말은 어눌하지만 길거리 무대에서 최고의 목소리를 내는 키리에의 모습은 한 인간이 가진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그럼에도 살아갈 일상을 뽀얀 필터로 투영한다. 

 

3박 4일 일정으로 내한한 그는 한국 관객들과의 소통과는 별개로 ‘키리에의 노래’의 홍보를 위해 뉴스룸에 출연하는 등 열혈 홍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20대부터 8㎜ 카메라를 들고 다녔어요. 늘 전세계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얻습니다. 한국에서는 BTS가 저를 자극하고 있어요(웃음). 청년들이 제대로 된 형태로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 뿐이랄까요. 다들 창작은 어렵거나 높은 허들 위에 있다고 생각하시는데요. 학생 때와 다름없는 저를 보고 용기를 얻으셨으면 합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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